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남북, 비 온 뒤 하늘 같기를
남북, 비 온 뒤 하늘 같기를
인천항이 내려다보이는 중구 해안동은 근대 건축물이 많은 곳이다. 인천은 1883년 개항과 동시에 박영효와 유길준의 노력으로 도쿄(東京)의 추쿠지(中宮寺) 활판소에서 활판 인쇄기와 정교하게 제작된 연활자를 인천항을 통해 들여온다. 그리고 이 연활자로 그해 10월에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를 발행함으로써 출판 인쇄 문화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를 마련한다.
해안동은 1940년에 인천에서 잠시 활동한 판화가 사토 요네지로(佐藤米次郞)와도 인연이 있다. 그는 일본 근현대 판화의 대표적인 작가이며 서양화가 최영림의 스승인 무나카타 시코(棟方志功)와 동향인 아오모리현(靑森縣) 출신 화가로 ‘인천각’과 ‘월미도 풍경’ ‘해상인천망견’ ‘송도풍경’ 같은 해안동과 근교의 풍경을 다색 목판화로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나의 연작 판화인 ‘인천 10경-해안동’도 인천항에서 바라본 해안동의 진경이어서 지금도 아끼는 작품 중 하나다. 또 하나의 연작 판화인 ‘인천 10경-소래포구’도 포구의 갈매기 떼 울음소리와 어선의 갯내가 물씬 풍기는 삶의 현장을 스케치한 것이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8년 전 일이다.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던 연평도 포격이 있은 후 인천 작가들과 함께 연평도 현장을 답사한 일이 있다. 그리고 제작한 판화가 바로 ‘연평도 2010년 11월 23일’과 ‘연평도 포격’이다. 포탄으로 시커멓게 탄 마을을 바라보면서 분단을 극복하고 남북의 평화 무드를 조성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고 절망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비 온 뒤 깨끗한 하늘이 보이듯 남북 화해의 앞길은 맑아 보인다. 천만다행한 일이다. 이제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 평화 프로세스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활기차게 진행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연평도 2010년 11월 23일 다색 목판화 84X122cm 2011년작
연평도 포격 다색 목판화 72X120cm 2012년작
인천 10경-소래포구 다색 목판화 68x54cm 2010년작
인천 10경-해안동 다색 목판화 68X54cm 2010년작
글·그림 홍선웅 판화가
홍선웅은 치열한 현실을 예술로 승화시킨
판화가다. 대표 저서로 <한국근대판화사>
가 있다.
- 첨부파일
-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