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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미래

2018-09-03 2018년 9월호



 
오래 된 미래

 
숭의평화시장

숭의평화창작공간

 
Since 1971.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47년. 숭의평화시장은 1980년대까지 사람들로 북적였으나, 본래의 기능을 잃고 빛바래 갔다. 하지만 3년 전 ‘숭의평화창작공간’이 문을 열고 젊은 문화예술인이 모여들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멈춰 있던 공간, 잊혀가던 ‘오래된’ 도시에서 새로운 ‘미래’를 본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장│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숭의평화시장 옥상에 오르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내려다보인다.
하지만 곧 경기장 앞에 주상복합 건물을 세우는 공사가 시작된다.
이 풍경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이 흐르는 도로변 상점가, 골목 안으로 조금만 고개를 디밀면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작은 광장을 둘러싼 색색의 낡은 콘크리트 건물. 1971년 문을 연 숭의평화시장은 도원동과 숭의동 일대 주민이 즐겨 찾던 농수산물 재래시장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100여 개 점포가 성업을 이루고 안마당이 좌판으로 가득 찰 만큼 활기 넘쳤다. 하지만 이 일대가 변두리로 밀리면서 주민이 떠나고 주변에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렇게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던 시장은, 결국 대부분의 공간이 텅 비어버렸다. 지금껏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장사한 지 30여 년 된 생선 가게와 쌀집, 방앗간 등 예닐곱쯤 된다. “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어릴 때 엄마 손잡고 숭의평화시장에 자주 왔다고 해요. 어머니께서 여기서 과일도 사고 반찬거리도 샀다며 추억을 되새기곤 하세요.” 숭의평화창작공간의 박준석(33) 작가는 화수동에서 태어나 이 일대 많은 사람이 그렇듯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신도시로 흘러들어갔다. 그러다 3년 전, 빛바랜 기억 속 시장 골목을 다시 찾았다.
시와 미추홀구는 2015년, 사업비 8억4,500만원을 들여 시장의 빈 점포 6개 동을 숭의평화창작공간으로 만들었다. 젊은 문화예술인이 모이면서 시장은 새 숨을 내쉬었다. 지역 작가들과 주민, 오가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전에 없이 생기가 돈다. “처음에는 마을 분들이 우리를 경계했어요. 구도심의 발달로 원주민이 갈 곳을 잃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우려한 거죠. 하지만 지금은 기특하다며 어깨를 두드려주실 만큼 가까워졌답니다.”
숭의평화창작공간에는 현재 레지던시 작가 7개 팀과 입주 작가 6개 팀, 문화예술단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입주해 있다. 공공미술, 리사이클, 전통술·차 빚기, 도자기 공예 등 창작의 영역 또한 다채롭다. 오래됐다고 해서 새롭지 않고, 가치 없는 건 아니다. 숭의평화시장이 이들의 자유분방한 시도를 껴안을 수 있었던 건, 옛 모습을 간직해 온 덕분이 아닐까. 시장 모퉁이 오래된 가게의 낡은 천막 위로, 다사한 햇살이 떨어진다.


 




청년의 공방과 할머니의 곡물 가게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숭의평화시장



예술 장터 열리는 재래시장
숭의문화路예술시장
 
‘숭의평화창작공간’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1시, 원 데이 클래스인 ‘숭의문화路예술시장’이 열린다. 9월에는 천연화장품 만들기, 천연염색하기, 캘리그래피 등을 배울 수 있다. ‘즐거운일제작소’와 ‘라온카페’에서 진행하며 수업료는 1개 강좌당 3,000원이다.

주소 인천시 미추홀구 참외전로 288-4
문의 Ⓣ 442-8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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