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뿔로 만든 화려한 경대
| 명칭 | 화각경대
|
국적 | 한국 |
시대 | 조선 |
재질 | 나무 |
크기 | 가로 17.9, 세로 24.2, 높이 13.3cm |
소장위치 | 고미술실 |
고미술실에 자리잡은 화각경대는 쇠뿔 조각에 그린 그림을 경대에 이어 붙인 것입니다. 오랜 세월로 색이 다소 바랬지만 그 화려함은 여전합니다.
< 쇠뿔로 각지(角紙)를 만들다 >
화각공예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공예기법으로 쇠뿔을 얇게 가공하고 그림을 그려 백골(白骨, 화각을 붙이는 목공품)에 장식하는 것입니다. 모든 쇠뿔이 화각에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암소의 뿔은 가늘고 휘어 사용할 수 없고, 뿔이 곧게 뻗은 수소 중 3~4년 자란 황소만 쓸 수 있습니다. 어리거나 늙은 소의 뿔은 얼룩이 있거나 굴곡이 있어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까다롭게 엄선한 뿔도 가공에 많은 손이 갑니다. 뿔의 위 아래를 잘라 내부의 유기물을 제거하고 속을 깍아 내고 물에 불린 뒤 숯불에 삶이 부드럽게 합니다. 그리고 평편하게 편 뒤 얇고 투명하게 마름질을 하여 각지를 만듭니다. 뿔 하나에 각지가 2~3장 정도 나오며, 크기는 10~20cm, 두께는 대략 0.4mm로 투명 합니다. 재료의 크기가 작고 양이 많지 않아 신분이 높은 계층이 사용하는 소형 목공품에 주로 사용합니다.
< 각지에 색을 입히다 >
투명한 각지를 도안 위에 대고 문양의 윤곽선을 흑색으로 그립니다. 무늬의 채색은 오방색 즉 황‧적‧청‧백‧흑색을 씁니다. 바탕은 주로 적색을 쓰고 황색과 청색으로 무늬를 칠하는데 채도와 명도가 높아 색대비가 뚜렷하여 화려함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경대나 함, 빗, 실패 등 부녀자들의 주로 쓰는 물품에 장식으로 많이 쓰였습니다.
각지에 새겨넣은 무늬는 대부분 호랑이와 용, 사슴, 학과 같은 동물, 꽃과 나무 등 식물, 자연무늬, 인물과 종교적인 것입니다. 아마도 부귀영화와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듯 합니다.
시립박물관 화각경대의 무늬 중 호랑이를 보면 용맹하고 늠름한 기개 대신 익살스럽고 해학적 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무늬들도 살펴보니 그렇습니다. 마치 민화를 보는 듯 합니다.
< 각지가 화각이 되다 >
채색한 각지에 민어 부레로 만든 풀을 발라 백골에 붙입니다. 이때 채색한 면을 백골에 닿게 붙는데 각지가 투명하여 채색이 잘 보입니다. 이 공정은 다른 공예에서는 볼 수 없는 화각공예만의 특징입니다. 이제 마무리로 각지 사이에 쇠뼈를 얇게 갈아 만든 우골계선(牛骨界線)을 끼워넣고 금속장식 붙이고 옻칠하여 화각공예를 완성합니다.
작은 조각 하나하나에 장인의 정성이 들어간 화각경대는 지금 시립박물관 3층 고미술실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에도 유물에 남겨진 화려함을 마주하시기 바랍니다.
글_이지영(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
첨부. 화각경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