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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소개하는 우리 동네 - 호국의 역사 속으로
호국의 역사 속으로 ‘성큼’
화도진 공원
글 김은성(계양구 새벌로)
올해로 회사 생활 15년째에 접어든다. 반평생을 새벽 출근에 야근까지 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부모님이 들으시면 유난스럽다 핀잔하실 것이 뻔하지만, 나에겐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사실 나는 몇 달 전부터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이다. 기쁨과 슬픔, 보람과 후회 같은 감정의 동요 없이 겉보기엔 편안하지만 속은 더없이 허무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도 거리를 두게 되었다. 점심시간에 같이 밥을 먹기도 귀찮아 적당한 핑계를 대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근처 화도진공원에 가게 되었다. 예전에도 산책 겸 몇 번 들렀지만 이번엔 오랜만이라 그런지 모든 게 새로웠다. 기와지붕도 고풍스러웠고, 한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을 재현한 밀랍 인형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이전까지 나는 화도진이 조선 말기 개방을 요구하는 서양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만든 곳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문득, 매일 반복되는 회사 생활에 지쳐가는 나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나는 더 지쳐가고, 그러다 어느 순간 뒷걸음질을 치겠구나 싶었다. 100년도 넘는 옛 시간과 장소를 이렇게 복원해 놓은 건, 그날의 선택이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후손에게 알리기 위해서일 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간을 탓하지 말고 시간 속 나에게 집중하자.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생각하리라. 그렇게 오늘의 나를, 오늘의 시간을 만들어가리라. 화도진공원에서 나는 나를 다시 깨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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