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지난호 보기

문화 줌 인- 최정숙 개인전

2024-04-04 2024년 4월호

 나의 사춘기, 송림동 달동네

글 최정숙 작가 ㅣ 사진 최준근 포토디렉터 


그 좁은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 

학교 수업이 끝나도 도서실에 있다가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서야 들어가곤 했지요. (중략) 

그 기억들을 그동안 꺼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이 들고 보니, 

그 아픈 기억도 소중한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시간들을 사랑하고 보듬고 싶어집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끄적였던 일기의 한 대목이다. 동구 만석동 우리미술관을 무대로 하는 개인전 ‘나의 사춘기, 송림동 달동네’는 내 어릴 적 기억의 파편이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 송림동 달동네 송현교회 아래 두 칸짜리 좁은 집이 삶의 터전이었다. 마냥 사랑받고 싶고 행복하고만 싶었던 소녀의 마음속에 송림동 달동네는 시리고 아픈 기억일 수밖에 없었다.


1 나의 사춘기, 27.3x22, Mixed Midium, Acrylic On Canvas, 2024


그때 그 소녀에게, 또 송림동 달동네가 삶의 터전이었기에 움츠려야만 했던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그 시절이 상처와 아픔만은 아니었음을 이야기해주기 위해 붓을 들었다. 인천문화재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시작된 전시 준비는 강행군이었다. 1월 초부터 딱 두 달 동안 무려 50점의 작품을 완성했고, 그중 41점을 선보인다. 대부분의 작품은 콜라주Collage 기법을 활용했다. 천과 골판지를 오려 캔버스에 붙이고, 아크릴로 채색했다. 오래전 어머니에게 받은 천 조각과 어머니가 베고 잤던 베갯잇도 작품의 재료로 쓰였다. 송림동 달동네에서 내가 살았던 집, 재개발정비사업을 앞두고 문이 굳게 닫힌 채 남아 있는 집의 현재 모습을 그려낸 작품 ‘샛길로 193’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 시절 비탈지고 어두컴컴하기만 했던 송림동 달동네에도 분명 희망은 있었을 터이다. 산비탈 골목, 다닥다닥 옹기종기 모여 살던 달동네 집에서 새어 나왔을 따스한 불빛들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2 송림동 달동네_봄이 오는 겨울 기억 풍경, 53x45.5, Mixed Midium, Acrylic On Canvas, 2024


3 나의 사춘기, 27.3x22, Mixed Midium, Acrylic On Canvas, 2024


안타깝게도 작품 속 풍경은 곧 사라진다. 이번 전시는 나의 기억이자, 인천의 오래된 동네에 대한 기록이다. 작품과 마주하는 이들이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할 송림동 달동네를 작품으로 만나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작가 역시 나와 같은 아픔을 똑같이 겪었구나’ 하는 공감대를 얻어가는 것도 좋을 일이다. 동구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냈던 이들이 작품을 통해 기억을 추억으로 승화시키고, 삶을 위로하며 스스로 ‘애썼다’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최정숙 개인전 ‘나의 사춘기, 송림동 달동네’

장소 우리미술관(동구 화도진로192번길 3-11)

일시  4월 30일까지 

화·수·금·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목요일 오후 2시~6시

※ 매주 월요일 및 법정 공휴일은 휴관

문의  032-764-7663~4


첨부파일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홍보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4
  • 최종업데이트 2024-01-10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계정선택
인천시 로그인
0/250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