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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년 전통 학교를 찾아서-인천여자고등학교
기본을 바로 세우다
즐거운 배움터, 행복한 꿈터
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하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스물세 번째 등굣길을 따라 연수구 연수동으로 발길을 옮긴다. 교문에서부터 학생들의 밝은 웃음이 흘러넘치는 곳, 하하호호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학생 무리에서 유독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3학년 우현진(18), 2학년 박서현(17), 1학년 유은재(16) 학생을 만났다. 세 학생과 학교 곳곳을 돌아보며 봄날의 오후를 함께했다.
글 김지은 자유기고가│사진 김범기 자유사진가
인천여자고등학교 2학년 박서현, 3학년 우현진, 1학년 유은재 학생(왼쪽부터)
114년 전통, 당당한 발자취
인천여자고등학교(이하 인천여고)의 시작은 19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 고등학교 교육이 막 태동하던 시기, 인천여고는 인천 최초로 여학생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교육을 실시했고, 올해로 114년에 이른다. 2022년 2월 109회 졸업생 270명이 배출되었으며, 지금까지 3만 3,000명이 넘는 학생이 인천여고를 졸업했다. 명실공히 인천을 대표하는 여자고등학교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인천여고의 발자취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의 책무와 나눔을 실천하는 부설고등학교도 마련되어 있다. 방송통신고등학교로 1976년 개교했으며, 올해 47회 입학생을 맞이했다. 이곳은 고등학교를 제때 다니지 못한 어르신이나 일부 여건상 고등학교 정규교육을 받기 어려운 스포츠 선수들이 재학하고 있다. 평소에는 방송수업을 통해 교육을 받고 2주에 한 번 일요일에 등교해 출석수업으로 교육을 이어간다. 그래서 1학년부터 3학년 교실 중 일부는 인천여고 학생과 방송통신고 학생이 함께 사용한다. ‘따로 또 같이’ 배움의 소중한 가치와 경험을 이어가는 것.
“같은 교실을 사용해도 방송통신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일은 없어요. 그렇지만 다 같이 1학년 학생이니까 나이는 달라도 모두 친구인 거죠.(웃음)”
유은재 학생은 인천여고 친구와 선배가 많아 좋다며 미소를 짓는다. 사실 유은재 학생은 적극적으로 인천여고 입학을 희망했고, 그 바람을 이루었다. 인천여고는 인천의 공립여자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과학 중점 학교로 선정되었다.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유은재 학생에게 이보다 좋은 학교는 없었다. 인천여고의 자랑 중 하나는 과학중점 과정과 함께 인문융합 과정, 언론미디어 과정, 국제통상 과정이 고루 조화를 이루며 융합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여고 학생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오정숙 작가의 조각 작품
인천여고 출신인 김화연 교장과 학생들이 교정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교육 과정과 교육 공간, 전방위 혁신으로
“인천여고는 학생 중심의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자신의 전문 분야를 다른 분야와 접목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인재가 필요한데요, 인천여고는 이런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육 과정 혁신형 자율학교로 교사들이 학생과 소통하며 더 나은 교육 과정을 모색하고 있지요.”
김화연(57) 교장은 인천여고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올해 신규 교장으로 부임해 의욕이 높은 데다가 그 역시 인천여고 출신이기 때문이다. 70회 졸업생으로, 1980년 3월에 입학해 1983년 2월에 졸업했다. 오래전 학생으로 머물던 학교를 다시 찾은 소감을 묻자 간결하지만 힘이 넘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천여고인이라는 자부심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10대 소녀 시절부터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인천여고인으로 살 겁니다.”
김 교장이 학창 시절을 보낸 교정은 지금의 교정이 아니다. 1998년 중구 전동에서 연수구 연수동으로 교사를 이전한 것. 이전 당시만 해도 신축 교사는 최첨단이었는데 벌써 20년 이상 세월이 흐르다 보니 손볼 데가 많아졌다. 지난해부터 인천여고는 교육 공간에도 혁신을 꾀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 과정이 고교학점제로 변화를 앞둔 만큼 이를 대비해 기존처럼 몇 학년 몇 반 교실이 아니라 과학실험교실 같은 교과 교실로 변신하고 있는 것. 또 도서실도 많은
장서로 빼곡한 공간이 아니라 자유롭게 책을 읽고 토론하는 개방형 공간으로, 독서실도 스터디 카페로 요즘 학생들의 취향과 정서를 반영해 하나씩 바꿔나가고 있다.
인천여고는 1998년 연수구 연수동으로 교사를 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유롭게 책을 읽고 토론하는 개방형 공간의 도서실
여러 가지 실험과 실습을 진행하는 다목적실
학생이 존중받는 학교, 학생이 좋아하는 학교
“옆집 언니도 인천여고 출신이고 아래층 사는 이웃도 인천여고 출신이고, 학교 근처에 살다 보니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인천여고를 알게 되었어요. 인천의 여자고등학교는 인천여고구나, 이렇게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입학하고 나니 인천여고가 이렇게 좋은 학교구나, 새삼 실감하고 감동하고 있어요. 우선 선생님들이 너무 좋으세요. 꿈을 가져라, 열심히 공부해라, 이런 말은 상투적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학교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긍정하고 공감하게 돼요. 제가 인천여고에 다니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랑 분명히 많이 달랐을 거예요.”
우현진 학생에게 인천여고에서 맞이한 그동안의 시간은 각별하고 소중하다. 2020년 고등학생이라는, 학창 시절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는데 덜컥 코로나19가 찾아왔다. 학교에 간 날보다 가지 않은 날이 더 많은, 혼란스러운 나날이 이어졌음에도 그를 잡아준 건 바로 선생님들이었다. 물리적 거리로는 떨어져 있어도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어려운 가운데서 현명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었다.
“선생님들이 참 좋으세요. 이걸 학교 장점이라고 말하면 당연한 거 아닌가 싶을 거예요. 그런데 정말 그게 제일 좋은 점이에요. 학생들 말에 늘 귀 기울여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세요. 선생님들 덕분에 제가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창 예민한 때, 누군가의 한마디가 가시가 되어 박힐 수도 있고 평생 잊히지 않는 말로 기억될 수도 있다. 박서현 학생에게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는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되고 있다.
인천여고 구성원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학생들은 인천여고라서 좋다고, 교사들은 인천여고니까 달라야 한다고, 졸업생들은 인천여고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학교는 단지 교과목을 가르치고 배우는 역할만을 담당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진로와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하도록 이끄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인천여고는 이 엄중한 책임을 실천하며 오늘도 소중한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오늘의 하루가 내일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기에 인천여고 구성원은 모두 하루하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성실히 써 내려가고 있다.
스터디 카페에서 책을 읽는 2학년 박서현, 3학년 우현진, 1학년 유은재 학생
인천여고가 낳은 스타
배우 이보영(86회 졸업생)
2000년 미스코리아 대전충남 진 출신으로 2002년 CF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했다. 안정적이고 호소력 짙은 연기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2012~2013년 방영된 KBS 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47%의 높은 시청률을 달성하며 전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최근작은 2021년 tvN 드라마 <마인>으로 주인공 서희수를 연기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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