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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⑮ 부평여자고등학교

2021-07-30 2021년 8월호

정성으로 준비하는 미래
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허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열다섯 번째 등굣길을 따라 부평여자고등학교로 간다.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사제 간의 깊은 사랑과 신뢰. 지성至誠을 통해 지성知性을 깨우치며 지성至聖으로 성장하는 그 길을 퇴직 교사 서성만 씨, 정은수 학생회장과 함께 걸었다.

글 전규화 자유기고가│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
아침 7시. 학생들이 등교하기 한참 전부터 교정을 쓸고 닦는다. 8시가 되면 교통 지도를 나서고, 등교가 마무리되는 8시 40분부터는 교문을 지킨다. 텃밭 관리도 소홀할 수 없다. 부평여자고등학교(이하 부평여고) 배움터 지킴이 서성만(65) 씨, 아니 서성만 선생님의 일상이다. 배움터 지킴이 일을 하기 전 그의 직업은 교사였다. 무려 34년이라는 시간을 선생님으로 살았다. 그중 11년을 함께한 곳이 부평여고다. 정년도 이곳에서 마쳤다. 3년 전, 교사 인생의 3분의 1을 함께한 이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고향 논산으로 귀향하려 했지만, 학교가 그를 간곡히 붙잡았다.
“부평여고를 거친 선생님들 중에는 초임 시절을 보내고 중견 교사가 되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학교에 대한 좋은 기억과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퇴직 후에도 학교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했다. 서성만 전직 교사는 이를 몸소 실천하며 살았다. 나이가 들었다고 대접받기를 바라기보다는 솔선수범했다. 그를 아는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아낌없는 존경을 보내는 이유다. 배움터 지킴이를 시작한 이후에는 ‘전직 교사’라는 타이틀도 꼭꼭 숨겼다. 학생회장인 3학년 정은수(18) 학생도 몰랐다.
“제가 입학했을 때부터 배움터 지킴이로 계셨어요. 그런데 우리 학교 선생님이셨다는 건 얼마 전에 알게 됐죠. 많이 놀랐고 또 존경스러웠어요.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지성여신. 지극한 정성이 있는 사람은 그 힘이 신과 같다는 의미로,

부평여자고등학교의 오랜 교육 철학이 담겼다.


아름다운 교정에 쌓이는 아름다운 추억
한여름 햇살을 흠뻑 머금은 교정이 싱그럽다. 바다 빛깔 운동장을 둘러싼 산책로를 서성만 선생님과 정은수 학생이 나란히 걷는다. 부평여고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이 추억을 공유하는 장소다. 부평여고는 교정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사시사철 꽃이 피는 숲과 오솔길이 백미白眉다. 매년 학기 초, 봄의 설렘을 안고 입학한 학생들은 그 길을 걸으며 친구가 됐고, 고민을 나누며 사제의 정을 키웠다.
“1년 내내 학생들로 가득한 곳이죠. 학교생활에 지치거나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때 한숨 돌릴 수 있는 휴식 같은 공간이에요.
초록의 한가운데에는 푸름이 있다. 부평여고 운동장은 때 묻지 않은 바다 빛으로 일렁인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하키 선수들의 연습 경기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운동장에 파란 인조 잔디를 깔았다. 인천의 명문 부평여고는 하키의 명문이기도 하다. 학교 개교 이듬해인 1983년 창단한 부평여고 하키팀은 2013년 ‘제32회 협회장기 남녀 하키대회’ 여자 고등부에서 우승기를 들어 올리며 전국을 제패했고, 2019년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도 여럿 배출하며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
“운동장이기도 하지만 부평여고 학생들에게는 ‘포토존’이기도 해요. 파란색 운동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거든요. 아마도 인천에서 졸업 사진은 부평여고가 제일 예쁠 거예요.”


부평여자고등학교에는 세대를 뛰어넘는 사제 간의 깊은 정이 흐른다. 

왼쪽부터 황경주 교장, 3학년 정은수 학생, 서성만 전직 교사.
 


부평여자고등학교의 트레이드마크인 파란색 운동장.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당시 하키 대표팀의 연습 경기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성됐다.

부평여자고등학교의 역사와 성과가 기록된 공간


정성을 다해 배우고 가르치다
정은수 학생의 남은 여고 시절은 이제 딱 한 학기다. 쏜살같이 지나간 2년 6개월, 그중 절반이 코로나19로 점철됐지만, ‘부평여고인’이라는 자부심만은 변함없으리라.
“고등학교 입학 전에 가장 관심을 뒀던 부분은 ‘대학 진학률’이었어요. 학습 분위기는 어떤지, 비교과 활동은 얼마나 다양한지 등이 선택의 기준이었죠. 2년 반 동안의 학교생활은 제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 줬어요. 치열하게 공부하고 즐겁게 생활하며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배움의 의지가 강한 학생, 그런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행정실 직원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진 부평여고의 가장 큰 특징은 ‘민주적인 학교 문화’다. 학생의 자율성 보장을 통해 학생 자치를 활성화하고, 학교 공동체 3주체 토론회를 거쳐 학교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등 토론과 협의가 중심이 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고교 학점제 선도 학교와 기후 생태 교육 시범 실천 학교 운영, 일반고 역량 강화 사업 등으로 미래 교육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학교마다 자율 동아리를 만들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보통 한 학기에서 1년 정도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부평여고는 수년째 지속되는 동아리도 많아요. 학생들이 진로에 워낙 관심이 많고, 학교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지성여신至誠如神. 부평여고 교정 곳곳에 새겨진 글귀다. ‘지극한 정성(至誠)이 있는 사람은 그 힘이 신神과 같다’는 의미다. 학생과 교직원이 온 정성을 다해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학교, 아름다운 교정을 닮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더 큰 세상을 향해 비상할 준비를 하는 학교, 부평여고의 내일은 오늘보다 눈부시다.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학습 공간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3학년 정은수 학생


부평여자고등학교를 빛낸 스타
배우·영화감독 구혜선(19회 졸업)
국내에 인터넷 보급이 활성화되던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얼짱’으로 유명해진 사람이 있다. ‘인천 얼짱’으로도 불렸던 배우이자 영화감독 구혜선이다. 부평여고 19회 졸업생인 구혜선도 학교 숲을 걸으며 친구를 사귀고, 고민을 나누며 사제 간의 정을 키웠으리라. 학창 시절 그는 인터넷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 2002년 TV CF로 연예계에 데뷔,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그림을 그리고 책을 출판하는 등 넘치는 재능을 자랑하며 대중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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