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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그리고 내일… 시민이 여는 새 개항을 기다리며
1883년 그리고 내일…
시민이 여는
새 개항을 기다리며
때론 오래된 것이 더 새롭고 아름답다. 인천은 과거와 미래가 조화로운 도시, 최초와 최고가 공존하는 도시다. ‘Retro? Newtro!’ 특집 마지막 회는 한정된 공간을 넘은 원도심이다. 인천의 역사는 깊다. ‘오래된’ 도시에서 새로운 ‘미래’를 여는 방법으로, 우리 시는 개발이 아닌 ‘재생’을 택했다. 낡은 것을 부수어 새로 짓지 않고, 다시 살리겠다는 뜻이다. 새로운 미래는 바다에서 시작된다. 1883년 10미터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열린 바닷길, 인천 내항이 시민 품에서 제2의 개항을 맞는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장│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1883년 개항해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인천 내항.
영욕의 135년을 지나, 내항 바닷길이 새롭게 열린다.
닿을 수 없던 바다, 시민 품으로
이른 아침 인천 내항, 인천항만공사(IPA) 홍보선 에코누리호가 힘차게 닻을 올렸다. 바다를 곁에 두고도 누리지 못하던 시민들이 배에 올랐다. 내항은 1883년 제물포항으로 개항했다. 10미터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열린 새로운 길. 1974년 갑문이 완공되고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부두가 건설되면서, 내항은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인천 시민은 산업발전에 뒤따르는 환경오염과 교통문제를 참고 견뎌야 했다. 보세구역이자 국가 보안시설에 가로막혀 자유롭게 드나들수도 없었다.
오래도록 닫혀 있던 내항 바다가 품을 활짝 연다. 2016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된 ‘인천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으로 내항과 월미도, 개항장, 동인천역 일원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정부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된 ‘내항 1·8부두 항만재개발사업’과 내항 재생의 청사진을 담은 ‘인천 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 수립’도 함께 추진한다.
“동구 만석동과 화수동 일대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어요. 산업 항으로서 내항의 역할은 끝났습니다. 맞지 않는 옷이라면 벗어던져야지요. 시민을 위한 친수 공간으로 내항의 기능을 바꾸어야 합니다.” 인천도시지원디자인연구소의 장회숙 소장은, 내항이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관으로 이뤄진 내항 답사 현장
시민이 꿈꾸는 내항의 미래
국가 발전을 위해 내주었던 항만이 인천의 품으로 돌아온다. 일부 전문가와 개발업자가 아닌 시민의 뜻으로 내항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내항을 보고 느끼면서 내일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시민의 힘으로 내항의 미래를 열자는 취지로 올해 답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행사를 기획한 재생건축가 이의중 씨는 사업을 하기 전 많은 시민이 ‘내항을 걷고 미래를 상상하도록’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고민해 해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시민이 온전히 바다를 누릴 수 있습니다.”
바다의 도시에 살면서도 그 존재를 잊고 살았다. 항만을 곁에 두고도 향유하지 못하던 사람들은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노을이 떨어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인천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은 항만에 길이 나서 그 위를 맘껏 뛰어다니고 싶다고 했다.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은 한 대학원생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석유비축기지를 되살린 ‘문화비축기지’처럼 문화 공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각자 꿈꾸는 내일은 다르지만 “함께, 내항을 잘 살려보고 싶다”라는 마음은 같다. 협의회는 시민의 소중한 의견을 모아 책으로 엮어내, 사업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내항 바다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7부두에 있는 저장 시설 사일로(Silo)의
슈퍼그래픽 디자인은,
세계에서 가장 큰 책 조형물로 월드 기네스에
오를 예정이다.
시민과 한길을 걷다
내항 재개발의 시동은 ‘상상플랫폼’이 건다. 인천항 8부두에 있는 옛 곡물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으로 CJ CGV가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1978년 세워진 창고는 전체 넓이 1만2,150m²로, 기둥과 내벽이 없는 단일 창고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제 기능을 잃고 2016년 문을 닫았다.
시는 내년 상상플랫폼을 시작으로 1·8부두, 인천역사, 월미도 복합단지 등의 재생사업을 현실화하고 인천만의 해양문화벨트를 구축할 방침이다. 차이나타운과 내항을 데크 다리로 연결해, 오른쪽으로는 북성포구를 왼쪽으로는 내항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장회숙 소장은 “일부 도로 상황을 개선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며, “사람은 누구나 바다에 대한 향수를 품고 있다. 바다를 매개로 사람들을 인천으로 모아야 한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원도심 재생에 마중물을 붓는 중요한 단계다. 그만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기업이 공공성을 무너트리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문화기획자 고경표 씨는 “많은 인천 시민이 내항에 올 기회가 없어, 생각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의중 건축가는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 자산이다. 시민이 머리를 맞대고 가장 좋은 재생 방안을 도출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시민이 원하는 바를 누리게 하는 것이 시의 목적이고, 우리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시와 시민이 서로 맞춰가면서 같은 길을 가야 한다”라며 시민의 입장과 시의 방향은 결코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다.
내항을 어떻게 재생하느냐에 따라, 인천의 미래가 바뀐다. 시는 100년, 200년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시민의 의견에 귀 기울여, 내항의 활용 방안을 신중히 결정할 방침이다. 물론 시민을 위한 공공성은 반드시 확보한다. 시민 의견 수렴은 시의 원도심 재생 기본 원칙이다. 10미터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열린 바닷길. 인천 내항이 시민 품에서 새롭게 태어날 그날을 기다린다.
월미산 전망대에서 보이는 인천 내항.
꿈과 희망을 실은 배가, 내일 더 큰 바다를 항해한다.
information
인천 내항
선석수 46개
부두 길이 9,838m
하역 능력 3,816만1,000톤
취급 품목 자동차·잡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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