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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담는 마당발 노老 사진가

2018-06-05 2018년 6월호

 

별별인천을 담는

마당발 노사진가

사진 김보섭 글 유동현

 10여 년 전 시청사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고위직은 물론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을 봐서는 퇴직 공무원인가, 시청 내 기자실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걸 봐서는 베테랑 기자인가. 그는 예나 지금이나 인천시 청사 내에서 회장님으로 통한다. 오인영(73) 선생은 얼마 전까지 인천광역시 통·이장연합회장을 지냈다. 그는 인천 사진찍는 통장이었다.

그는 1945년 해방둥이로 경기도 안성 출신이다. 인천에 오게 된 것은 인하공대에 입학하면서다. 그때가 1964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는 휴대폰 뒤 번호를 이 숫자에 맞췄다. 기계공학이 전공이었던 대학은 좀 다니다 그만뒀다. 그때는 대학 공부가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그는 니콘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웬만한 전셋값 절반 수준인 고가였다. 이후 인천 최대 사진 동호회라고 할 수 있는 정우클럽을 만들고, 경기도(인천시 포함) 사진전에 출품해 입선하는 등 지역 내 사진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를 더욱 부각한 것은 자동차였다. 그는 브리사1000’을 자가용으로 굴렸다. 당시 인천시 국장급 중에서도 끗발 좋다는 민방위 국장이 타던 고급 자동차였다. ‘잘나가던형님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기동성을 발휘해 남들이 가기 어려운 인천의 곳곳을 필름에 담았다.

1975년부터 80년까지 소년조선일보 인천지사장을 지냈다. 당시 신문사 지사장은 권력이었다. 지역 행사의 헤드 테이블에 초대받았고 마음만 먹으면 못 들어가는 데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오피니언 리더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지역을 속속들이 아는 계기가 되었다. 지사에서 주재 기자 2명과 함께 일했지만 우리 학교 최고야라는 기사는 직접 취재하고 사진을 찍었다. 기자 계보에 슬쩍 들어가게 된 이유다.

90년대 초 선배의 권유로 남구 용현4동 통장 일을 맡게 되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인천시 통·이장연합회장을 9년 동안이나 맡았다. 이때 회장님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연합회를 민간 단체로 등록한 후 이른바 사람 동원으로 인천시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중앙정부 이관 반대 운동을 펴 2주 만에 110만 명의 서명을 받아낸 것은 지금도 시청 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다.

그는 통·이장연합회장을 마친 후 사진 작업에 다시 힘을 쏟기 시작했다. 9년 전 시 노인정책과는 인천을 손바닥 보듯 하는 그에게 독특한 작업을 발주했다. 인천의 공동묘지를 모조리 촬영해 기록하는 것이었다. 부평가족공원은 물론 검단, 영종 등 인천의 공동묘지를 세밀하게 담았다. 이후 그는 인천세계도시축전백서(2009), 인천 큰나무 100(2014), 무궁화 사진전(2015), 인천의 도시 숲(2017), 옹진 섬 비경 사진전(2017), 강화 돈대 사진전(2017) 등을 진행했다. 그에겐 인천의 모든 것이 찍을 거리. 지난 2월에는 독립운동 국가 수호 현충 시설 사진전을 개최했고 사진집을 발행했다. 강화는 물론 옹진 섬 안의 주민들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현충 시설을 모조리 찾아내 카메라에 담아냈다. 가는 곳마다 통·이장연합회원들이 회장님을 조직적으로 도왔다. 그는 독특한 장비를 갖고 있다. 알루미늄 파이프로 직접 고안해 만든 공중 촬영 보조 장치로 5, 6층 높이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는 효과를 연출한다.

요즘 그는 6, 70년대 자신이 찍었던 사진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자가용을 타고 다니며 호사 취미로 찍은 별별사진들이다. 동양화학, 인하대, 선인체육관, 숭의운동장 등의 옛 모습이 별처럼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회장님의 호기심과 노익장의 끝이 어디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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