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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땀 스민 손이, 곧 미래다
귀한 땀 스민 손이,
곧 미래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무수한 기사와 소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물론이고 1차, 2차, 3차 산업을 융·복합화한 6차 산업이라는 명칭까지 나올 만큼 세상은 하루하루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분야도 많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묵묵히 기술을 익히는 젊은 미래들이 있다. 인천기능경기대회 입상자들을 만났다.
글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우수한 기능인을 양성해 온
‘기능경기대회’
기술·기능인의 축제인 인천기능경기대회가 지난 4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인천기계공고 등 6개 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36개 직종에 288명이 참가해 경쟁을 벌인 결과 금메달 38명, 은메달 37명, 동메달 37명, 우수상 19명으로 총 131명이 입상했고, 입상자에게는 메달과 상금이 수여됐다. 또 대회 1, 2, 3위 입상자는 오는 10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54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인천시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전국대회 상위 입상자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기능경기대회의 참가 선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산업이 골고루 발전하려면 뿌리산업부터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균형적으로 발달해야 한다. 기능경기대회 참가 선수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기계, 장비와 씨름하고 땀 흘리면서 자신의 밝은 미래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미래의 인재다. 기능경기대회 출신 우수 선수들에 대한 우대와 채용의 길이 점차 넓어져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해사고등학교 3학년 이수연
호기심과 열정으로 키운 꿈
용접 부문 출전 여고생
용접 마스크 뒤에 하얗고 앳된 얼굴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이번 인천기능경기대회 용접 부문에서 우수상을 거머쥔 이수연(18) 학생. 해사고등학교 3학년인 그녀가 남자들도 체력적으로 힘든 용접 작업에 빠져든 데는 학교 동아리 실습실에서 용접봉을 잡고 불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면서다.
“저희 학교는 항해사와 기관사를 육성하는 고등학교예요. 용접이나 전기 관련 부문이 선박을 운영하는 기관사한테 중요하기 때문에 동아리에서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용접이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 뭔가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학교에서 기능경기대회에 도전해 보라고 지원해 주었다.
대회를 앞두고 다리를 다쳐서 깁스까지 해야 했지만, 17시간 동안의 작업을 모두 마치고 좋은 성적을 거둔 그녀는 함께 용접을 공부했던 학교 친구들이 모두 입상해서 더욱 기뻤다. “친구들이랑 주말마다 용접에 매달렸는데, 이제 주말에 여유가 생기니까 너무 허전해요. 다시 또 새로운 뭔가에 도전해 보려고요.” 기관사가 되기 위해 해사고등학교를 지원했는데, 요즘엔 또 해양경찰관이 자꾸 멋있어 보인다는 꿈 많은 그.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그의 도전이 기대된다.
도림고등학교 3학년 박동화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꿈
대를 잇는 기술인 가족
“어릴 때부터 블록, 종이접기 같은 걸 좋아했어요. 주변에서 손재주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목공일을 하시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나무 만지는 게 좋아지더라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일에 푹 빠져 지내다 보니, 좋은 결과까지 얻게 돼 기쁘다는 박동화(18) 학생은 이번 대회에서 목공예 부문 금메달을 땄다.
“본격적으로 목공예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썩 내키지 않아 하셨어요. 진로를 선택하는 폭이 좁아지지 않을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이셨죠. 하지만 정말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걸 아시고는 지금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셨어요.”
도림고등학교에 우드공예 동아리를 만들어 3년 내내 동아리 부장으로 활동하고, 도서관을 통해 재능 기부까지 해온 그는 전국대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전국의 고수들이 모이는 대회잖아요. 전국대회 입상이 목표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실력을 눈으로 보면서 배울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설레요.”
산업 현장 교수가 꿈이라는 그의 올해 목표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보존과학과에 진학하는 것과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하는 것이라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대부분의 일을 기계가 한다고 하지만, 문화재 복원·보수는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지 않겠어요?”
나무를 파내고 다른 나무를 끼워 맞추는 상감 기법으로 난초를 표현한 찻상.
금융고등학교 3학년 피우방 마타나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용기
다문화 출전 선수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멋진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요.”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은메달을 따낸 피우방 마타나폰(18) 학생은 태국 출신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인천으로 이사 온 그는 한국말이 서툴러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중학교 시절이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고 말한다. 점점 소심해졌던 그는 홀로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게 됐고, 그때부터 애니메이션 작가에 대한 꿈을 꾸게 됐다.
꿈을 이루기 위해 금융고등학교 애니메이션과를 진학한 그녀는 무엇보다 학교 친구들을 큰 재산으로 꼽는다. “애니메이션 작업은 각 파트별로 분업해서 완성하는 일인데, 대회에서는 모든 걸 혼자 해야 하거든요.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친구들이 위로하고 격려해 줘서 이번 대회에서 많은 힘이 됐어요.”
은메달을 땄기 때문에 당연히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되지만, 국적이 태국이라 전국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단다. 현재 금융고등학교에서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질의해 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전국대회에 참가해서 같은 분야에서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흔히 요즘 젊은이들이 땀 흘리고 인내심이 필요한 어렵고 힘든 일보다는 쉽고 편한 일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능경기대회 참가 선수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기계, 장비와 씨름하고 있다. 앞으로 젊은 세대들의 꿈을 위해 기능경기대회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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