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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물 소개

선조들의 발자취를 쫓아 인천에 온 이그나텔라호 이야기

담당부서
유물관리부 (032-440-6768)
작성일
2025-05-09
조회수
176

선조들의 발자취를 쫓아 인천에 온 이그나텔라호 이야기

명칭

이그나텔라호

국적

미국

시대

2011년

재질

복합

크기

가로 3.5m, 세로 약13m, 높이 15m

소장위치

인천관광공사 상상플랫폼 내한 1·8부두 내


<9,500마일의 여정>

 인천관광공사 상상플랫폼 내항 1‧8 부두를 방문하면 ‘이그나텔라(Ignatella)’라는 이름의 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배는 대양 항해용으로 건조되어 돛대 높이가 15m에 이를 정도로 크고, 선체 내부에 장거리 항해자들을 위한 취사시설, 샤워 시설 및 화장실, 침실도 있습니다. 배 이름은 가톨릭 세례명 ‘이냐시오(Ignacio)’와 ‘스텔라(Stella)’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요트는 지난 2023년 3월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출발해 하와이(Hawaii), 사이판(Saipan) 등을 거쳐 6월 4일 오전 11시 인천(仁川)에 도착했습니다. 소요 기간 92일, 항해 거리 9,500여 마일에 이르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하루 정도면 미국에 도착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배를 선택해 항해에 나섰던 이유, 태평양을 횡단하여 바로 인천에 올 수 있었는데도 하와이, 사이판을 들르는 번거로운 경로를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초의 한인 정착지 하와이>

 이그나텔라호가 들렀던 하와이, 사이판과 최종 목적지 인천은 미주 이민 선조들의 역사와 관련된 장소입니다. 약 120여년 전인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추위와 더위가 없는 따뜻한 남쪽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노동자 모집 공고를 보고 더 나은 삶을 찾아 당시 포와(布哇)로 불렸던 섬 하와이로 가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제물포항에 모인 121명은 겐카이마루(玄海丸)에 탑승해 나가사키(長崎)로 향했고, 그곳에서 1차 신체검사를 통과한 102명이 하와이로 향하는 갤릭호(S.S Gaelic)에 탑승했습니다. 이들을 태운 배는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항 도착했고 최종 신체검사를 통과해 입국 허가를 받은 총 86명이 와이아루아(Waialua) 농장에 배속되어 일을 시작했습니다. 사탕수수농장에 배속된 한국인들은 백인 감독관에게 채찍을 맞으며 하루에 10시간, 한 달 평균 25일 정도의 중노동에 시달렸지만 하와이, 미주 본토에 정착해 미주 이민 1세대가 되었습니다. 


<하와이에서 사이판으로>

 사이판은 한국인 강제 징용지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인들이 처음 사이판에 온 시기는 1917~1918년입니다. 당시 일본의 통치를 받아 남양군도(南洋群島)로 불렸던 사이판 일원은 사탕수수를 기반으로 한 제당업(製糖業)이 발달했는데, 따뜻한 남쪽의 지상 낙원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니시무라척식주식회사(西村拓殖株式會社)의 노동자 모집 공고를 본 사람들이 사이판으로 향했습니다. 이들의 삶은 하와이의 노동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열악한 숙소와 식사를 제공받았고 중노동에 종사하면서도 일본인과 오키나와인들에 비해 받는 급여도 적었습니다. 훗날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으로 일본 정부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한국인들이 증가했고 이들 중 일부가 사이판에 정착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사탕수수농장의 노동자들이 최초의 사이판 이민 1세대라 할 수 있습니다.


하와이에서 사이판을 거쳐 북상하는 경로를 표기한 북태평양 지역 해도


 미국 서부를 출발한 이그나텔라호가 태평양을 가로질러 하와이, 사이판을 지나 최종 목적지 인천으로의 오기까지의 92일은 먼 옛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바다를 건넜던 선조들의 발자취를 쫓는 여정이었습니다. 항해 도중 거센 파도와 폭풍우를 만나고, 때로는 바람이 불지 않는 무풍지대(無風地帶)를 지나야 했지만 항해자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해도에 표기된 경로는 단순한 점선일 뿐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역경이 숨어있습니다.

 육지에 올라온 이그나텔라호는 더 이상 항해에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낯선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뿌리를 내렸던 선조들의 강인한 마음과 악천후 속에서도 여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항해자들의 굳은 의지를 품고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글_정이슬(인천시립박물관 유물관리부)



< 참고자료 >

김영환,  일제 말기 南洋群島 지역 한인 노무자 강제동원 연구, 건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1.

로버타 장 ‧ 웨인 패터슨, 이주영 옮김,  하와이의 한인들 - 사진으로 보는 미주 한인 이민사 1903-2003, 2008.

연합뉴스, 「美 LA서 출발한 태평양 요트 횡단 원정대…92일만에 인천 도착」 , 2023. 06. 04.

오인환 ‧ 공정자 저, 구한말 한인 하와이 이민,  인하대학교 출판부, 2004.

인천광역시 역사자료관, 『인천역사문화총서 74 한국최초 인천최고 100선』, 2015.

한국이민사박물관, 『2017 한국이민사박물관 특별전-새롭게 보는 하와이 韓人 독립운동 자료전』, 2017.


첨부. 이그나텔라호


선조들의 발자취를 쫓아 인천에 온 이그나텔라호 이야기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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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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