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한 도서관인들의 고민과 노력을 담은 『관지(館誌)』
| 명칭 | 인천시립도서관 관지 |
국적 | 한국 |
시대 | 1961년 |
재질 | 종이 |
크기 | 가로 20.7, 세로 15.2(cm) |
소장위치 | 시립박물관 수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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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립도서관의 40년 역사를 기록한 책>
이 책은 인천시립도서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인 관지(館誌)입니다. 인천시립도서관 제12대 장인식(張仁植, 재임기간 1954. 06. 14. ~ 1967. 12. 31.) 관장 재임 당시 1961년 인천시립도서관 개관 40주년 11월 1일 발간했던 창간호입니다.
책을 발간할 당시 시립도서관의 예산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형편에서도 출혈을 감수하고 책을 발간하려 했던 이유가 있는데 이는 후술할 장인식 관장이 쓴 서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의 지난 40년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중요한 목적이 있었지만 이 책이 먼 훗날 도서관원들에게 기여하고 지역을 연구하는 향토문화사료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아래의 글은 창간사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원문은 국한문 혼용체지만 이해가 쉬운 한자는 생략하였습니다.)
‘본 도서관이 수십년간의 자신의 사실과 족적을 기록하여 후전(後傳)한다는 것은 극히 절요한 일로서 이 관지 편찬 역시 나의 다년간(多年間)의 절망(切望)하는 바였다. 수년 전부터 극무(劇務)의 틈틈이 사료를 채집해 오던 끝에 성통(誠通)하여 부족하나마 귀중한 예산을 획득, 이제 40개년을 맞는 기념사업으로서 오늘에야 발간의 기쁨을 보게 된 것이다. (중략) 변변치 못하나마 이 관지(館誌)가 이 지역에 기리 남게 되었으니 여기에 신빙(信憑)할만한 사실을 남겨 장차(將次) 팽창하려고 하는 당관(當館)의 신전(伸展)에 자(資) 하고 후래(後來) 관원의 참고에 공(供)하며 또한 향토문화사료의 하나로서 비익(裨益)되는 바 있다면 본 관지 편찬의 목적을 이룰 수 있으리라.’(관지 11페이지 창간사 중 일부)
<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과정, 그리고 고민 >
장인식 관장과 도서관원들은 예산까지 얻어서 만드는 특별한 책인 만큼 ‘훌륭하고 좋은 책’을 만들고 싶었던 만큼 많은 내용을 넣었습니다. 종이 전면에 가득한 빽빽한 목차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크게 구분하면 인천시립도서관과 직접 관계된 내용(도서관 40년사, 역대 관장들의 회고록, 운영 규칙, 직원 일람, 소장 도서 목록, 본관 중요일지)도 있지만 약간 학술적인 성격의 내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페이지의 목차들에서 확인되는 ‘국내외국도서관기구의비교(표)’, ‘각국도서관기준(미국, 일본의 학교도서관)’, ‘도서관연구자료’ 등이 그 예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책을 만든다고 하면 시간과 예산은 기본이고 책의 발간 부수, 분량(페이지 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격적인 제작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내용과 구성 순서를 기획하고, 취합한 자료의 사실관계 여부와 오탈자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하며, 책으로 만들었을 때의 분량을 가늠해 봐야 합니다. 그런데 정해진 분량을 초과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페이지도 정해져 있다고 하면 필요 없는 내용을 빼 버리면 되잖아? 정 안되면 다음에 예산을 받아서 잘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러나 당시 장인식 관장과 도서관원들이 처해있던 현실을 생각하면 후자의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최대한 넣을 수 있는 걸 넣고 제외할 건 제외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어떤 걸 넣거나 제외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고생해서 모은 자료라도, 열심히 썼던 원고라도 가슴 아프지만 포기해야 하는거죠. 그래서 관지 후기에 ‘우리 도서관의 처지(處地)에서 이 관지를 출간한다는 것은 여간 벅찬 출혈이 아닐 수 없었다는 것과 다음호는 보다 충실하게 꾸밀 것을 밝혀 두고자 한다.’고 밝혔던 것 같습니다.
목차 하단에 적은 페이지(한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쭉 훑어보면 ‘…82, 83, 87, 103, 100, 98, 108....’ 식으로 순서가 이상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페이지 여백을 보고 ‘아, 이 정도의 공간이면 이 내용이 들어갈 수 있겠다!’ 싶어 되는대로 자료들을 끼워 넣었기 때문에 목차 순서와 실제 페이지 위치가 섞여버린 겁니다. 이는 한정된 시간과 예산 속에서도 많은 내용을 넣고 싶었던 관계자들의 고민과 선택을 보여줍니다.
< 활자 너머에 숨겨져 있는 것 >
집 근처 중앙도서관이나, 미추홀도서관의 신간 코너에 배치된 책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 하나가 있습니다. 소설, 힐링 에세이, 전공서, 실용서(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서전, 수험서든 주제와 내용에 상관 없이 책 뒤에는 관지를 만들었던 사람들처럼 저자 · 편집자들의 생각, 고민과 노력, ‘더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숨어있을 거라고요.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사람은 왜 이 책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다시 관지로 돌아갑니다. 관지를 왜 발간하려고 했을까요? 장인식 관장이 남긴 창간사로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더 나아가 보면 장인식 관장과 도서관원들의 나름의 각오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이나 국내의 훌륭한 도서관들이 운영되는 모습을 연구하면서 앞으로 인천시립도서관은 인천 시민들을 위한 더 좋은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인천시립도서관(현 미추홀 도서관)
인천시립도서관은 1921년 11월 1일 인천부에서 매입한 자유공원의 청광각(淸光閣, 구 세창양행 사택)에서 출발하여 1922년 1월 6일 ‘인천부립도서관(仁川府立圖書館)’으로 정식 개관하였습니다.해방 이후 새로운 지방자치법의 시행으로 1949년 8월 15일 ‘인천부’에서 ‘인천시’로 바뀌면서 도서관의 명칭도 ‘인천시립도서관’이 되었으며 행정 변천에 따라 인천직할시립도서관 → 인천광역시립도서관으로 명칭을 개편하였습니다. 2008년 10월 중구 율목동을 떠나(현 율목도서관) 2009년 6월 23일 남동구 구월동으로 이전·개관하면서 ‘인천광역시 미추홀 도서관’으로 개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2022년 1월 6일 개관 100년을 기념하는 제막식을 열었습니다.
글_정이슬(인천시립박물관 유물관리부)
첨부. 인천시립도서관 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