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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인천 - 작가 함영연
창작의 영감을 주는 인천
글 함영연 작가
작고 여리고 힘없는 것에 시선을 두고 동화를 쓰고 있으며,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모처럼 하늘을 바라본다. 쾌청하다. 출강하는 학교도 서울에 있고, 단체 모임도 대부분 서울에 있으니 그 길이 분분해 인천의 하늘을 언제 보았는지 모른다. 그만큼 나는 인천에서 이방인처럼 살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인천에서 창작 소재를 찾고 영감을 얻어서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걸 새삼 깨달았다.
10여 년 전, 건강이 좋지 않아서 요양하러 인천에 왔다. 서울과 가까운 데다가 공기 좋고 사람 좋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택한 곳이다. 당시 몸무게가 10킬로그램이 빠질 정도로 심신이 피폐해 있었다.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해 창작하는 일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병원 가는 날이 유일한 외출이었다.
그런 내 사정을 안 수녀님의 제안으로 보육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게 되었다. 오가는 길에 아파서 쉬었다가 가기도 했지만,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또 아는 선생님이 초등학교에 봉사할 것을 요청해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곤 했다. 자꾸 바깥 생활을 해야 아픔도 빨리 회복된다며 많은 분이 마음을 써주었다. 그분들 덕분에 점차 기운을 내서 한 학기 쉬었던 강의도 다시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건강은 쉬이 좋아지지 않아서 작가로 사는 삶은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 출판사에서 원고 청탁이 왔다. 반가우면서도 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고민하며 생각을 공글리고 있을 때, 우연히 강화도 문학 기행을 가게 되었다. 문학 기행이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만, 모든 걸 내려놓고 지내던 나로서는 큰마음을 먹어야 나설 수 있었다.
강화도 부근리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을 보게 되었다. 사진으로 보았던 터라 새로울 게 없는데도, 그날따라 고인돌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고인돌을 마주하고 한참 서 있었다. 기울기가 있는데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유구한 세월을 지나온 고인돌이었다. 불현듯 ‘저 고인돌을 세운 돌쟁이는 자신의 돌집을 가졌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그 생각은 집에 와서도 줄곧 따라다녔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쓴 것이
<석수장이의 마지막 고인돌>이다. 이 작품은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 콘텐츠로 선정되었고, 출간 후에는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물론 출판사에서 청탁한 원고도 마감에 맞춰 쓸 수 있었다.
나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널리 알려야 하는 게 작가의 책무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다. 영국은 셰익스피어, 덴마크는 안데르센이 떠오르고, 우리나라도 평창 이효석(메밀꽃 필 무렵), 춘천 김유정(봄봄), 양평 황순원(소나기) 등이 떠오르는 걸 보고 든 생각이다. 그런 마음이 스며서인지, 내 책 <꿈을 향해 스타 오디션>에는 근처에 있는 남동구 남촌초등학교가 등장한다. 인천은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는 섬과 바다가 있어서 수려한 자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내 창작 배경에 섬과 바다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이다.
내가 인천에 사는 걸 아는 평론가로부터 김구연(1942~2023) 시인의 작가론을 쓰고자 인터뷰하려고 하니 동행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그날 만남이 시인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몰랐다. 당시도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셨는데, 한 달쯤 지나서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왔다. 그 일은 인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인천은 내게 다시 작가로 살아갈 푸릇한 기상을 갖게 했다. 그래서 보답하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 첫걸음으로 얼마 전에 (사)국제펜한국본부 인천지회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인천에 있는 단체 모임에는 처음이라 낯설었다. 하지만 다들 따뜻하게 반겨주어 감사했다. 창작 열정을 되살리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아픈 몸을 뉘려고 찾아든 내게 창작의 영감을 주고 창작 의지를 갖게 한 고마운 도시! 정 붙여 살면 그곳이 고향이라고 했다. 지금은 강의와 창작을 병행하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두 번째 고향으로 자리매김한 인천 덕분이다.
강화도 부근리 고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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