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칭 | 조선의 귀신 |
국적 | 대한민국 |
시대 | 일제강점기 |
재질 | 종이 |
크기 | 15.2 x 22.1 cm |
소장위치 | 인천시립박물관 수장고 |
|
2024년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Occult(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 영화 <파묘>가 한국 영화 역대 23번째로 1,000만 관객을 달성했습니다. 배우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최민식 주연의 <파묘>는 무속인, 장의사, 풍수사들이 오래된 묘를 파헤치면서 겪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영화로 ‘조상의 묘를 잘못 쓰면 후손이 잘못된다’라는 한국인의 믿음을 반영하며 큰 호평받았습니다.
<천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본의 민속학자>
영화에서 관심을 끈 것은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사실상 영화 속 최대 빌런인 여우 음양사 기순애きつね, 곧 ‘무라야마 준지’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한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백두대간에 쇠말뚝을 박았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친일파였던 박씨 가문 조부의 시신을 첩장疊葬하기도 하였습니다. 극 중 화림(김고은분)이 차에서 나누는 전화 통화에서 등장하는 무라야마 준지의 이름에서 자연스럽게 일제강점기 일본의 민속학자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이 떠올랐습니다.
무라야미 지준은 조선총독부의 촉탁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조선의 민속과 관련된 많은 저술을 남겼습니다.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조선의 귀신』 역시 무라야미 지준이 1929년 집필한 것입니다. 조선의 귀신은 식민지 정책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경찰이 동원되어 강압적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던 만큼 내용에 무리가 있고, 학술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조선인들이 가지고 있던 민간신앙의 한 양상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자료로서의 가치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책에서 무라야마 지준은 조선의 귀신 관념과 풍습은 조선 민중에게 뿌리 깊게 퍼져있으며, 사람들에게 행복보다 재앙을 주는 일이 많고 해로운 일들은 모두 귀신의 소행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측신廁神의 분노가 두려워 변소 개조를 하지 못하다>
‘측신’을 아시나요? 뒷간을 지키는 신으로 변소귀신·부출각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왔습니다. 측신이 냄새가 나는 뒷간을 지키는 까닭은 뒷간은 어둡고 더러우며, 냄새나는 공간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측신은 노여움을 잘 타고 성질 나쁜 존재로 인식되어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측신에게 화를 입을까 두려워 뒷간을 새로 짓거나 헐어버릴 때도 길일을 택했고,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가족들이 불행해진다고 믿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매일신보 1923년 10월 30일 기사 속에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뒷간을 개조한 이후 칠순 노모가 위독해지자 화장실을 개조한 것에 측신廁神이 노하여 벌을 맞은 것이라 여겨 개조한 화장실을 파괴했다는 내용과 화장실을 개축改築하고 불과 며칠 뒤 열다섯 살 된 맏딸이 병이 났는데 뒷간을 파괴하였더니 병이 나아 다시는 뒷간에 손을 댈 수가 없다.”라는 내용입니다.
다소 황당한 이야기지만 불과 100여 년 전 있었던 일입니다. 일종의 ‘금기’를 어겼을 때 사건이 발생하였고, 그 불안을 해석하려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초자연적 존재인 귀신과 연관 지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식민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용되었던 조선의 귀신은 100년이 흐른 지금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세계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조선의 귀신은 더 이상 ‘미신’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를 전 세계로 발산하는 커다란 자산이 된 것입니다.
글_우석훈(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