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달리고 있다, 조선 기차 시간표
| 명칭 | 조선기차시간표 |
국적 | 대한민국 |
시대 | 1930년대 |
재질 | 종이 |
크기 | 가로 9.1, 세로 15.8 (cm) |
소장위치 | 시립박물관 역사2실 |
<인천과 서울에 최초의 철도가 놓이다, 경인철도>
인천에는 최초가 많이 있습니다. 인천이 개항장이기도 했고, 수도인 서울과 인접해 있어 비교적 근대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서울과 인천을 이어주는 경인철도(京仁鐵道)가 최초로 놓인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겠지요. 1899년 9월 18일, 인천역-축현역-우각동역-부평역-소사역-오류역-노량진역을 정차하는 경인철도가 개통되었고 인천에서 서울까지 33.2km의 거리를 1시간 30분 만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1905년 경부선(京釜線), 1906년 경의선(京義線), 1910년 평남선(平南線), 1914년 호남선(湖南線), 경원선(京元線) 등이 차례차례 개통되면서 우리나라 전역을 연결하는 철도망이 완성되었습니다.
<조선기차시간표>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의 기차는 출발시간과 도착시간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기차를 타기 위해 출발시간에 맞춰 플랫폼에 미리 대기를 해야 했고, 떠나는 기차는 고관대작이라고 해도 붙잡지 못했습니다. 기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정거장마다 다른 출발시간을 알아야 했기에 기차의 노선과 정거장의 시간표를 정리한 인쇄물이 소책자 형태로 판매되었습니다.
이 유물은 조선촉독부 철도국에서 1930년 9월 1일을 기준으로 발행한 「조선기차시간표」입니다. 경의선, 호남선, 경인선, 경원함경선 등의 조선국유철도선과 충북선, 경북선, 함북선 등의 사설철도선 등의 기차시간, 여객운임, 급행요금, 침대차 요금, 식당차의 식대, 단체할인을 비롯한 각종 할인 정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15~16쪽을 보면 경성행과 인천행을 기준으로 정거장별 출발시간, 급행유무, 소요시간 등이 적혀있습니다. 경성행은 인천역을 기점으로 상인천역-주안역-부평역-소사역-오류역-영등포역-노량진역-용산역-경성역의 종착역까지 총 10개의 정거장에 정차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천역에서 첫차는 6시 20분에 출발하여 7시 22분에 경성역에 도착하고 소요시간은 1시간 2분이었습니다. 10시 40분의 막차까지 총 16회의 객차가 운형되었고, 차량간 배차 간격은 평균 40분~1시간정도 였습니다. 402호와 404호는 급행열차로 주안역, 부평역, 오류동역, 노량진역은 정차를 하지 않아 경성역까지 소요시간이 10분 가량 단축되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역명과 정거장별 이동시간이 적힌 표 사이에 재미있는 기호들이 보입니다. 도시락(辨當)을 의미하는 변(弁)의 네모 테두리 기호는 도시락 판매점이 있는 역을 가리키며, 〒는 공중전보취급역, 선캡 형태의 기호는 빨간 모자를 쓰고 정거장에 대기하면서 손님의 짐을 들어주는 짐꾼(あかぼう)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도시락 판매점, 공중전보취급점, 짐꾼이 모여있는 영등포역, 용산역, 경성역(현 서울역)은 그때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정거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열차는 지금도 달리고 있다>
가까이 봐야 이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처럼 유물도 마찬가지 입니다. 박물관의 유물을 단절된 과거의 일부분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899년에 만들어진 철로에는 여전히 열차가 달리고 있고, 예나 지금이나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정거장을 오고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글_김래영(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