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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새해 남북 평화의 파시波市’를 기다리며

2019-01-16 2019년 1월호


‘남북 평화의 파시波市’를 기다리며

글 김진국 본지 총괄편집국장


 
푸른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저만치서 물결이 밀려오고 있었다. 바다 빛깔과 구분된 거대한 황금물결이었다. 이리저리 출렁이는 파도의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고기 군단은 해안 쪽을 향하여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다가왔다.
섬에 가까워질수록 물고기 떼의 울음소리가 커졌다. 바람 소리 같기도 했고, 수십만 마리의 개구리들이 한꺼번에 우는 소리처럼도 들렸다.
“철퍼덕, 철퍼덕!”
해안에 닿은 물고기 떼가 크고 작은 물장구를 일으켰다. 뿌연 물보라에 햇살이 내려앉으며 수면 위로 옅은 무지개가 피어났다. 무지개 사이로 배가 누렇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녀석들이 튀어 올랐다. 섬을 에워싼 바다 전체가 금빛 물고기들로 퍼덕거렸다.
살구꽃이 필 무렵, 연평도엔 거대한 ‘참조기 떼’가 찾아들었다. 산란을 위해 찾아온 수백억 마리의 조기 떼를 잡으려고 수천 척의 배들이 함께 들어왔다. 황해도, 경기도, 평안도 등지에서 온 어선들은 조기를 잡지 않고 ‘퍼서’ 담았다. 그야말로 ‘조기 한 바가지, 물 한 바가지’였다.
조기 떼가 들어온 연평도엔 일시적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바다 위의 시장 ‘파시’(波市)가 서는 한두 달 정도의 기간, 한적하던 섬은 시끌벅적하고 흥청망청한 도시로 변신했다. 어획물을 사고파는 어선과 상선은 물론 선구점과 음식점, 목욕탕에서부터 여관, 술집, 대서소까지 들어와 섬 전체가 들썩였다. ‘물새’라고 불리는 여인들이 ‘한 물 뜨러온’ 사내들을 유혹하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돈 실러 가세, 돈 실러 가세 / 연평바다로 돈 실러 가세…’란 ‘연평도 배치기소리’의 첫 구절처럼 파시가 형성되면 섬에 돈이 넘쳐흘렀다. ‘개도 돈다발을 물고 다닐’ 정도였다.
흑산도, 위도와 함께 서해안 3대 파시였던 ‘연평파시’가 소멸한 시기는 1960년대 말이다. 대규모 안강망 선단이 어린 물고기까지 잡아들인 남획의 결과, 조기 떼는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조기 떼가 떠난 지 반세기가 다 된 2019년 새해, 서해5도에 파시가 다시 선다. ‘남북 평화의 파시’다. 인천시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축 사업을 추진하며 올해 해상파시를 부활하고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무엇보다 남북 공동의 이익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차단, 어장 확대로 서해 5도 주민들의 경제 여건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연평도는 본래 30km 거리의 ‘해주’ 문화권에 속한 섬이었다. 시가 인천~해주 항로를 개설하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황해에서 조기 떼가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허나, 조기이면 어떻고 꽃게이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북의 어민들이 공유의 공간에서 어우러져 삶터를 일구며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사실인 것을. 혹 아는가. 남북공동어로구역 실현과 동시에 조기 떼가 금빛 물결을 일으키며 귀환하는 기적이 찾아들지….
서해평화협력시대의 역사적 개막을 앞 둔 2019년 새해 새 아침, “부걱 부걱” 어디선가 황금조기 떼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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