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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
인천이 묻고, 세계가 답하다
세계가 인정한 ‘살고 싶은’ 도시 탐방
안데르센, 인어공주보다 ‘시민’
우리 시 민선 7기 시정 슬로건은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이다. 거창한 구호 대신 소박하지만 핵심이 담긴 메시지다. 시민 참여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해외 선진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네 번째는 영국의 정치·경제 분석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선정한 ‘2018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TOP 10’에 이름을 올린 덴마크 코펜하겐(Copenhagen)이다.
글 이진희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사진 셔터스톡
시민을 위해 뻗은 다섯 손가락
코펜하겐은 덴마크 본토가 아닌 셸란섬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 바이킹 시대부터 어촌 마을로 형성됐으며, 현재는 스칸디나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외레순 다리로 스웨덴 말뫼와 연결되어 있는 덴마크의 수도다. 니하운 운하를 따라 키를 맞춰 서 있는 색색의 건물들과 바다와 어우러진 푸른 녹지, 세련되고 현대적인 건축물 등 코펜하겐은 북유럽 특유의 아름다움을 보유하고 있다.
코펜하겐이 살기 좋은 도시인 이유는 아름다움을 넘어 사람 중심으로 계획되었기 때문이다. 1947년 수립된 ‘손가락 계획’은 코펜하겐 시내와 주변 개발의 기초다. 도시의 기본 구조는 손바닥에 해당하는 코펜하겐 시내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펼쳐지는 다섯 손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바닥에서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광역 철도인 S-토그(S-tog)를 통해 시내와 교외가 연결되며, S-토그 외에도 L-토그, Re-토그, 외레순-토그 등의 광역 철도 노선이 스웨덴까지 이어져 있고, 대부분의 철도역에서는 도시 철도나 버스로의 환승이 가능하다. 손가락 계획을 통해 대중교통 노선을 따라 도심에 집중된 주요 시설을 분산시켰으며, 손가락 사이에 해당하는 지역은 녹지와 농지로 보전해 도시 내 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도시가 성장하면서 손바닥에 해당하는 도심 지역이 확장되자 2007년 새로운 손가락 계획을 수립하면서 녹지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방사형 도로가 도시의 주요 축을 형성하고 사무용 고층 빌딩과 문화 시설이 역 주변으로 배치되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이 편리하다.
인구보다 많은 자전거 천국
사람 중심의 도시 계획에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자전거 중심의 교통 체계다. 코펜하겐은 세계 최초로 자전거 전용 도로를 건설한 도시이자, 2007년 최초로 국제사이클연맹 UCI(Union Cycliste Internationale)로부터 ‘자전거 도시’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도시다. 코펜하겐시는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전거 중심의 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오늘날 약 45%에 달하는 시민들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자전거는 덴마크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시내의 자전거 대수는 코펜하겐 인구보다 많다. 2010년 코펜하겐 시내의 자전거 도로 총 연장 길이는 400km를 넘어섰으며, 지난 10년간 설치된 자전거 도로만 40km가 넘는다. 안전하고 편리한 자전거 이용을 지원하기 위해 자전거 중심의 신호 체계가 마련됐고, 지하철과 공원, 버스 정류장, 일반 상점을 중심으로 도시 전역에 자전거 보관 시설만 3만 개 이상 존재한다. 자전거 이용자는 별도의 요금 없이 S-토그 등의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탈 수 있으며, 기차 내에는 자전거 보관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시내 도로변에는 약 5만 대의 자전거 주차 공간이 확보되어 있고, 2009년부터 상업용 신축 건물의 경우 종업원 2인당 1대의 자전거 주차 공간을, 주거용 건물은 100㎡당 2.5대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코펜하겐 항구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서클브리지(Cirkelbroen)와
터치 스크린 태블릿이 달린 공공자전거(Bycyklen)
세계가 닮고 싶은 도시
자전거 관련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뱀의 형태를 닮은 곡선 모양의 자전거 전용 다리인 ‘바이시클 스네이크(Bicycle Snake)’다. 길이 230m, 폭 4.6m의 다리로 코펜하겐 항구를 이용하는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를 위해 건설됐다. 2010년 계획이 시작되어 2014년 완공됐으며,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이동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밝은 오렌지색 램프를 사용해서 매력적인 경관을 제공한다. 바이시클 스네이크는 코펜하겐의 새로운 명소로서 도시의 질을 높이고 자전거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있다.
최근 코펜하겐은 도시 전역에 걸쳐 LED 가로등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통행량에 따라 가로등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되면 에너지 절약과 이용자 편리함 제고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렇듯 코펜하겐의 도시 정책은 이용자의 편리함에 우선순위를 두는 동시에 환경 보전과 에너지 절약이라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도시들이 자전거 도로 확충과 스마트 가로등 설치, 사람 중심의 공간 조성 등을 통해 코펜하겐을 닮고자 한다.
자전거 전용 다리 ‘바이시클 스네이크(Bicycle Snake)’와
스포츠와 문화 활동을 위한 도시 공원 ‘슈퍼킬른(Superkilen)’
인천시와 코펜하겐은 관문 도시이자 주변 대도시권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등의 공통점이 있다. 경인아라뱃길을 따라 설치된 자전거 길은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되고 있으며, 송도국제도시의 풍부한 자전거 도로는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미 인천시는 코펜하겐과 같이 자전거 중심의 살기 좋은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더욱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과의 연결과 자전거 전용 주차장 설치, 안전시설 확보 등이 이루어진다면, 인천은 명실상부 살기 좋은 도시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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