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생 소성주
2018-12-04 2018년 12월호
브랜드, 지역 정서를 담다
생 소성주
글 이종선 시 브랜드전략팀장

프랑스 술 하면 와인을 떠올리고, 일본 술 하면 대부분 사케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술은? 당연히 막걸리다. 특히 막걸리는 각 지방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지역 특산품이 많다. 서울의 장수, 양평의 지평, 부산의 금정산성처럼. 인천은? 당연히 소성주다.
소성주는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때 인천의 지명이었던 소성현에서 따온 이름이다. 인천의 막걸리는 1938년 대화주조란 이름으로 설립된 양조장을 중심으로 1974년 5월 인천지역의 대화, 천일, 만석, 동아, 용강, 삼화, 영춘, 소성, 대동, 영화, 신창 등 11개 양조장이 합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소성주는 80년 넘게 인천 시민들과 애환을 함께했으며, 1990년 1월 최초로 쌀 막걸리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혁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소성주에는 재미있는 점이 많다. 먼저, 소성주는 반제품이다. 대부분의 막걸리는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방부제를 넣는다. 반면, 소성주는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아 효모가 서서히 발효되는 살아 있는 막걸리다.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유통기한도 짧을 수밖에 없다. 맛을 위해 유통기한을 포기한 뚝심을 느낄 수 있다. 반제품이라서 소성주의 병뚜껑도 완전 밀폐가 아니라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빈틈을 두었다. 소성주를 비스듬히 두면 약간 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바깥과 호흡해야 소성주는 살아 있는 막걸리가 된다.
소성주는 출하된 후 시간에 따라 마시는 맛도 달라진다. 출하된 직후와 이틀 뒤, 5일 뒤의 맛이 다 다르다. 젊은 사람들은 바로 나온 소성주가 입맛에 맞는다고 하고, 술꾼들은 5일 지난 소성주가 입에 달라붙는다고 한다.
소성주는 라벨에도 재미를 담았다. 쥐, 소, 말 등 12간지의 동물 이미지를 라벨에 표현했다. 술자리에서 자신의 띠를 얘기하면서 마시는 즐거움, 12간지 동물들을 찾는 즐거움을 주기 위함이다. 한 가지 라벨만으로 시장에 내놓는 다른 지방의 막걸리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소성주만의 포인트다.
80년간 인천 시민들과 애환을 함께했던 소성주. 부평에 있는 인천탁주 제1공장에는 인천탁주 역사관이 있다. 인천 막걸리의 변천사를 볼 수 있고 소성주의 12간지 모든 병의 디자인도 볼 수 있다. 이번 주말엔 인천탁주 역사관을 둘러보고, 소성주를 마시며 한 주를 잘 견뎌낸 내게 격려를 해주고 싶다.

- 첨부파일
-
- 이전글
- 내일을 위한 기도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