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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종교가 되다
브랜드,
종교가 되다
할리데이비슨과 호그(HOG)
글 이종선 시 브랜드전략팀장
“두두둥 두두둥 두두두두두.” 주말이면 수도권 근교의 지방도로에서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무리 지어 지나가는 오토바이족을 흔히 볼 수 있다. 더운 여름에도 하나같이 가죽 재킷, 가죽 부츠에 ‘반다나’라 불리는 두건으로 한껏 멋을 부린 모습이다. 이들이 타는 오토바이는 모두 같은 브랜드 제품이란 걸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다. 바로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보통 줄여서 할리라 부른다)’이다. 할리를 타는 오토바이족은 호그(HOG)다. 호그는 할리를 구입해 타는 할리 오너스 그룹(Harley Owners Group, HOG)을 줄여서 말한 것으로, 할리를 좋아하고 애용하는 동호회라고 보면 된다.
1903년 만들어져 115년이나 된 브랜드인 할리가 여전히 인기 많고 시장점유율도 높은 이유는 바로 이 호그 때문이다. 자동차 브랜드 등에도 동호회가 많지만,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특정 브랜드를 맹신할 정도로 지지하고 지속적으로 구입하는 동호회는 할리의 호그가 거의 유일하다. 호그들은 보통 1,800만원가량 하는 할리 오토바이를 구입하고 액세서리 구입에 600만원, 의상 구입에 200만원 정도를 쓴다고 한다. 호그가 할리의 주된 고객이자 지원군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호그는 현재 전 세계에 130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오토바이 동호회다. 국내에도 1만 명 이상의 호그가 있다. 호그들은 ‘호그랠리’와 같이 연례적으로 갖는 단체 오토바이 여행 모임에서 할리의 정신인 자유를 만끽하고, 회원들 간의 친밀감과 각자의 할리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할리에 대한 제품 개선이나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모아서 할리 본사에 전달한다. 호그들이 문신으로 가장 많이 새기는 소재는 ‘어머니’이고 두 번째가 ‘할리’ 로고라고 할리 본사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호그들은 할리를 사랑한다.
브랜드를 열정적으로 지원하는 소비자를 갖는 것. 모든 브랜드의 로망이다. 할리는 그 로망을 이룬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과연 어떤 브랜드가 할리처럼 로망을 이룰까? 이룰 수 있을까?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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