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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시겨~강화도는 처음이지?
어서오시겨~
강화도는 처음이지?
따스한 햇살이 기분 좋은 날, 인천에 살고 있는 클로드 드롤렛(Claude Drolet, 50) 씨 가족이 강화도 나들이에 나섰다. 클로드 씨는 강화도가 처음이다. 늘 촘촘한 여행계획을 세웠던 그가 이번엔 특별한 여행계획도, 지도 한 장도 준비하지 않았다. 오로지 ‘타시겨 버스’ 하나만 믿고 가족 여행을 감행했다. 순환형 투어버스인 ‘타시겨 버스’를 타는 순간, 운전대를 잡는 수고로움이 사라지고 알짜 여행이 시작된다.
글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 │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타시겨 버스’로 시작된
편안한 강화도 여행
캐나다 출신 클로드 씨는 현재 조지 메이슨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으며, 인천시 국제협력관실에서 근무 중이다. 한국에 온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가족과 강화도를 여행하기는 처음이다. 오전 10시 20분, 널찍한 갑곶돈대 주차장에 차를 세운 그는 아내 박진우(46) 씨, 아들 콜비 드롤렛(Colby Drolet, 9) 군과 함께 ‘타시겨 버스’에 올랐다. ‘타시겨’는 강화도 사투리로 ‘타세요’ 라는 뜻이다. 버스에 오르자, 버스 기사가 “어서 오시겨~”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지난 3월 23일 운행을 시작한 ‘타시겨 버스’는 갑곶돈대, 풍물시장, 중앙시장(관광플랫폼), 화문석문화관, 평화전망대, 강화역사박물관 등을 순환하는 투어버스다. 40분 간격으로 운행돼 원하는 관광지에서 자유롭게 여행하다 언제든지 재승차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1일 8,000원으로 무제한 탑승할 수 있으며, 타시겨 버스 자유이용권 소지자는 강화군 웰컴센터인 강화관광플랫폼에서 지역 화폐인 강화사랑상품권(5,000원)을 받을 수 있다. 군에서 운영하는 유료관광지의 입장료 50% 할인혜택도 누릴수 있다. 특히, 티켓 구매 시 당일 군내 버스 전체 노선의 무료 환승이 가능하며, 군내 숙박 체류 확인 시 다음 날도 타시겨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AM 10:33 중앙시장 하차
강화관광플랫폼
강화읍 중앙시장 B동, 3층에 위치한 ‘강화관광플랫폼’은 강화도의 모든 관광 정보 안내와 숙박 예약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종합관광안내소다. 강화 역사문화를 미디어월과 VR(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고, 고려시대 수도였던 강화의 분위기를 살린 고려 의복 체험도 가능하다. 색색의 고운 의상 외에도 화려한 액세서리까지 갖춰져 있어 고려시대 분위기를 한껏 느껴볼 수 있다.
VR로 강화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고려 의상을 갖춰 입고 가족사진까지 찍으니 오늘 정말 제대로 된 여행을 시작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용흥궁,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강화관광플랫폼을 나와 향한 곳은 용흥궁(龍興宮). 조선 25대 왕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인 열아홉 살 때까지 살던 집이다. 좁은 골목 안에 대문을 세우고 행랑채를 두고 있는 용흥궁은 소박하지만 왕권에 걸맞은 기품이 깃들어 있다. 원래는 초가집이었으나, 강화도령이 왕이 된 후인 1853년 강화유수가 현재의 세 칸짜리 기와집으로 다시 지었다고 한다.
용흥궁 뒤편의 계단을 오르면 만나게 되는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1900년에 지어진 이 성당은 서양 건축 양식을 한국적으로 되살려 낸 이색적인 공간으로 강화도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겉모습은 그냥 한국 건축물이구나 여겨지는데, 성당 내부가 온통 서양식이더라고요. 동서양의 만남이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을까 하고 감탄했습니다.
소창체험관
강화도는 1970년대까지 60여 개의 크고 작은 직물공장이 인조견, 넥타이, 커튼직물, 특수 면직물을 생산했다. 지난해 강화군은 과거 화려했던 강화의 직물산업을 체험할 수 있는 ‘소창체험관’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국내 자본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조양방직 사진과 1,200명의 직공들이 근무하던 심도직물의 옛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또 관광객들을 위해 나만의 강화 소창 만들기, 1938년 건축된 한옥에서 전통차 체험, 화문석 체험, 직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소창(천)에 스탬프를 찍어 아름다운 문양을 새기는 활동이 재미있었어요. 세상에 하나뿐인 손수건을 만들 수 있어서 기뻤어요.
