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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커뮤니티-장소의 재생을 통한 도시 만들기
산업_커뮤니티_장소의
재생을 통한 도시 만들기
글 최강림 경성대학교 건축디자인학부 교수(전 인천시 도시계획상임기획단장)
사진 최강림 교수, 류창현 포토디렉터, 셔터스톡
스타벅스 본사
아마존 신축 복사 건물
지금은 쇠퇴했지만 과거에는 사람들이 사는 터전이었던, 그곳을 다시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도시재생이라 할 수 있다. 도시재생이 시대적인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면서 많은 사례가 소개되고,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 소개되고 있는 ‘미국 시애틀’의 사례를 중심으로 인천 원도심 재생의 요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시애틀은 인구(광역도시권 약 350만 명), 입지 여건(공항 및 항만)뿐 아니라, 과거 대표적 산업도시였다가 현재 기업 유치 및 산업 재생에 주력하는 점에서 인천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는 도시다(그래서인지 도시역사박물관의 이름이 ‘역사·산업박물관 Museum of History & Industry’이다). ‘연구년’을 인연으로 지난 1년간 이 도시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역사_산업박물관
미국 시애틀의 도시재생
미국에서는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보다 도시재활성화(Urban revitalization)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게 쓰이고, 시애틀에서도 도시재활성화가 통용되고 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시애틀은 첨단산업 유치를 통해 도심의 노후산업지역을 재생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즉, 산업재생을 통한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South Lake Union) 지역을 중심으로 아마존(Amazon) 등 여러 첨단산업기업이, 프리먼트(Fremont)의 수변에는 구글(Google) 캠퍼스가, 소도(Sodo) 지역의 오래된 건물에는 스타벅스(Starbucks) 본사가, 시애틀 인근 레드먼드(Redmond)에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본사가 들어와 있다. 이러한 첨단기업의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었고, 이를 통한 수익을 공공 공간과 환경 조성에 투자하고 있다.
시애틀에는 도시 정체성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공존한다.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 정체성 제고 차원에서 기존 도시구조와 조직이 보전되고 있으며,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조물의 원형 보전 및 부분 보전 등이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기존 건물의 재활용을 통한 도시재생과 더불어 신축을 통한 도시재생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구역 단위와 건물 단위의 도시재생이 동시에 실시되기도 한다.
시애틀 시당국은 산업재생을 통한 재원을 공공 공간 및 환경에 투자하는 등 도시마케팅 기법을 통해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기업 및 투자를 유치하고자 한다. 즉, 도시재생의 선순환을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도심의 중앙수변공간(Central Waterfront)을 친환경적으로 정비하고, 붕괴 위험이 있는 고가도로의 철거 및 고속도로 지하화로 보행 및 자전거 중심의 공간으로 조성해 모든 시민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이 사업의 주체는 시민·전문가·민간·공공으로 구성된 수변공간친구들(Friends of Waterfront Seattle)이라는 조직이다.
수변공간친구들 사무실
공공과 민간의 역할 및 도시재생의 과제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 및 협력에서, 시애틀의 도시재생은 공공이 민간의 투자를 유치하고 민간이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는 형태다. 이때 공공은 민간의 사업시행에 필요한 제도 및 행정적 지원을 담당한다. 이와 더불어 공공은 시애틀 도시디자인 지침(Seattle Design Guideline), 사우스 레이크 디자인 지침(South Lake Union Design Guideline) 등 공익을 위한 계획 및 디자인 지침을 제시한다. 중앙수변공간과 같은 공공 공간 조성에서는 공공이 행·재정적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민간은 공공이 제시하는 개발 및 디자인 지침 등을 준수해 단위개발사업 계획안을 수립하고 공공이 주관하는 위원회가 이를 심의한 후 공공이 결정한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시애틀에는 도시재생의 성공과 더불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미국 내 최고의 인구 유입과 부동산 가격 상승,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고,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로 실직자 및 노숙자가 늘어났다. 또한 기존주택이 철거되고 새로운 주택이 신축되는 과정에서 기존 주거지역의 커뮤니티가 붕괴되고 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도시 커뮤니티 가든(Urban Community Garden)은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토지(Patch)는 공공이 제공하고 운영은 주민조직이 주체가 되어 진행한다.
산업화 시대의 산물은
인천의 고유한 자산이다.
옛 일진전기 인천공장
인천 원도심 재생을 위한 요건
시애틀의 도시재생에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인천 원도심 재생을 위한 요건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산업재생을 통한 원도심 재생으로, 기업 및 투자를 경제자유구역 외의 원도심 지역에도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애틀의 경우 아마존 본사, 스타벅스 본사, 구글 캠퍼스 등은 새로 조성된 신도심 지역이 아니라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 소도 등과 같이 쇠퇴했던 원도심 지역에 터를 잡고 있다.
둘째, 커뮤니티 재생을 통한 원도심 재생으로, 주거지 재생으로 주거환경 등을 개선해 주민이 정을 붙이고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장소 재생을 통한 원도심 재생으로, 도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장소 만들기 등을 통해 시민이 긍지와 애착을 갖는 곳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내항과 개항장 같은 인천의 도심수변공간과 원도심을 연계해 모든 시민이 사랑하는 장소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도시구조와 조직을 유지하고, 오래된 건물의 보전을 고려한 재활용 및 리모델링 등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시민의 손으로 가꾸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도심 재생은 시민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디자인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수변공간친구들처럼 시민·전문가·민간·공공이 함께하는 조직이 주체가 되어 원도심 재생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공공은 원도심 재생을 위한 관련 제도와 계획 등의 수립 및 변경, 계획, 디자인 지침의 작성, 사업비 제공 등 행·재정적인 지원을 담당한다.
원도심 재생에 임할 때는 도시재생의 원칙수립과 다양한 스펙트럼의 수용 등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즉, 획일적인 형태가 아니라 기존 환경의 여건에 따라야 한다. 규모에서는 개별 건물 차원에서 구역 차원까지, 성격에서는 신축은 물론 기존 건물의 재활용 및 리모델링까지 다양한 유형을 적용해야 한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을 처음 논의한 도시 중의 하나다. ‘2005년 지역균형발전 기본구상’을 시작으로 2016년에 ‘2025년 인천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수립하는 등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신도심과 기존의 도시지역인 원도심의 재생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아직 그 성과는 만족스럽다고 하기 어렵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는 유기체인 동시에 다양한 생명체가 삶을 영위하는 생태계다. 생명현상이 그렇듯 도시도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문화 방식에 따라 이를 담아내는 도시도 변화를 겪게 마련이다.
우리의 삶을 담는 그릇인 도시는 누군가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건설되는 게 아니라 시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생명체와 사물의 재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듯, 도시재생도 한 번의 사업으로 완료할 수 없으므로 지속적인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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