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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속 인천의 풍경을 디자인합니다
유물 속 인천의 풍경을 디자인합니다
조유미
사진 김보섭 │ 글 유동현
월간지는 그달의 분위기를 담는다. 구태의연하지만 5월호 기획은 ‘어린이’ ‘가정’ ‘효’ 등의 주제에서 맴돌게 된다. 지난 3월, 김보섭 사진가가 취재 대상 한 명을 추천했다. 송월동 동화마을의 인형극 카페 주인장이었다. 그는 직접 인형들을 만들고 기획해서 카페 내 간이 무대에서 공연한다. 취재하기로 약속을 받아내고 한 달 뒤로 미뤘다. ‘어린이’ 주제의 5월호로는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아껴 둔 것이었다. 임박해서 일이 터졌다. 그새 마음이 변했는지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이달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불현듯 책상에 놓인 책 한 권에 눈길이 갔다. 인천시가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드로잉 북 ‘인천을 그리다’였다. 밑그림을 따라 지역과 공간을 색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천을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것’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것이다. 그 밑그림을 그린 이의 ‘얼굴’이 퍼뜩 떠올랐다. 조유미(35) 씨는 인천광역시시립박물관 직원이다. 전시 디자인, 도록 디자인 등을 하는 디자이너다. 그는 강원도 원주 출신이다. 대학에서 불교시각디자인, 대학원에서는 미술사학 불교회화를 전공한 후 인천시립박물관에 들어가면서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올해로 6년째다.
시립박물관은 매년 다양한 주제를 정해서 전시회를 수차례 연다. 현대인들은 박물관이 정성껏 마련한 ‘과거’ 앞에 쉽게 서지 못한다. 공들여 기획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유물들을 철수해야 한다. 이때 남는 것은 전시 도록(圖錄)뿐이다. 도록에는 전시 기획 의도와 전시품 그리고 해설 등이 실려 있다. 직접 전시장에 온 것만큼은 못하겠지만 그것만 꼼꼼히 봐도 유물 ‘감상’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공간 전시와는 또 다른 형태의 ‘지상(紙上) 전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유미 씨는 디자이너이지만 학예사 못지않게 유물을 연구하고 공부한다. 이렇게 축적된 것을 바탕으로 그는 얼마 전 실제로 전시회를 기획하고 진행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11월 28일부터 83일간 개최한 특별전 ‘근대가 찍어 낸 인천풍경’이다. 사진, 엽서, 광고지, 상표, 소설, 잡지 등 근대 인쇄 이미지 관련 자료 320여 점을 전시해 근대 인쇄 이미지에 나타난 인천의 풍경과 의미를 보여줬다. 본격적으로 학예 업무에 데뷔한 셈인데 ‘흥행’에도 성공했다는 평이다. 도록이 전시회의 결과물이라면 전시 포스터는 전시를 미리 알리는 홍보물이다. 도록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이다. 박물관 1층 복도에는 그동안 그가 디자인한 포스터 작품들이 액자 작업돼 걸려 있다.
신포동에 있는 팟알 카페에서 ‘인천’ 포장지를 접한 적이 있다. 보는 순간 ‘이거 관광상품으로 그만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 씨의 작품이다. 그는 개화기 발행 책 중에서 ‘인천’이란 글자만 골라서 ‘1900년대 모던 인천화(畵)’ 도록의 간지를 디자인했다. 이것을 본 팟알에서 상품화한 것이다. 그는 박물관 교육 참가자들에게 증정하는 작은 노트와 클리어 파일 등도 유물에서 힌트를 얻어 직접 디자인해 제작하곤 한다. 지난 4월 자유공원 벚꽃 축제 기간에 팟알에 간 손님들은 예쁜 종이컵으로 커피를 마셨다. ‘벚꽃엔딩’으로 기획된 종이컵 위에는 펜으로 그린 팟알 건물(등록문화재 제568호) 위에 분홍색 벚꽃 잎이 하늘하늘 떨어졌다. 그의 작품이다.
앞서 언급한 ‘인천을 그리다’ 책은 배포하자마자 품귀 현상을 빚었다. 히트작이다. 조유미 씨가 그린 그림 1백여 컷은 7가지 스토리로 구성되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내’가 추억의 장소들을 그리며 따라간다. ‘아이’ ‘가정’ 그리고 ‘효’가 포함된 이 드로잉북의 밑그림을 그린 조유미 씨는 5월호 ‘얼굴’로 결코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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