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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푸른 도시숲, 배다리 헌책방거리

2018-09-03 2018년 9월호



 
더 푸른 도시숲, 배다리 헌책방거리

더 깊은 시골숲, 헤이온와이 책마을
 
작은 책집 한 곳이 마을을 바꿀 수 있을까? 나아가 도시를,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영국 헤이온와이 책마을은, 책집 하나가 씨앗이 되어 스러져 가던 광산마을을 새롭게 했다.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작은 책집이 거리를 이루어 오래도록
책숲바람을 도시에 베풀었다. 인천을 고요히 키운 밑바탕·밑숨·밑씨인
배다리 헌책방거리가 헤이온와이 책마을처럼 도시와 나라에 새 숨을 불어넣길 기대해 본다.
 
글 최종규 ‘사전 짓는 책숲집’ 책지기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셔터스톡
 
 


배다리 헌책방거리



넉넉한 배움벗 책마을

인천 중구와 동구가 맞닿는 자리에 배다리가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책거리가 되었다. 찻길을 사이에 두고 헌책집이 줄줄이 있어 책거리(책방거리·책집거리)라 했다. 부산 보수동은 골목을 품으면서 책집이 모여 있는 책골목이고, 인천 배다리는 길거리에서 어깨동무를 하는 책거리이다.
 
책거리는 누구한테나 문을 연다. 주머니가 가벼우면 책집에 오래 머물며 한 권이라도 더 읽어내려 하고, 주머니가 넉넉하면 마음에 드는 대로 장만해서 느긋하게 읽으려 한다.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한국전쟁, 해방, 군사독재, 민주화 물결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우리에게 책이라는 마음밥을 베푼 터전이다. 자그마한 책집이 옹기종기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작은 책 하나로 생각을 살찌우도록 북돋우는 구실을 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면서 나라가 잿더미가 되었지만, 이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어쩌면 작은 책들을 품은 작은 책집들이 사이좋게 어우러진 책거리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빈주먹에 새로 기운을 모아주고 씩씩하고 다부지도록 이끈 힘이 바로 작은 책 하나를 나누던 작은 책거리에 있을지도 모른다.
 



헤이온와이 책마을


 
광산터 빛줄기 책마을


영국 헤이온와이는 매우 작은 시골이자 조용히 스러져 가던 광산 마을이었다. 1961년에 리처드 부스라는 젊은이가 마을 한편에 헌책집을 열었다. 처음에는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 작은 헌책집은 어느덧 먼먼 곳에서 기차로 두 시간, 버스로 다시 한 시간을 달려서 찾아오도록 하는 책마을로 거듭난다. 관광이나 예술은 없지만, 작고 낡은 책에서 오래오래 깃든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낸 젊은 일꾼은, 바로 작은 힘을 바라보았고 헤아렸으며 즐겁게 나누는 길을 열었다. 마을 사람들도 작은 책에 깃든 힘을 천천히 깨달아 이곳이 책마을로 거듭나도록 힘을 모았고, 오늘날에는 해마다 100만 권에 이르는 책을 사고파는 놀라운 책마을이 되었다.
 
그런데 영국 헤이온와이는, 책 손님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가게삯이 뜀박질해 마흔 군데나 되던 책집이 스무 군데 남짓으로 줄었다. 리처드 부스는 ‘헤이온와이 독립선언’도 하고 1988년부터는 책마을 잔치도 연단다. 인천 배다리는 어떨까? 인천시는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가로지르는 산업도로를 밀어붙이려 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배다리 같은 책거리를 새롭게 살리려는 물결이 일고 있지만, 인천은 거꾸로 가려 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런 거꾸로질에 힘입어 젊은 일꾼이 배다리를 눈여겨보게 되었고, 이제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배다리 책마을’로 거듭나게 되었다.
 
 


인천을 키운 작은 씨앗

우리는 크기나 부피나 숫자로 따지는 버릇이 들고 말았다. 책을 1만 권이나 10만 권쯤 읽어야 대단할까? 책집 한 곳에 100만 권쯤 되는 책을 품어야 대단할까? 책집 숫자가 쉰이나 백쯤은 되어야 할까? 인천 배다리는 크기·부피·숫자에 가려진 이슬 같은 마음을 읽자고 손을 내미는 작은 책마을이다. 그렇다. 작은 책마을이다. 작은 책길이 있고, 작은 시 다락방이 있다. 작은 찻집과 작은 전시관, 작은 사랑방이 있다.
 
영국 헤이온와이는 밖으로 널리 알리고 퍼지는 책마을이다.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골목으로 마을로 조용히 스미면서 작은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스스로 일어서는 책마을이다. 두 곳은 저마다의 책빛으로 아름답다. 그중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작은 책 하나에서 우주를 보고 찾고 만나고 누리는 책숲’의 터전이지 싶다.
 
곰곰이 보면 배다리는 인천을 고요히 키우는 밑바탕·밑숨·밑씨이다. 배다리 헌책방거리가 있어 인천 사람은 마음밭에 작은 씨앗을 심으면서 쉴 수 있을 테니까. 책집으로 가는 길에 골목길을 사뿐사뿐 거닐 수 있고, 책집을 들르고서 다시 골목마을을 찬찬히 걸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책마을 배다리를 품은 인천이라는 도시는 상냥하고 예쁘장하다.
 

 

Baedari Secondhand Bookstore Alley
배다리 헌책방거리

언제부터 한국전쟁 이후
위치 서울에서 전철로 1시간 안팎 + 동인천역에서 걸어서 10분
시설 규모 책집은 여섯 곳 있음
행사 2008년부터 ‘배다리 문화 축전’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다룬 책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숲속여우비, 2014)
 

 

HAY-ON-WYE Town of books
영국 헤이온와이

 
언제부터
1961년
위치 런던에서 기차로 2시간 + 버스로 1시간
시설 규모 책집은 스무 곳 남짓 있음
행사 1988년부터 ‘헤이 페스티벌’
헤이온와이 책마을을 다룬 책 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 (씨앗을뿌리는사람,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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