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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물 소개

200년 전, 한 자루의 권총이 건네는 인사

담당부서
유물관리부 (032-440-6768)
작성일
2025-07-11
조회수
35

200년 전, 한 자루 권총이 건네는 인사
- 19세기 독일 포츠담 퍼커션캡 권총 이야기 -


명칭

권총

국적

독일

시대

19세기

재질

금속, 목재

크기

길이 40cm

소장위치

인천시립박물관 수장고



시간은 많은 것들을 기억 속에 묻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잊힌 시간이 하나의 물건이 되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낡은 권총도 그러한 시간의 산물입니다. 강인한 자태를 지닌 이 권총은 말 없이도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포츠담에서 태어난 불꽃의 기술

포츠담 권총


 이 권총은 19세기 중반, 독일 포츠담(Potsdam)의 무기 공장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날 포츠담은 조용한 도시이지만, 당시에는 프로이센 왕국의 군사 중심지이자 무기 제조의 핵심지였습니다. 왕실 소속 병기 공장이 자리한 이곳에서 수많은 총기, 대포, 장비들이 생산되었습니다. 총기의 측면 ‘락플레이트’에는 ‘Potsdam G.S.’라는 각인이 새겨져 있습니다. 



 여기서 G.S.는 ‘Gewehrfabrik Spandau’(슈판다우 총기공장)을 의미합니다. 왕관 문양은 프로이센 국왕의 인장을 상징하며, 이 무기가 왕국의 공식 병기였음을 보여줍니다.포츠담에서 생산된 무기들은 프로이센 군에 보급되어 유럽의 격동기를 관통하며 역사의 전장을 누볐습니다.


<총의 시대, 점화를 바꾸다>

총기의 발사 방식은 오랜 시간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퍼커션캡 권총 이전에는 플린트락(부싯돌) 방식이 가장 널리 쓰였습니다. 이 방식은 부싯돌로 불꽃을 일으켜 화약에 점화하는 구조로, 혁신적이었지만 비에 약하고 오작동이 잦으며 명중률이 낮았습니다.이 단점을 보완하고자 19세기 초 개발된 것이 퍼커션캡(Percussion Cap) 방식입니다. 작은 금속 캡에 폭약을 담아 해머로 때리면, 폭약이 터지며 화약에 직접 불꽃을 전달하는 구조였습니다. 이 방식은 습기에 강하고, 발사 속도와 안정성이 뛰어나며, 구조도 단순해져 병사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퍼커션캡은 당시 병사들에게 단순한 무기를 넘어, 생존을 위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도구였습니다.


<누가 이 권총을 들고 있었을까?>

 이 권총은 1840~186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유럽 전역은 혁명과 전쟁으로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이 권총은 1848년 혁명기의 봉기 진압, 혹은 1864년 덴마크 전쟁, 1866년 오스트리아-프로이센 전쟁 등에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총에 새겨진 포츠담 각인과 왕관 문양은 이 무기가 민간이 아닌 국가 소유였음을 보여줍니다. 즉, 프로이센 군의 장교 혹은 실전 배치된 하사관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식이 단순한 것으로 보아 귀족 장교가 아닌 병사용 무기였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황동 트리거 가드에는 ‘G.H. / 3.142’라는 이니셜과 번호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병기 관리 번호이거나 병사의 이름 이니셜일 수 있습니다. ‘G.H.’라는 병사가 이 권총을 허리에 차고 전장을 누볐을지도 모릅니다.


<전장의 마지막 방어선>

 이 권총은 짧고 묵직합니다. 장전에는 시간이 걸리고 단 한 발만 발사할 수 있었지만, 그 한 발은 종종 생사를 가르는 마지막 수단이 되었습니다. 당시 병사들은 장총으로 대부분의 전투를 수행하고, 궁지에 몰렸을 때 이 권총을 꺼내 들었습니다.손잡이 하단의 고리형 금속 고정구는 권총이 허리띠나 권총끈에 매달려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총신을 감싸는 황동 밴드, 견고한 락플레이트, 손때 묻은 손잡이의 마모 자국까지— 이 권총은 200년 전 병사의 손길과 무게를 지금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누군가는 이 권총으로 생존을 도모했고, 또 누군가는 이 권총을 마지막으로 두려운 결단을 내렸을지도 모릅니다.


<건네받은 인사>

 이제 이 권총은 더 이상 총성을 울리지 않는 박물관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말합니다.총을 들었던 이름 모를 병사의 두려움과 희망, 살아남고자 했던 삶의 조각들이 이 권총에 스며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불을 뿜지 않지만, 이 권총은 그 시대의 삶과 전장을 고요히 증언합니다.역사는 기록으로도 남지만, 때로는 물건 하나가 그 어떤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글_이한나(인천시립박물관 유물관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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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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