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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보는 10개의 시선
도시를 보는 10개의 시선
글 박민주 인천도시역사관 학예연구사
첫 전시. 김보섭 작가의 ‘시간의 흔적’(인천의 공장 지대)
역사 전시를 주로 하는 박물관은 재미없다는 느낌이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역사’라는 학문과 ‘유물’이 갖는 이미지 자체가 딱딱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 대신 ‘예술’을 넣고, 유물을 ‘사진 혹은 미술 작품’으로 바꾸면 어떨까? 인천도시역사관에서 2019년 들어 처음으로 시도하는 ‘도시를 보는 10명의 작가’전(이하 ‘작가전’)은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작가전은 인천이라는 도시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열 명의 작가를 선정해 전시회를 개최하는 일종의 초대전이다. 사진과 미술 분야에서 선정된 열 명의 작가는 이미 수차례의 전시 경험이 있는 기성 작가와 이제 막 지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진 작가로 적절하게 구성했다. 열 명의 작가는 각각 자기만의 시각에서 ‘인천’을 바라보고 작업해 왔고, 그 작업의 결과물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한다는 것에서 작가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실 작가전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고 해야 옳다. 당시 인천도시역사관은 과거 작은 전시가 진행됐던 공간을 다목적실 ‘소암홀’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꾸몄다. 그리고 이곳에서 특별전 ‘오래된 가게, 노포’의 두 번째 파트로 ‘인천 노포, 사는 곳을 담다’라는 사진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는 역사와 유물이 아닌 사진이라는 오브제의 활용 방식으로 새롭게 시도됐고 관람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가 끝난 후 앞으로 소암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66㎡ 남짓한 이 공간에서 기존에 박물관이 해왔던 방식의 전시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그간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시도할 것인지 판단해야만 했다. 작가전은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이었다. 작가전은 크게 세 가지 목적에서 기획됐다. 우선 300만 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거대 도시 인천을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다양할 터인데, 작가들은 어떤 시각으로 이 도시를 바라볼지 궁금했다. 이제 막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진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려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기획 전시는 많아야 일 년에 두세 차례 개최되는 것이 고작이다. 매달 작가와 주제를 달리해서 개최하는 작가전은 조금 더 다양한 전시를 보다 자주 관람객들에게 선보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했던 나에게 작가전은 도전의 시간이면서, 또 다른 세계를 배우는 공부의 시간이 되고 있다. 때마침 이 글을 작성하고 있을 때 읽고 있던 엄기호의 <공부 공부>라는 책에서 본 문장이 떠오른다.
“공부란 분별의 힘을 키워가는 과정”이며, “분별의 힘이 있을 때 비로소, … 대상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이 문장처럼 달마다 작가전을 준비하는 시간은 나에게 있어 그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을 익혀가는 시간이 되고 있다. 한편으로 ‘인천’이라는 지역을 이해하는 데 있어 예술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얻은 것 같아 기쁘다.
2019 ‘도시를 보는 10명의 작가’전
전시 기간 : 2019년 3월~2020년 1월 2일(매월 마지막 수요일 개막)
전시 장소 : 인천도시역사관 2층 소암홀
4월 24일~5월 6일 / 고제민 / 기억과 삶을 품은 공간 – 인천
5월 29일~6월 12일 / 류재형 / 잊혀져가는 철길, 주인선을 가다
6월 26일~7월 9일 / 유광식 / 얼음집이 녹는다
7월 31일~8월 13일 / 김성환 / 인천, 국제도시를 꿈꾸다
8월 28일~9월 10일 / 오현경 / 나무의 복수
9월 25일~10월 9일 / 임청하 / 집의 지표
10월 30일~11월 12일 / 오석근 / 인천(仁川)
11월 27일~12월 10일 / 조오다 / 겹쳐지는 인천 도시를 증명하다
12월 18일~ 2020년 1월 2일 / 노기훈 / 1호선
작가와의 대화
시간 : 매월 마지막 수요일 오후 7~8시
장소 : 인천도시역사관 2층 소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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