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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재탄생

2019-06-03 2019년 6월호


장소의 재탄생
 
시간과 공간,
일상이 공존하는
인천아트플랫폼

 

글 황순우 건축가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황순우는 문화·예술 기획과 지역 재생을
실천하는 건축가이다.
저서로는 <골목과 한 칸>이 있다.

 



 
인천시 중구 해안동 일대는 1883년 개항 이후 최초로 근대적인 도시계획이 도입된 곳으로 외국인 거주 지역에 건설된 많은 건축물과 도로의 원형을 볼 수 있는 지역이나 여타의 원도심이 그러하듯 주변 지역이 낡고 쇠락해 슬럼화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근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침략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근·현대화 과정 속에서의 부정적, 긍정적 요소들도 미래 자산으로 포용하는 재창조 작업이 필요했다. 또한 문화재로 지정된 것만을 전통의 대상으로 보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점이 아닌 면 단위 개념의 지역과 지구, 일상과 관련된 생활유산, 비가시적인 역사적·문화적 분위기와 가시적인 기존 지역의 경관에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그 지역의 삶의 방식이나 생활양식이 잘 담겨 있고 사람들의 문화와 지역의 역사가 결합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개항장에서의 나의 건축 연작은 근대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일찍이 아버지의 고향인 ‘교동’이라는 섬에서부터 내가 태어나 자란 ‘작전동’과 ‘부평’의 기억은 근대의 시대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일상적인 공간으로 시대성을 일깨워준 장소이기도 하다. 1996년 스튜디오를 서울에서 인천으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는 개항장 일대의 작업에 집중하면서 40대를 보냈다. 2004년 4월 시작한 인천아트플랫폼(시각 예술)이 긴 진통 끝에 2009년 9월에 개관했고, 이러한 연장선에서 한국근대문학관(인문학 플랫폼)은 2010년 시작해 2013년 9월에 문을 열었다. 그 후 2016년 갤러리 서담재와 2018년 전주의 팔복예술공장을 마무리했다.
 
인천아트플랫폼에는 120년이 훌쩍 넘은 건물인 구 일본우선주식회사(1888~1889) 사옥과 고려농산 창고(1892), 그 외 동방운수(1902)와 1930~1940년대 들어선 물류 창고, 최근에 지은 빌라 등이 자리하고 있다. 기존 건물에 유리로 된 홀과 연결 통로를 구축하되 복원의 개념이 아니라 도시의 삶과 켜켜이 쌓인 변형된 흔적들을 남기는 작업들을 통해 시간의 공존을 꾀했다. 또한 융·복합을 위한 공유의 공간을 위해서는 단일 건물의 복합화뿐만 아니라 공간의 내부와 외부, 건물과 도시가 각기 다른 용도에 대응하는 다의적 공간을 계획했다.
시간적으로 근대의 건물을 일상으로 초대했듯이 공간 구성 또한 가로(Street) 개념으로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의 작가를 만나고 작품을 감상하는 우연을 제공한다. 원도심 개항장이나 차이나타운의 가로를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만나는 곳이 인천아트플랫폼이다.
‘300명의 아티스트가 도시를 바꾼다’라는 기치 아래 사람·공간·자원·문화·예술의 융·복합을 통해 장소성을 회복하고, 사회생태계의 재생이 일어나고, 지역 문화의 재창조를 꿈꾸었다. 역사의 기억 속에서 인천아트플랫폼은 예술의 ‘생성과 소멸’을 통해 ‘다시 개항’을 꿈꾸고 있다.


 

ⓒ 사진 황순우
갤러리 서담재의 야외 테라스(왼쪽)와
전주의 팔복예술공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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