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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철학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철학
빌딩 숲이나 비싼 아파트가 많은 곳이라는 장소적 도시 개념은 이미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인구 300만을 넘은 대한민국의 관문,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인천은 시민들이 상호 공존하면서 공통의 미래를 추구하는 가치 지향적, 인문학적인 융합과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 새로운 방향과 가치를 ‘스마트 포용도시’라는 용어에 담아보려 한다.
글 류권홍 원광대 교수 │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동북아시아 핵심 도시,
한계와 가능성
최근 4차 산업혁명과 ICT로 대변되는 첨단 기술은 가장 효율적인 동시에 시민들의 소통과 참여를 보장하는 스마트한 도시, 남녀노소는 물론 원도심과 신도심이 상호 공존할 수 있는 통합과 조화의 포용도시가 가능한 밑받침이 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핵심도시가 되고자 하는 인천이, 기술 발전과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다문화 도시로서의 조화와 이해를 담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천은 강화, 옹진, 중구와 동구 지역에서부터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응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세대 간 갈등, 지역 간 격차, 소득계층 간 갈등, 도농어촌 사이의 격차, 다문화로 인한 갈등도 해소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약한 자기 정체성, 서울의 위성도시적 성격, 전통 제조업의 약화와 대체 산업 육성의 필요성, 미약한 연구능력, 북한과의 접경지역이라는 단점 또한 극복하기 쉽지 않다.
인천의 강점은 세종시를 제외하고 인구가 증가하는 유일한 광역자치단체이고, 공항과 항만 등 국제사회로 통하는 인프라와 강력한 제조업, 문화적 다양성, 송도를 중심으로 한 성공적인 신도시 개발과 충분한 역사·문화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가능성이 충만한 도시라는 점이다.
대규모 개발보다
인문복지도시의 길로
스마트 포용도시는 인천이 가지고 있는 갈등요인과 단점들을 해소하거나 장점으로 전환하면서, 이미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도시를 전환시키는 방향타와 같은 개념이다. 초고층 건물이나, 대규모 개발이라는 기존의 방식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 따뜻한 공동체 의식이 공유되는 도시, 일자리·주거·볼 것·즐길 것이 충만한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환경과 개발·장년층과 청소년층·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조화를 이루어 세대 간 갈등이 없고 다문화를 포용하며, 노인에게는 삶의 즐거움을, 젊은이에게는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세계적 인문복지도시로 발전시키자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뉴욕이나 상하이가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10위권에 들지 못하는 것은 외관이나 경제력이 화려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호주의 멜버른, 캐나다 밴쿠버 등이 살기 좋은 도시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안전, 환경, 교통, 교육, 복지 및 사회인프라가 뉴욕이나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이 좋기 때문이다.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평가기준으로 가장 우선하는 것이 안전이다. 범죄, 폭동, 테러 등의 위험이 낮아야 한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안전 부문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화와 환경, 복지 측면에서는 아주 낮게 평가되고 있다.
‘살기 좋은’ 원도심으로
깨끗한 공기와 자연환경,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과 연구기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배려, 다양한 스포츠와 문화·역사가 어우러진 따뜻한 공동체를 이룬 도시로 세계인들은 여행하고, 공부하러 간다. 인천이 이런 도시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살기 좋은 도시들은 자연히 부동산 가격도 높다. 살기 좋기 때문에 많은 이민자들이 찾아오고 관광객들이 밀려들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과 물가가 덩달아 오르는 것이다. 물론 인천은 살기 좋은 도시로 이름난 곳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다. 재정적으로도 충분하지 못하다. 또한 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친화적이지 못한 대중교통 시스템, 낮고 비효율적인 복지 수준, 미세먼지 문제 등 개선해야 할 것이 많다.
다만, 이제부터 그 지향점만큼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지향점을 나침반 삼아 인천의 발전을 위한 사회인프라 확충, 인천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산업육성, 취약층 중심의 복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도시가 되기 위한 투자, 살고 싶은 원도심을 만들기 위한 계획이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생명과 안전’
도시의 기본 가치 되어야
시의 재정위기가 가시적으로 해소되면서, 지역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요구와 주장들이 우후죽순으로 표출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할지, 어떤 사업과 지역에 우선순위를 부여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다. 그리고 인천이 가려고 하는 지향점과 가치는 사회적 합의절차에서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다. 원칙 없는 문어발식, 무질서한 원도심 개발은 오히려 도시의 발전과 미래를 해치게 될 뿐이다. 인천의 원도심 재개발은 대규모, 대단지보다는 현실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부터 선별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스마트 포용도시를 위해 바로 추진될 수 있는 정책을 예로 들면, 노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도입 같은 것이다. 고령자들이 높은 버스계단을 오르내리도록 방치한다면 노인과 소수자의 이동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하차를 위한 벨만 해도 그렇다. 벨은 버스 안 어디에서든 손이 닿는 곳에 설치되어야 한다. 멀리 있는 벨을 누르기 위해 움직이다가 발생하는 사고는 적절한 정책을 통해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다. 즉, 스마트 포용도시에서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도시의 가치이고 철학이 되어야 한다.
이런 가치를 기반으로, 150층 고층 빌딩이나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도시 ‘인천’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 공동체 의식, 약자에 대한 배려, 다문화에 대한 포용과 더불어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를, 고령자들에게는 사회참여의 기회가 제공되는 사람다운 도시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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