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칭 | 노송영지도 |
국적 | 대한민국 |
시대 | 조선 |
재질 | 종이 |
크기 | 103 × 147cm |
소장위치 | 송암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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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한 그루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140cm가 넘는 그림의 크기가 관람객을 압도합니다. 화면이 좁은 듯 그림 밖으로까지 뻗쳐 있는 가지는 그 생명력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줄기는 지나치게 구불구불하고 껍질은 메마르다 못해 벗겨져 있습니다. 커다란 옹이도 두 개나 있습니다. 아마도 이 소나무는 수백 년은 나이를 먹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잎은 지나치게 무성합니다. 눈을 왼쪽 아래로 돌리면 몇 가닥의 영지버섯이 삐죽이 땅에서 솟아 있습니다. 다시 화면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을해추일 겸재팔십세작(乙亥秋日 謙齊八十歲作)”, 즉 ‘을해년(1755년) 가을날 팔십세의 겸재가 그리다’라고 한자로 적혀있네요. 이제야 이 그림의 의미가 짐작이 갑니다. 소나무와 영지를 노년의 겸재 정선(鄭敾, 1676 ~1759)이 그리다니, 틀림없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일 겁니다.
<장수의 기원>
이 그림은 축수(祝壽), 즉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그림이라고 소개되곤 합니다. 소나무는 군자의 절개를 상징하지만, 민간에서는 장수의 의미가 더 선호되었던 것 같습니다. 소나무 아래 그려진 영지버섯 역시 오래전부터 불로장생의 약초로 여겨졌습니다. 소나무와 영지는 누군가의 장수를 기원하기에 가장 적당한 소재였을 겁니다. 어쩌면 정선 자신의 장수를 기원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저 구불거리는 소나무의 모습은 ‘목숨’을 의미하는 ‘수(壽)’ 자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해석됩니다.
정선은 고즈넉한 산수(山水)를 그린 문인화(文人畵)에서도, 우리나라 산천을 그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에서도 수많은 소나무를 그렸습니다. 줄기의 비늘까지 정성껏 그린 소나무, 몇 번의 붓질로 그려낸 간단한 모습의 소나무, 그 중간쯤의 정성을 들인 소나무 등 … 그런데 이 그림처럼 ‘수(壽)’ 자를 형상화한 소나무는 드뭅니다. 비슷하게 ‘수(壽)’ 자 모양의 측백나무를 그린 <노백도(老柏圖)>(삼성문화재단)가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대기만성의 은유>
한편으로 이 소나무는 대기만성한 정선 자신을 은유하는 것으로도 읽힙니다. 그는 수묵화의 전통을 우리나라 실제 경치를 묘사하는데 적용하여 독창적인 진경산수화를 이루어 낸 화가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명작들은 60세 이후의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전통적인 화법들을 충실하게 습득하고, 새로운 화풍을 실험하는 단계를 거쳐 노년에는 노련하면서도 개성적인 명작들을 쏟아냈습니다. 이러한 혁신에는 우리나라 산천의 모습을 화폭에 구현하고자 했던 사실주의 정신이 깔려있습니다. 이것은 조선 후기 실학의 발달과 여행 문학의 유행과 같은 시대 흐름과도 맞물린 것이었죠.
정선은 관직에도 늦게 입성했습니다. 그는 서울 백악산 아래 서촌의 몰락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생활고를 겪던 정선은 같은 동네에 살며 교류해 왔던 좌의정 김창집(金昌集, 1648~1722)의 추천으로 관상감(觀象監)의 종6품 잡직으로 41세에 첫 벼슬길에 올랐습니다. 이후로 지방 수령 등의 관직을 거쳐 79세가 되던 해에는 정4품에까지 올랐습니다. 이처럼 화업에 있어서도, 삶에 있어서도 정선은 대기만성형의 인물이었습니다. 껍질은 벗겨져 속살이 드러날지라도 잎만은 무성한 저 소나무는 어쩌면 정선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시대를 넘는 바람>
이 그림은 송암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 중 하나입니다. 송암미술관은 동양제철화학의 이회림 회장이 1992년에 학익동에 설립한 미술관입니다. 기업의 미술관으로 운영되어 오던 것을 2005년 미술관 건물과 소장품 모두를 인천시에 기증하면서 뛰어난 고미술품들을 인천시가 보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송암미술관의 특별전이나 상설전에 꾸준히 선보여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덧붙여,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을 기념하여 개최되었던 《여민해락(與民偕樂)》 특별전, 2025년 호암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겸재 정선》 특별전에 대여되어 송암미술관을 널리 알린 그림이기도 합니다.
송암미술관의 ‘송암(松巖)’ 즉, 소나무와 바위는 기증자 이회림 회장의 호입니다. 늙은 소나무를 그린 화가와 소나무로 호를 지었던 수집가는 그들의 바람처럼 장수를 누렸습니다. 이제 우리도 <노송영지도>를 감상하면서 그 기운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_윤현진(인천시립박물관 유물관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