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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평

인천시립극단 [꿈하늘]

작성자
김 * *
작성일
2016-06-07
조회수
794

작품[꿈하늘]을 본후...


2016년 5월의 마지막 일요일, 나는 아침부터 괜스레 설레었다.
아니, 그 며칠전부터 마음이 들떴다.
물론 잊고 있던 열정이 10년만에 상기된다는 건, 내가 이토록 연극공연과 벽을 쌓고 살았던가, 서글픈 기분이 심장의 어딘가에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을 뛰어넘어 공연장으로 향하는 마음은 날아갔다.
바로 그 주인공은, 다시 내 인생에 단추를 꿰어준 인천 시립극단의 연극, [꿈하늘]이다.

단재 신채호...
학창시절 역사 시간에 배운 인물.
역사연구가였고 신민회에 회원이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세수를 할 정도로 일제에 굴함없는 의지를 보여준 독립투사.
내가 아는 정보는 이 정도였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너무 무거운 주제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처음엔 있었다.
하지만 나의 착각이었음을 몇초 걸리지도 않았다.
그것은 차범석 희곡작가의 명성을 알고 있던 바,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 이 연극의 서사적 아우라를 바로 예상할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인천 종합문화 예술회관의 대강당, 많은 관객들, 연출, 출연진, 스텝들의 면면을 직접 확인하며 극단의 탁월한 선택에 내가 참여한 듯 희열이 동반되었다.

연극의 줄거리는 이렇다.
신채호선생은 감옥에서의 임종순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데서 시작되는데...
조선에서의 항일운동을 벌였던 청년기와 만주와 북경에서의 독립운동과 창작활동을 했던 중년기, 그리고 무정부주의자로의 항일투쟁을 한 장년기를 차례로 보여준다.

내가 이 작품에서 가장 희열을 느낀 부분은 [꿈하늘]의 진지함과 뚝심이랄까, 아직도 청산되지 않는 친일의 잔재속에 일침을 가하는 듯한 통쾌함이었다.
이승만을 역사적 관점에서 정확히 꿰뚫어 관객들에게 알리려 한 점은 정말이지 하마터면 극중간에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칠 뻔하였다.
왜 우리는 아직도 일제청산에 있어 일본의 눈치를 봐야하는지, 자체검열을 하는 부끄러운 시대적 단면이 연극에서 오버랩되었다.
그것은 내 자식에게 제대로 역사를 가르치고 싶은 어른으로서, 인천시립극단에 넙죽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고마운 지점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보는 내내 역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더 오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연극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물론 이 연극은 독립운동가였던 역사적 모습만 있는것은 아니다.
한 개인, 인간 신채호에 대한 고뇌와 외로움도 보여주는데, 예를 들면 첫아내와 그리고 재혼한 아내마저도 헤어져야 하는 이별장면은 영웅의 눈물겨운 인간적 모습이었다.
박자혜를 연기한 강주희배우님의 눈물연기는 21세기의 현실에 사는 나조차도 1936년으로 돌아가 감정을 이입시키는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세 명의 신채호선생이 함께 한 무대에서 펼치는 연기는 마치 세명이 겨루는 무예처럼
긴박했고 압도되는 웅장함이 있었다.
무엇보다 현재 강대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이 사대주의에 엎드린 조선에 앞서 고구려의 기상에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연출은 다시금 이 땅의 백성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회복시켜주는 놀라운 체험이었다.
그것은 연극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꿈하늘]은 아이와 함께 다시 한번 보았으면,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다.

[꿈하늘]을 볼수 있게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기회를 잡아 지금도 이 감동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하고 고맙다.
이제 이 연극으로 건조했던 일상의 울타리를 뛰어 넘었다.
무엇보다 늦지 않은 것 같다.
언제든 달려와 느끼고 누릴 것이기에.
연극인들의 뜨거운 열정에 내 인생의 열정이 투과되는 이 경험을 말이다.

@2016.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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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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