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바위를 바라보며 글을 쓸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 붓을 들고 쓸 준비를 하고 있으며, 옆에 시동은 벼루에 먹을 갈고 있다. 제목인 석벽제시(石壁題詩)란 ‘바위벽에 시를 쓰다’란 의미로 이 주인공은 바로 미불(米芾)이다. 미불은 왕선(王詵)의 정원에서 열렸다고 하는 모임을 그린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에 부친 기록에서 자신의 모습을 벽에 글을 쓰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고 썼다. 이후 바위를 바라보고 서있는 사람은 미불이라는 도상이 생겨났으며, 근대의 고사인물도로 많이 제작되었다.
화면은 위쪽을 무겁게 채우고 있는 바위, 관복차림으로 바위에 시를 쓰려고 하는 미불, 미불이 언제쯤 쓰나 물어보는 듯한 동자의 얼굴 표정이 연결되어 그림을 보는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그림의 소재나 인물들의 표현을 통해서 임경수가 근대적인 특징을 잘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石壁題詩 바위 벽에 시를 쓰다.
時丙子秋日於白雲深處 병자년(1936) 가을날 흰 구름이 깊은 곳에서
雨馨 林景洙畵 우형 임경수
【林景洙印】【雨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