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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의 시선(詩선)

2021-10-05 2021년 10월호


실미도

신대철(申大澈 ; 1945-  )

 조국의, 민주의, 통일의 이름으로
 하루하루 산 채로 처형된 그대들
 갈 데 없는 원혼들은 실미도를 떠돌아 다니고 막사 자리는 칡덩굴에 덮여 간다, 타다 남은 몽둥이, 무너지는 축대들, 벽돌 하나 구르면 칡덩굴이 죽죽 뻗어 나가 감아 버린다, 물가 모래땅에 이를수록 소금기에 절여진 악취 배어들고, 피 끓이고, 손잡이만 남은 스텐 국자는 흰 모래에 묻혀 씻기고 있다, 빛에, 바람에, 밀물 썰물에,


 조류 바꾼 큰 파도에
 수평선이 뒤집혔다 출렁, 출렁거린다.


- 끝 부분


 저격이 목적이라면 당시 사회의 낙오자, 부랑자, 반사회적인 인격이라도 충분했으나, 안중근 같은 인품이어야 이토 히로부미, 내가 그대를 쏘았노라 하는 그 명분과 정당성이 입증된다. 그들 실미도 훈련병들에 대한 흉악범 운운 누명은…… 그럼 무슨 명분으로?
 인간은, 아우슈비츠, 킬링필드 그 어떤 홀로코스트를 겪고도 또 그럴 가능성이 있는 존재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연합군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독일군 소년병들을 해안 지뢰 제거 작업에 투입시킨 덴마크의 만행,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포격…… 인간은 그저 영원히 빠삐용이고 몬테 그리스도 백작이며, 쇼생크 대탈출이라는 생각은 실존적 자각인데, 거기에서 예외는 없다는 것이 인간 실존의 한계며 또한 희망이기도 하다. 희망?
 중1 때 나는 그들 실미도 탈주병들의 교전, 그 500여 발의 총성을 들었다. 그때 사망한 옥련이발관 앞 소녀의 명복을 빈다.
 진짜 희망은? 물론 시(詩)다.
 비무장지대 그 실미도 북파공작원 북송 책임 장교였던 신대철은 한 동안 시를 못 썼었다. 썰물 때면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실미도, 무의도에서 바라보았던 그 실미도는 이제 인천의 한 섬이며 한 편의 시(詩)가 되어 거기 서 있다. 아니 스스로 한 사람의 시인이 되어. 


글 김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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