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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 진두항의 봄

2024-03-05 2024년 3월호


오래된 포구, 진두항의 봄


섬과 섬을 넘고 바다와 바다를 건너 줄지은 섬 끝자락에 영흥도가 있다. 뭍에선 꽃샘추위가 시작된 날, 섬에선 바람에도 봄 내음이 흥건하다. 이름 모를 가지마다 봄물이 흠뻑 오르고, 바다는 제철 맞은 봄것들을 올려 보내 풍요로운 계절을 알린다. 햇살도 푸근하고 눈부시다. 이맘때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글 최은정 본지 편집위원, 사진 최준근 포토디렉터 


하늘에서 본 진두항의 봄



갓 잡은 주꾸미. 어부(강석문 씨)는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바다가 좋다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봄의 제전, 뱃고사


봄마중

낚싯배가 촘촘하게 정박한 선착장,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이 

파닥거리는 수산 시장, 왁자지껄 오가는 흥정 소리…. 

겨우내 한적하던 오래된 포구에 봄물이 흠뻑 올랐다. 

오늘, 첫 조업을 앞둔 배 한 척이 포구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바다를 업으로 사는 이들에게 가장 경건하고 엄숙한 시간.

겸손히 자연에 머리 조아리며 풍어와 안녕을 기원한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한다. 

섬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봄의 제전’이다.

바다는 봄것들을 올려 보내 풍요로운 계절을 알린다. 

부지런한 어부는 봄 주꾸미 낚시에 나섰다. 

“이제 잡히기 시작했어. 몸 풀려고 살살 하는 거야.” 

고단해도 바다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는 영흥도 사람들의 봄이 벙글어간다.


영흥도 진두항, 해양관광 거점 국가어항으로 개발

영흥도의 아름다운 포구, 진두항이 ‘국가어항’으로 거듭난다. 총 478억 원을 투입(2019~2026년)해 어항시설과 관광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중앙부두(158m), 남측부두(110m) 및 선양장(14m), 부잔교 3기 등이 만들어져 선박 약 200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게 되며 낚시레저 전용부두, 친수시설 등을 조성하여 ‘해양 관광 거점어항’으로 변신한다.



갯벌이 넓게 발달한 영흥도의 동쪽 바다

사시사철 생명이 넘치는 영흥 앞바다는 주민들의 오랜 자부심이다.


하늘고래전망대 맞은편, 수산물 판매장




생명의 바다

사시사철 생명이 넘치는 영흥 앞바다는 주민들의 오랜 자부심이다. 

특히 섬의 동쪽은 갯벌이 좋아 

최고의 마을 어장을 갖추고 있다.

진두방파제를 지나 해안로를 걷다 보면 다다르는 ‘하늘고래전망대’ 맞은편, 

온몸을 꽁꽁 싸맨 아낙들이 쉴 새 없이 조새질을 하고 있다. 

아직은 바람 끝이 차가운 3월, 

새벽 바다에서 억척스럽게 캐 온 

해산물을 바람막이 하나 세워진 

노상에서 저녁까지 판다. 


할머니에게 다가가자 

뽀얗게 살 오른 굴을 입안에 넣어준다. 싱싱한 바다 냄새가 확 퍼진다. 

그야말로 ‘굴맛이 꿀맛’. ‘바다 맛’을 본 뭍사람의 얼굴에도, 까맣게 그을린 섬 아낙의 얼굴에도 봄 햇살이 환하게 웃는다.



진두항이 마주 보이는 바닷가 카페


푸른 봄, 깊은 바다

진두항이 마주 보이는 바닷가 카페, 넉넉한 바다가 제 품을 연다. 

지친 마음 훌훌 털어놓고 잠시 쉬어 가란다. 바다로 통창을 낸 카페엔 서로를 도닥이는 눈길이 마주 보며 웃고 있다. 덩달아 마음이 느슨해진다. 짐을 내려놓고 봄 바다의 색과 소리와 움직임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바다 향기를 가득 들이마신다.

들락날락. 바다는 바위에 제 몸을 몰아붙였다 창백한 포말로 부서진다. 

하이얀 모래밭은 너른 가슴 펴고 부서진 짠물을 담담히 놓아준다. 

‘굳게 달려드는 결심’도 있지만 ‘움켜잡은 것을 놓아주는 용기’도 있음을 바다에서 배운다. 그러쥐고 있던 나만의 작은 세상을 열어야 밀물 썰물이 인다는 것을.


영흥도의 봄을 가슴에 품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내일을 너끈히 살아낼 수 있는 용기를 길어 올렸다. ‘고맙다, 바다야. 너와 내가 변치 않는다면 다음 계절에 또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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