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적도와 소야도를 잇는 연도교(드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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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섬 사이 바다를 달리다
섬과 섬 사이 바다를 달리다
여름이 익어가면, 마음은 ‘가지 않은 길’을 찾는다.
섬과 섬 사이 푸른 바다 한가운데를 달려, 새로운 길은 다른 세상을 연다.
지난 5월 28일, ‘큰물’ 덕적도와 소야도를 잇는 다리가 놓였다.
하나로 이어진 두 섬은, 비슷한 듯 다른 매력으로 깊고 은밀하게 마음에 파고든다.



통통배 타고 가던 길
새벽 여섯 시, 소년은 부옇게 밝아오는 새벽빛을 따라 집을 나섰다. 섬에서 배를 타고 바다 건너 다시 섬으로, 꼬박 세 시간이 걸려 겨우 학교에 닿았다. 온 세상이 잠든 시간 아무리 서둘러도 지각하는 날이 하루걸러 하루. 해무라도 끼는 날에는 야속한 바다를 탓하며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덕적도에서 소야도로 가는 버스를 운행하는 김연기(63) 어르신은 소야도가 고향이다. 그 옛날 배 타고 노 저어 덕적도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던 기억이 아직 도렷하다.
덕적도 남동쪽에서 불과 600m, 덕적 본섬의 치맛자락 뒤로 몸을 숨기고 있는 소야도는 ‘섬 속의 섬’이었다. 1998년 소야 분교가 폐교하면서,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날마다 덕적도에 있는 본교로 통통배를 타고 다녀야 했다. 다 지난 얘기다. 지난 5월 28일, 공사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에 연도교가 놓이면서 두 섬이 하나로 이어졌다. 배 타고 가던 섬을, 이제 차로 싱싱 달린다. “이 가까운 길을 오랫동안 참 힘들게도 다녔어. 이제, 한 섬이나 다름없지 뭐야. 우리 고향 땅이 넓어진 것 같아. 허허.” 선착장에서 시동을 건 버스가 굽이굽이 바다를 감도는 섬 길을 따라 일을 나선다.

- 덕적도 서포리 해변

- 덕적도 능동자갈마당

- 덕적도에서 소야도로 가는 버스를 운행하는 김연기 어르신
아직 순수한 섬
버스가 손님을 가장 많이 내려놓는 곳은 떼뿌리 해변이다. 평일 오후인데도 해변에는 유유자적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소야도에 세 번 왔는데, 오늘 와보니 다리가 놓였네요. 붐비지 않아서 좋았는데, 이제 가까워져서 사람이 많이 찾겠어요.” 가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혼자만 알고 싶은 비밀스러운 낙원. 하지만 아직 여느 해변보다 한적해, 여행자들이 꿈꾸는 섬의 순수함을 누릴 수 있다.
“죽노골에 꼭 가보세요. 참 좋네. 진짜 깨끗해.” 소야도에 처음 와보았다는 관광객 한 분이 길을 권한다. 떼뿌리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숲길을 따라 느릿느릿 걸었다. 한 10분쯤 갔을까, 점점 커지는 파도 소리 따라 죽노골에 이르렀다. 해변은 아담하지만 모래 결이 곱고 물빛이 아름답다. 영화 ‘연애소설’을 여기서 촬영했다. 주인공들이 모래 위에 쓴 ‘지환 경희 수인 여행 기념’이란 글씨는 지워졌지만, 그들이 남긴 사랑의 여운은 여전히 파도와 함께 물결친다.

‘맛’으로 섬을 기억하다
여행으로 허기진 배는 덕적도 선착장 앞에 있는 민박집 겸 음식점 ‘예그리나’에서 채운다. 김용진(52), 김금미(53) 씨 부부는 10년 전 육지에서 섬으로 와 오붓이 살아가고 있다. 부부는 덕적 바다와 땅에서 나는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모든 것이 차고 넘치는, 그래서 음식도 엇비슷한 도시와는 다른, 섬에는 특별한 맛이 있다. 김금미 씨가 어제 막 개발했다는 해물라면을 한상 푸짐하게 차려낸다. 서해에서 나는 싱싱한 꽃게와 새우, 조개 등 큼직한 해산물이 보란 듯이 얹혀 있다. 우리 시가 ‘I(Island) Food 프로젝트’ 덕적도의 맛으로 개발한 간재미찜은 섬의 대표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해풍에 말린 쫄깃한 간재미와 채소의 아삭한 식감이 일품. 그야말로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소야도 선착장은 이제 한적하다. 인적이 드문 대합실과 개찰구에는 정적이 흐른다. 육지에서 소야도로 바로 달려오던 여객선 한 척이, 다리가 놓인 후로 더 이상 이곳에 닻을 내리지 않는다. 머지않아 다른 배들도 이 섬을 잊을 것이다. 갈매기들이 갈 곳을 잃은 듯 담벼락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하늘의 빛이 달라지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햇살이 사그라진 바다 위로 노을빛이 스며든다.

- 김금미 씨의 손맛이 깃든, 덕적도의 ‘I Food’ 간재미찜 ‘예그리나’의 김용진, 김금미 씨 부부

- 소야도 떼뿌리 해변 혼자만 알고 싶은 비밀스러운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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