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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너머, 평화를 찾아서
철조망 너머, 평화를 찾아서
확성기 소음이 사라진 비무장지대(DMZ)에 평화를 소망하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북쪽의 육지와 2.5km의 바다를 사이에 둔 남쪽의 섬, 교동도. 우리 시는 강화군, 정부, 민간 기업, 마을 주민과 손잡고 ‘평화와 통일의 섬 교동도 프로젝트’로 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철조망 사이에서 잠들어 있던 시간이 깨어나고 있는 ‘평화의 섬’ 교동도로 간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시간이 멈춘, 대룡시장
강화도에서 불과 1.5km, 뱃길로 가도 15분. 가까운 거리지만 민통선에 비밀스레 숨어 있던 섬 교동도. 2014년 7월 교동대교가 놓이면서 세상으로 성큼 다가섰다. 교동도로 가는 길목, 군인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철책에 가로막혀 긴장감이 흐른다. 지난해 ‘투어 드 디엠지(Tour de DMZ) 국제자전거대회’를 치른 후, 두 바퀴로도 달릴 수 있게 됐다.
시간이 멈춘, 대룡시장
“아직도 이런 데가 다 있네.” 좁다란 시장통을 걷노라면 달력을 들여다보며 날짜를 확인하게 된다. 6·25전쟁이 끝나고 휴전선이 그어지자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사람들이 시장을 형성했다. 그때의 시간은 지금도 일상으로 흐른다. 사이좋은 노부부는 약국 아닌 약방에서 약을 팔고,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이발관에선 바리캉 소리가 여전히 분주하다.
북에서 온 냉면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져 왔습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냉면을 대접하면서 냉면이 유명세를 치렀다. 대룡시장에 있는 대풍식당은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어르신이 문을 열었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이 집 냉면을 먹으며 그리움을 달랬다. 지금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아들 부부가 식당을 운영한다. 황해도식 냉면과 국밥이 주 메뉴.
북쪽 바닷가에 서면
지석리 마을 뒷동산에는 망향대가 있다. 실향민들은 1960년 이곳에 망향비를 세우고 매년 제사를 올리며 그리움을 달랜다. 망원경이 바다 건너 북녘 땅을 눈앞으로 데려온다. 한반도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연백평야가 드넓게 펼쳐진다. 그 옛날 농번기엔 교동도 사람들이 건너가 일손을 보태고 곡식을 나눠 먹곤 했다. 2.5km의 짧은 바다가, 욕심도 이념도 부질없다는 듯 햇살 아래 넘실거린다. 난정리에도 북녘 땅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평화의 씨앗 물고 온 제비
교동도 집집의 처마 밑에는 제비집이 숱하다. 실향민들은 제비를 그리운 고향에서 찾아온 손님처럼 반갑게 맞는다. ‘평화와 통일의 섬 교동도 프로젝트’의 일환인 ‘교동제비집’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관광을 안내하는 교동도 관광플랫폼이다. 가상현실(VR) 시스템을 활용한 관광명소 체험, 남과 북을 잇는 ‘평화의 다리 만들기’ 등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자전거를 빌려 ‘평화나들길’ 바닷가 철책선을 따라 두 바퀴로 달릴 수도 있다. ‘교동스튜디오’에서는 옛날 교복을 입고 흑백 사진 속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INFO
교동대교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대룡시장 강화군 교동면 교동남로 35
대풍식당 강화군 교동면 대룡안길 54번길 24,
☎ 932-4030
교동제비집 강화군 교동면 교동남로 20-1,
☎ 934-1000
교동스튜디오 강화군 대룡안길 38,
☎934-1000
교동도 가는 길
강화도 양사면에서 교동대교를 이용한다. 신분증을 필히 지참해야 한다. 검문소에서 신분 확인을 거쳐 출입증을 받아야 섬으로 갈 수 있다. 밤 12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는 섬 출입이 불가능하다.
여행 팁
최신 ICT로 ‘평화의 섬’ 일주
‘교동도’ 앱을 다운받으면 교동도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섬 주변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특산물과 체험활동 정보도 찾을 수 있다. 관광지를 여행하면서 스탬프를 모으면 할인 쿠폰과 선물을 준다. ‘교동제비집’에서 자전거와 함께 스마트워치를 빌려 착용한 후 관광명소를 방문해도 스탬프가 찍힌다.
문의
강화군 투자유치담당관 ☎ 930-3196
교동면사무소 ☎ 930-4500
교동대교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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