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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불짜리 야경이 있는 국가대표 공원
백만불짜리 야경이 있는
국가대표 공원
미국 시카고와 닮은 도시가 국내에 있다면 어디일까. 송도국제도시라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갸웃하겠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닮은 구석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두 도시는 계획도시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고 수변에 위치해 바람과 물의 도시라는 점도, 개성 넘치는 건축물이 많은 점도 닮았다. 도시 한복판에 공원이 있다는 점도 두 도시의 공통점이다.
글 고경석 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셔터스톡
송도 센트럴파크
준공 2009년 11월
투자 비용 1,200억원
규모 37만750m²
주요 시설
해수로, 트라이보울(복합 전시관), 조각정원, 초지원, 지하주차장
수변에 위치한
도심 속 휴식 공간
송도 센트럴파크는 인천 연수구 해안을 간척해 만든 인공 공원이다. 송도 개발 계획에 참여한 미국 게일 인터내셔널의 스탠 게일 회장이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세계적 공원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조성했다. 송도 센트럴파크 면적은 약 37만m2로 축구장 면적의 52배, 여의도공원의 1.6배 규모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9분의 1, 시카고의 명소인 그랜트파크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국내 도심 상업지구 한복판에 있는 공원치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랜트파크와 곧바로 연결된 밀레니엄파크는 규모가 약 10만m2로 송도 센트럴파크보다 아담하다. 동쪽으로 오대호 중 하나인 미시간호를 끼고 있는데 호수라 해도 규모가 남한 면적 절반에 달해 호숫가에 이르면 해변에 온 느낌이 든다. 바다 같은 호수가 가까이 있고 나머지 삼면이 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공원이란 점은 자연스레 송도 센트럴파크를 연상시킨다.
1871년 큰 화재로 생긴 온갖 잔해를 처리하기 위해 미시간호를 매립한 토지 위에 만든 것이 그랜트파크인데, 이 공원을 지나는 기차의 차고지로 쓰이던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밀레니엄파크가 만들어졌다. 이름처럼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2000년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사업이 늦어지며 2004년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야경은 단연
송도 센트럴파크가 으뜸
송도 센트럴파크를 처음 찾았다면, 특히 밤에 방문했다면 모두 외국에 온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송도 센트럴파크의 풍광을 이국적으로 만드는 것은 단순히 공원 내부의 조경뿐만이 아니다. 송도에 밤이 찾아오면 서울에서도 보기 어려운 독특한 외관을 지닌 고층 건물들이, 바닷가의 탁 트인 공간 사이로 반짝이며 공원을 비춘다. 마천루와 여백의 조화가 그려내는 도심의 화려한 경관은 해외 유명 공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밀레니엄파크와 송도 센트럴파크의 가장 큰 차이는 수로의 유무다. 국내 최초의 해수공원인 송도 센트럴파크에는 서해 바닷물을 끌어와 만든 1.8km 길이의 인공 수로가 있다. 공원이 수로를 중심으로 길쭉하게 뻗어 수로 양옆 산책로를 걸어 왕복하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수상택시나 보트, 카약, 카누 등을 이용해 수로를 따라 공원의 경관을 즐길 수도 있다.
이 수로는 특히 공원의 야경을 드라마틱하게 바꿔놓는다. 마천루의 각양각색 조명과 수로에 비친 불빛,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 등 이 공원이 연출해내는 밤의 풍경은 인천이 자랑할 만한 백만불짜리 보석이다. 여름이라면 야간 운행하는 수상택시를 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몰과 야경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공원과 인접한 한옥 호텔, 한옥마을에서 공원을 조망하는 것도 괜찮다.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
시카고 밀레니엄파크
준공 2004년 7월
투자 비용 5,100억원
규모 9만9,000m²
주요 시설
클라우드 게이트(AT&T플라자),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공연장),
크라운 파운틴(분수), 매코믹 트리뷴 플라자 겸 아이스링크
크라운 파운틴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음악과 문화가
숨 쉬는 공원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공원은 시민들이 모이는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송도 센트럴파크의 대표적인 조형물인 트라이보울은 사발이 3개 이어진 듯한 모양의 건축물로 복합 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다. 얕은 인공연못 위에 자리해 마치 그릇이 물 위에 떠 있는 듯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밀레니엄파크도 예술적인 감각이 넘치는 조형물과 건축물로 유명하다. 콩 모양으로 생겨 ‘더 빈(The Bean)’이라 불리는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는 이 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15m 높이의 유리블록 탑 2개가 마주보고 있는 분수 광장 ‘크라운 파운틴(Crown Fountain)’도 여름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문화 공연은 사시사철 열린다. 재즈와 블루스로 유명한 도시답게 밀레니엄파크에선 매년 6월 시카고블루스페스티벌이, 9월에는 시카고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밀레니엄파크에 조성된 대규모 야외 공연장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밀레니엄파크만큼 큰 공연장은 없지만 송도 센트럴파크에도 버스킹 공연장이 있어서 봄부터 가을에는 종종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이 공원에서 2km 정도 떨어진 달빛축제공원에선 매년 여름이면 국내 대표 록페스티벌인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송도 센트럴파크는 10월에 열리는 송도불빛축제로도 유명하다. 인파에 치이는 것이 싫다면 봄날의 한적한 평일 밤에 공원을 찾는 것도 좋다. 송도 센트럴파크는 매일 밤 불빛축제를 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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