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우리 고장 사랑의 시원(始原)을 만나다
- 인천시립박물관 개관 80주년 특집호 《박물관풍경》(2026 SPRING Vol.69)을 읽고
정부가 지정한 ‘박물관·미술관 주간’인 5월 한 달은 분열된 세상을 문화와 예술로 다시 하나로 잇는 뜻깊은 시간이다. 마침 이 시기에 발맞춰, ‘온고이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인천시립박물관(이하 인시박)이 개관 80주년을 맞이했다. 대한민국 시립박물관 중 최초로 여든 번째 생일을 맞이한 인시박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인천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시민이자 지극한 애향심을 지닌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번에 발간된 특집호 《박물관풍경》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강력히 권하고 싶다.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듯 우리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의 출발점이 바로 이 책자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표지를 포함해 단 44쪽에 불과한 작은 지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인천 사랑의 시원(始原)으로서 ‘박물’이 지닌 거대하고 숭고한 의미가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이 책을 소리 내어 정독하는 강독(講讀)의 시간이야말로 인천의 역사를 몸소 체득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현재 인천시립박물관은 고유의 정체성과 특성에 맞게 설치·운영되는 4개의 분관(송암미술관, 검단선사박물관, 한국이민사박물관, 인천도시역사관)과 유기적으로 함께하고 있다. 민화 등 1만 여 점의 유물을 보관하고 300여 점을 상설 전시하는 ‘송암미술관’, 청동기 유물이 가득하여 인천 선사 문화의 중심이자 과거와 미래를 잇는 지혜의 공간이 되어주는 ‘검단선사박물관’, ‘왜 인천에 인하대학교(인천과 하와이)가 있는가’에 대한 유래 등 하와이 이민자들의 애환과 생활상 유물을 담은 ‘한국이민사박물관’, 그리고 가장 최근의 역사까지 아우르며 도시 인천의 변화 과정을 실물 자료와 모형으로 알기 쉽게 전달하는 ‘인천도시역사관’이 바로 그곳이다. 이번 특집호는 본관과 분관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인천 문화의 풍성한 생태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책장을 넘기면 가장 먼저 김태익 인천시립박물관장의 인사말이 독자를 반긴다. ‘시민의 품속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겠다’는 다짐과 ‘박물관의 수준을 한층 높이겠다’는 각오 속에서 80주년을 맞이하는 인시박의 굳건한 품격이 느껴진다. 특히 과거 자유공원 시대(1946~1989년)와 현재의 옥련동 시대(1989~2028년 예정)를 거쳐, 향후 2028년에 펼쳐질 학익동 시대를 향한 뜨거운 열망과 비전을 언급한 대목이 인상 깊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강화도 조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시다. 올해는 마침 강화도 조약 체결 1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전시계획부 이현아의 글로 소개된 기획특별전 안내는 이 조약을 기점으로 인천이 더 이상 변방의 작은 해변 마을이 아니라, 조선이 세계와 만나는 최전선의 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을 생생히 추적한다. 나아가 거친 세계의 바다를 마주한 오늘날의 우리에게 ‘우리는 이제 어떤 자세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어지는 ‘박물관 뉴스’에서는 인천뮤지엄파크 안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이 어떻게 상생하고 협력할 것인가를 다룬 정책 포럼을 소개한다. 뒤이어 페이지당 3꼭지씩 총 6개의 다채로운 소식을 담은 인시박의 활동 내용이 짜임새 있게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인시박의 초대 관장인 석남 이경성 선생을 기리는 기사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한 ‘이경성 미술이론가상’은 인시박이 한국 미술이론의 발전을 견인하는 권위 있는 산실임을 다시금 증명해 준다.
소식지 곳곳을 채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욱 따뜻한 감동을 준다. 임해승 편집위원의 글에서는 인시박의 숨은 영웅인 자원봉사자 ‘조오다’ 님을 소개한다. 2001년 박물관대학 수강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후, 무려 20여 년 동안 사진 봉사를 하며 소식지의 표지와 기록을 책임져 온 그의 헌신은 경이롭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