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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 문화를 바꾼 쿠키 영상
2019-05-01 2019년 5월호
영화 관람 문화를 바꾼
쿠키 영상
글 장훈 시 미디어담당관

영상을 업(業)으로 하는 친구가 있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가면,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에게 영화의 끝은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스크린이 꺼지는 그 순간이다. 엔딩 테마곡을 만든 작곡가에게도,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수많은 스태프와 후원자들에게도 동업자로서 예를 지키겠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실제로 엔딩 크레디트가 끝나기까지 기다려주는 관객은 흔치 않다. 그런 그들을 끝까지 자리에 머물게 한 영화가 있다. 바로 마블 시리즈이다. 마블 영화에는 엔딩 크레디트를 전후해 두세 개의 쿠키 영상이 들어간다. 이어지는 다음 편 혹은 마블의 다른 영화의 내용을 암시하는 단초가 들어 있다.
마블의 쿠키 영상은 영화관의 풍경을 바꿨다. 아이들이 먼저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며 부모를 잡아 앉게 한다. 그중 몇몇은 스태프와 후원사들의 이름을 읽어보기도 한다. 홍보를 하는 관점에서 꽤 의미 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고객들이 꼭 보았으면 좋겠지만, 주목을 받기 어려운 콘텐츠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하느냐의 해답이 여기에 있어 보인다.
물론 조건이 있다. 먼저 킬러 콘텐츠의 존재이다. 본편이 재미있어야 속편을 기다리는법이다. 그리고 속편이 기대되어야 예고 쿠키 영상도 보게 된다. 마블 영화의 재미는 그 흥행에서 입증된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그 재미있는 작품을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는 그 이름들일 것이다. 그들을 존중할 때 영화는 더 나아진다. 마블이 그 평범한 상식을 잊지 않고, 쿠키 영상을 통해 보답한 것은 아닌가 유추해 본다. 그러한 마블의 철학이 좋은 본편을 만들 수 있는 원천이 아니었을까?
두 번째, 시선을 끌어당기는 쿠키 영상 그 자체다. 짧지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쿠키 영상은 극장을 나오는 사람들에게 많은 상상과 이야깃거리를 준다. 성급하게 먼저 나온 관객들에게는 후회와 함께 ‘다음엔 꼭 보고 나와야지’하는 다짐을 준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된다.
마지막으로 적당한 속도로 올라가는 엔딩 크레디트와 음악의 효과이다. 눈을 어지럽히지 않는, 그렇다고 너무 지루하지도 않은 속도로 관객들에게 쿠키 영상을 기다리게 하는 실력이 남다르다. 엔딩 크레디트 영상은 글자도 영화이다.
공공 홍보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시선을 끌고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재미만을 추구하면 공공성의 의미가 사라진다. 결국 알리고 싶은 것을 목표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홍보라면, 마블의 쿠키 영상 전략은 좋은 공부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특히 홍보의 기본인 내부 고객을 먼저 챙기는 모습은 훈훈함까지 더해준다. 세상에 이유 없는 최고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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