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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물 소개

대문 위에 매달린 범게 이야기

담당부서
유물관리부 (032-440-6768)
작성일
2025-10-31
조회수
58
대문 위에 매달린 범게 이야기

명칭

탐구사례집 우리고장 인천

국적

대한민국

시대

1992년

재질

종이

크기

가로 19.3, 세로 26.8cm

소장위치

인천시립박물관  수장고



 여러분, 굵은 실에 매달린 바짝 마른 물고기를 아시나요? 굵은 실은 ‘명주실’, 바짝 말린 물고기는 바로 ‘북어’입니다. 북어는 조선시대서부터 고사상에 올리는 제물이자 나쁜 기운을 막는 상징으로써 액막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걸어두었습니다.


상품이미지 출처 - 햅
상품이미지 출처 - 에이비페브
인천시립박물관 굿즈


요즈음에는 이 풍습이 좀 더 다양하고 귀엽게 전해집니다. 나무를 깎아 만든 북어를 종과 함께 달기도 하고, 봉제 인형이나 색색의 방향제로 바꾸기도 하며 심지어는 북어 대신 고양이를 매달기도 합니다. 우리 박물관에서도 2023년도 ‘화수·화평동’ 전시 굿즈로 액막이 조기를 만든 바 있지요.


 그렇다면 ‘게’는 어떤가요? 그것도 그냥 게가 아닙니다. 호랑이처럼 매섭게 생긴 범게죠. 일부 지역에서는 이 범게를 대문 위에 묶어두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바로 인천 동춘동의 이야기입니다.


< 어린이들의 조사 >

 동춘동에서 범게를 매달곤 했다는 풍습은 어느 대단한 학자가 발견한 것이 아닙니다. 초등학생들의 조사와 탐구로 기록된 것입니다. 인천교육대학부속국민학교의 두 어린이와 교사 남기종 선생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인천이 직할시였던 1992년 3월, 『우리고장 인천』이라는 제목의 탐구사례집이 하나 출간됩니다. 당시 남부교육청에서 실시했던 ‘내고장 탐구 사례 발표 대회’에 나온 우수한 발표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지요. 두 어린이의 ‘동춘동 범게 이야기’ 내용은 책 131쪽부터 실려 있습니다.


탐구사례집 우리고장 인천 / 대한민국 / 1992 / 종이 / 가로 19cm 세로 27cm


 시작은 이렇습니다. 남기종 선생님이 향토 자료 수집 차, 어느 날 동막마을(동춘동)로 답사를 나갔다가 문간에 매달아 놓은 범게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범게를 본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호기심이 동한 초등학생 김선정, 김세은 어린이가 조사에 나선 것입니다.


탐구사례집에 실린 지도. 동춘동이 굵게 표시되어 있다.

 문간에 범게를 매달던 집들은 당시 동춘동 3통에 속해있었습니다. 이는 봉재산 부근 동네인데 지금은 간척되었지만 당시에는 바다를 접한 어촌마을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지도 아래 두 어린이는 여름방학 때 집중적으로 현지 조사를 다녔고, 특히 어업에 종사하던 마을 어르신 네 분을 찾아가 인터뷰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범게 풍습을 탐구한 내용이 사례집에 샅샅이 기록되어 있지요. 그런데 이쯤 되니 범게가 어떤 게인지 궁금해집니다. 두 어린이의 결론은 잠시 제쳐두고 범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범게가 누구야? >

이미지 출처 - 해양수산부
이미지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범게는 등딱지에 한 쌍의 반점이 찍힌, 몸통과 다리에 얼룩무늬를 가진 게입니다. 게다가 머리에는 작은 가시들이 돋쳐있고 등딱지에도 돌기가 많아 호랑이만큼 무시무시한 생김새를 자랑합니다. 범게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서해안과 중국 연안에서만 사는 희귀종입니다. 주로 모래갯벌에 서식하며 강력한 집게발로 고둥이나 꽃게를 깨뜨려 잡아먹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서운 생김새와는 달리 느리고 온순한 편이라고 하네요.


