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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조각 35년, 그 열정과 노고에 경의를
2018-09-03 2018년 9월호
인천 조각 35년,
그 열정과 노고에 경의를
인천의 예술은 인천의 근대사만큼 역동적이다. 들고난 예술인들의 숫자와 활동이 도시 개발의 삽질에 버금간다. 특히 인천 조각계의 족적은 괄목할 만하다. 그러나 그들의 자취를 담아둔 아카이브는 없다. 공공기관의 관심이 시급하다.
글 이재언 미술평론가, 인천아트플랫폼 관장

석세란 변주(Variation) / Steel / 62×25×59(h)cm / 2018

이찬우 나들이 / 경석고+수지 / 40×26×17cm / 2018
한 지역의 예술계 인명과 다양한 자료들이 축적된 아카이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천 지역의 경우도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자료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항 이래 인천은 격동의 역사 그 중심에 있었으며, 도시의 성장이 그 어느 지역보다 급속하게 이뤄졌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직할시, 광역시로 재편되는 과정은 인천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이 시기의 기록 관리가 오히려 개항 시대보다 미흡하다.
예술가들의 경우 유입 연고자나 거주자가 출신자보다 월등히 많아지면서, ‘예술계’ 자체가 항상 안정적으로 정립되지 못하고 유동적인 상황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데이터로 집계된 인천 연고 예술인들의 숫자는 언제나 정확성이 떨어진다. 인천의 예술가가 1,000명으로 집계되어 있다면 실제는 그 배로 추산해야 옳을 것이다. 아카이브를 축적하고 관리할 구심점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 아니겠는가.
다만 분명한 것은 한 지역의 ‘~계’라는 것은 거주 기준이 아니라 활동에 근거해서 기술되어야 한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거주의 개념(어쩌면 출신까지도)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예술작품은 어디에서 생산되었는가보다는 어디에서 발표되고 향유되는가가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인천 조각계’라는 개념도 결국은 활동 중심으로 기술되어야 마땅하다. 특히 조각의 경우 작업 인프라에 영향을 받는 영역으로서, 제작과 발표가 장소적으로 일치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인천 조각계의 출발점도 구체적인 활동을 근거로 말해야 할 것이다. 인천 조각은 다른 장르에 비해 지역 내 활동이 왕성했으며, 지금도 그렇다. 조각의 경우는 공공미술 시장이 어느 도시에나 분포되어 있어 굳이 서울로 몰려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천은 유난히 조각이 강세인 도시이다. 좋은 조각가들이 배출된 데는 훌륭한 교육자들뿐만 아니라, 조각가들에게 요구되는 강렬한 에너지와 진취적인 미의식이 한몫했기 때문이리라.
여기서 ‘조각 도시 인천’의 역사를 살펴보자. 우선적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이 ‘인천조각회’이다. ‘인천조각회’는 1984년 결성되어 창립전을 가졌다. ‘인천조각 15인전’(1984년 12월 23일~27일, 수공공원 문화회관)이라는 이름으로 가진 전시가 그 단초가 된 것이다. 백현옥, 고정수, 정현, 노용래, 김창곤, 오상일, 이찬우, 오정숙, 김신옥, 이창림, 김길남(무순) 등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작가들로 포진해 있었다. 이들의 면면만으로도 ‘조각 인천’의 기치를 높이 들어 올릴 수 있었으며, 그 위상을 의심하는 이가 없었다. 그림과 달리 조각은 팀워크와 협업이 중시되는 분야로서 모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08년에는 ‘인천현대조형작가협회’가 결성된 바 있다. 차세대의 비전과 조각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단체로서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인천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 영종 신공항, 송도 및 청라 신도시 등의 굵직한 개발붐을 타고 공공미술의 수요가 급증한 바 있다. 한동안 과열 경쟁과 부조리 관행, 자기 표절 등의 모습이 노출되면서 여론의 질타와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현재는 인천 내 원도심 재생 사업들이 대대로 펼쳐지면서, 이에 참여하는 젊은 조각가들이 늘어나고, 따라서 관심도 공동체나 장소 특정적 커뮤니티 아트로 전환해 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렇듯 변화된 양상을 한눈에 보여준 전시가 인천조각가협회 35회전(2018년 7월 28일~8월 12일,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이다. 이번 전시는 개항장 인천, 플랫폼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국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들(석세란, 김경민, 노준, 김병진, 김연, 이성옥, 김대성, 김원근, 이후장, 호혜란, 박찬용, 윤진섭, 강민규, 민성호 등)의 작품이 초대되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유수의 해외 작가들 작품도 초대되어 동질성과 차이점을 동일선상에서 가늠해 볼 수 있도록 한 구성이 이채롭다. 구스타보 벨레즈(Gustavo Velez, 콜롬비아), 코살 쿠마르(Kosal Kumar, 인도), 크리슈나 무라리(Krishna Murari, 인도), 쿵츠밍(Kung Tzu-Min, 대만), 차밍창(Chia-Ming Chang, 대만), 히로마사 아베(Hiromasa Abe, 이하 일본), 히데도시 이케다(Hidetoshi Ikeda), 혼다 요시히사(Honda Ydshihisa), 코지 히라또(Koji Hirato), 노리코 시바타(Noriko Shibata), 신지 기꾸치(Shinji Kikuchi), 다카시 유카와(Takashi Yukawa) 등이 그들이다. 석세란, 김대성, 김연, 김원근, 최성철, 윤집섭, 호해란, 김기민 등의 작품들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모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안타깝게도 인천 문화에서 비중 있는 자료들이 일정하게 기록, 보존, 관리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작가들에게서도 공유되고 있지 않으며,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소중한 문화예술 자료들은 공공기관 차원에서 보존되어야 마땅하다. 35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결코 짧은 역사가 아니다. 인천 조각의 역사는 훨씬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35년의 역사도 벅찬데 100년 이상의 역사는 어찌할 것인가. 아카이브의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인천의 경우는.

김기민 WITH / Frp, led, stainless steel, glass, gravel / 68×54×45cm / 2017

최성철 Apple of Paris / stainless steel /90×90×108(h)cm, 80×50×155(h)cm, 83×48×176(h)cm / 2016

김원근 (왼쪽) 앵그리 복서 / 레진 에폭시, 아크릴 채색 /30×19×47cm 2018
(오른쪽) 로맨스맨 / 레진 에폭시, 아크릴 채색 / 28×20×45cm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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