젓국갈비
새우젓 주산지로 유명한 강화도에는 새우젓과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한 ‘젓국갈비’라는 음식이 있다. 젓국갈비는 고려의 제23대 왕 고종이 몽골군 침입으로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도로 옮겼을 때, 백성들이 고종에게 진상한 음식이었다. 강화에서 귀한 특산물을 모아서 왕에게 대접할 음식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젓국갈비의 시초라고 한다. 새우젓과 돼지고기를 넣고 우려낸 육수에 미나리·양파·호박 등 각종 채소를 넣고 팔팔 끓여낸 젓국갈비는 새우젓 말고는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 국물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여기에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 칼칼함을 더했다.
저도 인천 사람인데 ‘젓국갈비’는 오늘 처음 먹어봅니다. 갈비는 그냥 구워서만 먹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전골로 먹으니 새롭네요.
PM 1:51 평화전망대 하차
평화전망대
고개만 조금 내밀어도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강화도다. 짧은 물길 하나 건너면 바로 북녘 땅을 만날 수 있는 평화전망대. 북한 땅과 가장 근접한 거리는 1.8km밖에 되지 않아 멀리 송악산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옥외 전망대에 설치된 고성능 관광용 망원경에 눈을 댔다. 북녘의 산하가 더 가깝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논둑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농번기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손에 잡힐 듯, 북한의 일상이 그대로 펼쳐졌다.
평화전망대에서 건너갈 수 없는 지역을 바라보니 여러 생각이 듭니다.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두 나라 사이를 가르는 이 지역이 관광명소가 되었다는 거죠. 흥미로운 동시에 무척 슬픈 일이기도 하구요.
PM 2:49 강화역사박물관 하차
강화지석묘(고인돌) 및 강화역사박물관
강화지석묘는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의 대표적 북방식 지석묘로,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높이 1.5m, 길이 6.4m, 무게 75톤으로 남한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대표적인 고인돌이다. 지석묘 앞에 위치한 강화역사박물관은 강화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중심으로 선시시대부터 근현대까지 강화도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 전시하고 있다.
고인돌은 책에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신기했어요. 아빠가 강화도로 여행 간다고 했을 때 고인돌을 꼭 보고 싶었는데, 와서 보니 정말 어마어마해요.
PM 4:37 버스터미널(풍물시장) 하차
풍물시장
강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인 풍물시장. 이곳에는 강화만의 건강한 먹거리와 특산품이 즐비하다. 보랏빛 동그란 순무를 듬성듬성 썰어 양념을 버무리는 모습은 이곳만의 특별한 풍경이다. 또 온갖 해산물과 밴댕이젓, 새우젓, 게장은 풍물시장에서 최고 인기다. 강화 특산품인 화문석도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화문석으로 만든 다양한 공예품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캐나다 지인에게 줄 선물로 몽땅 가져가고 싶네요. 정말 한국 사람들은 솜씨가 좋은 것 같습니다.
PM 5:25 갑곶돈대 하차
갑곶돈대, 전쟁박물관
강화대교를 건너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갑곶돈대는 1679년(숙종) 5월에 완성된 53돈대 중 하나다. 갑곶돈대 내에 위치한 전쟁박물관에는 역사의 고비마다 외세의 침략을 막아낸 강화의 호국정신을 담은 다양한 전쟁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미국 역사는 200년이 갓 넘었는데, 강화도에는 몇 천 년이 지난 유물과 유산이 정말 많잖아요. 오늘 강화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외국인들을 위한 안내판이 좀 더 상세하게 설치되었으면 합니다. 다음엔 외국 친구들에게도 강화를 소개해주고 싶거든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강화도는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요, 전통이다.
수려한 자연경관까지 품고 있는 강화도. 어디부터 가야 할지 고민된다면,
일단 ‘타시겨 버스’를 타보자. “운전이 귀찮다면, 내비게이션 목소리에 싫증이 났다면,
주차가 걱정된다면, 버스 창에 기대 낭만적인 여행을 꿈꾼다면, 만차 되기 전에 얼른 타시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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