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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울려 퍼지는 ‘살롱’으로의 초대
봄이 울려 퍼지는 ‘살롱’으로의 초대
공간은 곧 사람을 의미한다. 숨 쉬고 머무는 자리마다 살아온 시간과 삶을 대하는 태도, 생각이 스며든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아주 사적인 공간’에 들어가, 그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인천을 본다. 그 네 번째로, 우쿨렐레 레슨 1인 크리에이터(1인 방송 콘텐츠 제작자) 실버렌(조은비·37)의 작업실을 찾았다. 디지털 세상 너머 일상 속으로, 봄 같은 음악을 퍼트리는 ‘살롱’으로의 초대.
글 정경숙 본지 편집장│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새봄 같은 시작
봄은 영어로 스프링(Spring)이다. 밝고 생기 넘치고 활기차다. 여기서 ‘톡’ 저기서 ‘톡’ 터지는 꽃망울처럼 마구 솟아 오른다. 우쿨렐레(Ukulele)는 봄 같은 악기다. 작은 기타처럼 생긴 이 현악기는, 19세기 포르투갈 이민자들이 하와이로 전하면서 전 세계로 알려졌다. 하와이어로 ‘튀어 오르는 벼룩’을 뜻하는 이름처럼, 가볍고 경쾌한 소리가 매력적이다. 또 몸체가 작고 가볍고 가격이 저렴하며 연주하기 쉬워 널리 사랑받고 있다.
조은비 씨는 뉴미디어 채널에 우쿨렐레 레슨 방송을 운영하는 1인 크리에이터다. 서구 당하동에 있는 신혼집 아파트가 그의 개인 방송국이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그는 5년 전 결혼하면서 천안에서 인천으로 왔다. “전에는 인천 하면 국제공항을 먼저 떠올렸어요. 여행 중 스쳐 지나는 도시로만 생각했는데 ‘인천댁’이 되었네요. 우리 동네는 교통이 좋으면서 번잡하지 않아서 살기 좋아요. 사람들도 따듯하고요. 그새 정이 들었어요.”
정거장인 줄 알았는데 종착지가 됐다. 새 길도 열렸다. 그는 지난해 7월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에서 운영하는 ‘1인 방송콘텐츠 제작자 양성 및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실무교육’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선생님에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두 달간 하루 여덟 시간 꼬박 수업을 들었다. 난생처음 콘텐츠를 기획하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며 뜨겁게 여름을 보냈다. 두 달 만에 유튜브(YouTube) 채널 ‘실버렌티아데(Silverrentiade)’를 오픈했다.
“안녕하세요~ ‘실버렌’입니다~”
가르치는 게 천직인 음악 선생님이 온라인에
우쿨렐레 레슨 채널을 열었다.
1,800여 명의 구독자가 매주 그의 방송을 기다린다.
작은 책상 위에 꾸린 1인 방송국.
조명을 사고, 마이크를 구하고, 노트북을 마련하며
하나하나 장비를 채웠다.
10년 전 거금 100만원을 주고 산 카메라.
지금은 휴대전화보다 카메라 기능이 못하다.
이 카메라로 처음 우쿨렐레 레슨 동영상을 제작했다.
부부와 고양이 은이, 준이, 송이가 함께하는 삶의 터전이자 작업실.
일과 생활의 구분이 없어 때론 힘들지만,
고양이들과 늘 함께할 수 있어서 좋다.
검색 창에 ‘실버렌티아데’를
“우쿨렐레를 혼자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영상이에요. 살다 보면 누구나 악기 하나쯤 연주하고 싶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 작지만 소중한 꿈을 이뤄드리고 싶습니다. 음악은 삶을 풍요롭게 하니까요.”
클래식을 전공한 그가 처음 우쿨렐레를 접한 건 12년 전,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칠 만한 악기를 찾으면서부터다. 혼자서도 악보를 보고 연주법을 익힐 수 있었다. 통통 튀는 경쾌한 소리도 마음을 끌어당겼다. 어른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 1,800여 명의 구독자가 그의 방송을 기다린다. 그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작은 작업실에서 무한대의 세상으로 전파를 쏘아 올렸다. 악기를 선택하고 연주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소소한 삶의 행복을 전했다. 바람 좋은 날에는 정서진 노을을 화면 가득 채우고,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캐럴을, 밸런타인데이 때는 사랑 노래를 들려주었다. 구독자가 500명, 1,000명으로 넘어갈 때는 깜짝 이벤트도 열었다.
그렇게 15분짜리 영상이 완성되기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과 노력이 뒤따른다.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그리고 대본을 쓰고 악보 만드는 작업이 이어진다. 영상을 촬영한 후에는 편집에만 하루를 쏟아붓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편 김준제(39) 씨는 댓글을 살피고 방문자 현황과 선호하는 콘텐츠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다.
“주말에 일주일 내내 준비한 영상을 채널에 올리고 나면, 시험을 마친 수험생처럼 홀가분한 기분이 들어요. 그러고 나서 또 다음 영상을 고민하지만, 그래도 즐거워요. 특히 제 방송을 보고 우쿨렐레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솟아요.” 작심삼일로 집안 어디엔가 잠들어 있는 악기가 있다면 흔들어 깨워보자. 유튜브 검색 창에 ‘실버렌티아데’를 입력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디지털 세상 속, 21세기 살롱
‘실버렌티아데’라는 채널 이름은 슈베르트가 자신의 음악을 좋아하던 친구들과 함께 예술을 즐기던 모임 슈베르트의 밤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에서 착안했다. ‘커서 어른이 되면 슈베르티아데 같은 모임을 만들 거야.’ 열 살 때이던가, 음악을 먹고 자라던 꿈 많던 시절 슈베르트의 위인전을 읽으며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17세기부터 유럽에서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살롱 문화가 활발히 이뤄졌어요. 저도 언젠가는 온라인 세상 밖 사람들이 만나 음악으로 하나되는 슈베르티아데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어느 시대나 문화와 예술의 흐름을 이끄는 사람들은 있었다. 화창한 봄날, 21세기 살롱 ‘실버렌티아데’가 디지털 세상 너머 일상 속으로 음악의 향기를 퍼트리고 있다.
우쿨렐레는 봄 같은 악기다.
하와이어로 ‘튀어 오르는 벼룩’을 뜻하는 이름처럼,
가볍고 경쾌한 소리가 매력적이다.
우쿨렐레는 소리가 경쾌하고 배우기도 쉽다.
15분짜리 동영상 하나를 보면 한 곡을 익힐 수 있게 프로그램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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