 인천서부터 남쪽으로는 고창까지, 서해안 일대에서는 범게를 게장이나 탕으로 드물게 먹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껍데기가 워낙 딱딱하고 배와 다리에 털이 많아 손질하기가 번거로워서 꽃게만큼 대중적인 재료는 아니었지요. 동춘동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범게는 상품성이 떨어져 일부러 잡지는 않았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쳐둔 그물에 덩달아 걸렸다고 합니다만, 강하게 엉켜있기가 일쑤라 그물을 망치기도 했답니다.


img1
img2
동춘동 범게 이야기 사진자료첩 / 대한민국 / 1991


 두 어린이는 어부 할아버지를 따라 범게를 대문에 매달아보기도 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범게 몸통에 노끈을 묶은 후 그대로 들고 나가 대문 위에 칭칭 동여맵니다. 이 동네에서 3-4대째 어업에 종사해 온 어르신들에 의하면, 어렸을 적부터 집집마다 대문에 범게가 매달린 것을 보여 자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문의 범게가 오래되어 낡거나 부서지면 그저 집안일을 하듯 새 범게로 바꾸어 달곤 했습니다.

 두 어린이는 할아버지에게 마지막 질문을 합니다. “범게를 대문에 매달아 두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었나요?”


< 범게는 왜 매달렸나 >

 호랑이와 비슷한 얼룩무늬가 주는 강한 인상과 단단한 껍데기, 힘센 집게발을 가졌다는 점에서 범게는 잡귀를 물리쳐주는 역할이지 않을까 두 어린이는 추측합니다. 그래서 범게를 대문에 매달아 두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정말로 고기가 많이 잡히고 가정과 마을이 편안히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었는지 어르신들에게 질문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적고 있지요. “이 물음에 대하여 할아버지들은 웃기만 하였다.” 할아버지들은 습관처럼 대문에 범게를 달며 살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범게를 매다는 풍습이 언제부터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비슷한 다른 풍습과 견주어 볼 수는 있지요. ‘엄나무 걸기’가 그것인데요, 정월 초중순에 엄나무 줄기를 대문에 걸어두는 풍습이 우리나라 전 지역에 걸쳐 나타납니다.


이미지 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엄나무 걸기'


 한약재로 쓰이기도 하는 엄나무는 줄기 전체에 뾰족한 가시가 돋친 식물입니다. 주로 귀신을 쫓고 역병을 물리치기 위해 행했다고 합니다. 무시무시한 가시에 잡귀가 놀라 달아난다고 생각했을까요? 심지어 안산 대부도에서는 엄나무와 범게를 대문에 함께 매달았다고 전해집니다.


명주실을 묶어둔 액막이 북어


 이번에는 액막이 북어와 다시 비교해볼까요. 북어는 특히 조선 후기에 화폐를 대신할 만큼 유용하며 구하기도 쉬운 저렴한 식재료였습니다. 한 연구자에 따르면 그 옛날, 여러 식재료 중에 북어가 액막이 부적으로 선택받은 것은 ‘흔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범게 또한 동춘동 어르신들에게 흔했지요. 일부러 잡지 않아도 물고기 그물에 같이 걸려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생김새는 흔하지 않았지만요.


 여전히 범게를 처음 매달기 시작한 이가 누구인지, 왜 그랬는지 속 시원하게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무 의미 없이 행한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호랑이를 닮은 무시무시한 생김새에 잡귀들이 놀라 달아나기를. 액운은 억센 집게발로 부수어주기를. 그래서 우리 집에 결국 복만 찾아오기를. 어촌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여러 가지 바람을 담아 범게를 달았을 테지요. 두 어린이도 범게를 매달듯 책 마지막에 바람을 남겼습니다.


"동춘동 3통 마을이 거의 없어지게 되어 범게 민속은 앞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므로

시립박물관 등에 자세한 기록을 남겨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바람은 범게가 아닌 교사 남기종 선생님이 대신 이루어주었습니다. 지난 2020년, 남기종 선생님은 『우리고장 인천』 탐구사례집을 포함해 당시 두 어린이와 조사를 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우리 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남선생님의 마무리로 인천 동춘동 동막마을의 범게 매달기 풍습을 이렇게 구체적인 기록으로 전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 물론 김선정, 김세은 두 어린이의 노고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글_김진솔(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


♣ 인천시립박물관은 인천의 역사, 민속, 문화, 생활 등에 있어 소장가치가 있는 자료를 시민분들께 기증받고 있습니다.

♣ 범게와 관련한 기증유물은 11월 25일부터 개최 예정인 기획특별전 <게 섰거라>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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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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