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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기, 생각 나누기

2022-03-30 2022년 4월호

아직도 그렇게 바쁘세요?

밖에 꽃이 가득 ​피었는데….”



글 김성배 인천시립미술관팀장
 
클로드 모네(1840~1926), 양귀비밭, 1873, 유채, 50×65.3cm, 오르세 미술관

들어보셨어요, 봄꽃도 피는 순서가 있다는 말? 시인의 관찰과 감성을 따라가볼까요. “맨 처음 마당가에 매화가,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얗게, 앵두나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사과나무가 따복 따복 꽃을 피우고, 탱자꽃도 질세라 핀다.” 안도현 시인의 시 ‘순서’처럼 봄은 질서를 유지하며 여기저기 ‘펑펑’ 밤낮없이 ‘팡팡’ 봄꽃을 피우고 있네요.
화가가 아내, 아이와 함께 꽃 나들이를 나왔네요. 언덕 위에 또 다른 여인과 아이도 보이고요. 화가는 어디 있냐고요? 찾아보세요. 참 화사하고 평화로운 느낌입니다. 화면은 위로 하얀 구름이, 아래로 붉은 꽃밭이 비슷한 비율로 분할되어 있어요. 인물의 표정뿐 아니라 양귀비꽃과 뒤에 횡으로 늘어선 나무도 모두 빛에 번져 뭉그러져 있죠. 세밀한 묘사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에 치중해 그렸네요.
클로드 모네는 1874년 드가, 르누아르, 세잔, 피사로 등과 전시회를 열었어요. 이 작품도 그의 다른 작품인 ‘인상, 해돋이’와 함께 출품되었죠. 현재의 모네, 참여 작가의 명성과 달리 당대 비평가와 관람객의 평가는 냉혹했어요. 그들의 눈에는 뭔가 그리다 만 것처럼 보였죠. 이전의 그림은 채색과 구성에서 보다 치밀했거든요. 이들을 통칭해 부르던 ‘인상주의’라는 말이 좋은 의미가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미술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 시작합니다. 이들은 빛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달리 보이는 인물과 사물의 느낌을 표현하는 데 충실했어요. ‘수련’, ‘건초더미’, ‘루앙 대성당’ 등의 연작을 찾아보면 쉽게 이해하실 거예요. 모네는 말년까지 현장과 순간을 중시하며 주옥같은 작품을 많이 남겼어요.
아직도 그렇게 바쁘세요? 밖에 꽃이 가득 피었는데…. 그러지 말고 좀 나와 봐요. 꽃이 필 때 꽃을 못 보고 꽃이 질 때 꽃을 보려 하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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