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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평

[공연리뷰] 인천시립무용단 제82회정기공연<건너편, Beyond>

작성자
심 * *
작성일
2018-05-09
조회수
335

동시대적인 한국창작춤의 다양한 가능성

-인천시립무용단 제82회 정기공연

 

 

심 정 민

 

 

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시립무용단은 근래 들어 동시대적인 한국창작춤에 대한 혁신을 꾸준하게 추구하고 있다. 작년 봄 윤성주 예술감독을 맞이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로의 가능성은 더욱 활짝 열려졌다. 윤성주 예술감독은 국립무용단 시절부터 동시대적인 한국창작춤에 있어 여러 시도를 단행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에 근거한 새로운 창작에서부터 현대무용과의 구분이 무의미한 급진적인 창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였는데 전자는 주로 자신의 작품들에서, 후자는 젊은 안무가를 등용하여 실현해왔다. 인천시립무용단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은 유지되는 듯 보인다. 4월 13-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있었던 제82회 정기공연 <건너편, Beyond>(전성재 안무)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을 담은 윤회라는 개념을 소재로 한 <건너편, Beyond>는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경계를 부수는 동시대적인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 전 세계를 아우르는 주도적인 창작춤 경향을 컨템포러리댄스라고 하는데 기존의 무용미학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장르파괴적이고 융‧복합적인 실험을 단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대무용에 발레나 민속춤 혹은 일상적 행위를 접목시키기도 하며, 무용에다가 연극이나 서커스 같은 타 분야를 끌어들이기도 하는 것이다. 새로운 창작춤 경향은 현대무용 계열에서 먼저 시작되었으나 곧바로 발레나 한국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사이에 경계를 부수는 <건너편, Beyond> 같은 작품은 컨템포러리댄스 시대에는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안무를 맡은 전성재는 한국무용을 전공한 후 유럽으로 건너가 현대무용단의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활약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국무용의 원리적 근간에 지금 이 시대의 현대무용을 입힌 <건너편, Beyond> 같은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낮은 무게중심이나 순환적인 호흡 혹은 맺고 끊는 악센트에서부터 한국춤사위 특유의 원리적 근간을 읽을 수 있으며 전신을 활용하는 움직임이나 관절을 꺾어 쓰는 움직임에서부터 현대무용적인 동작성을 느낄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이따금씩 현대무용으로 완전하게 치우치는 움직임으로 말미암아 한국춤사위의 풍미를 지나치게 상실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솔로나 듀엣도 그러하지만 특히 서너 명이나 대여섯 명의 군무는 서로 면밀한 호흡으로 반응과 작용을 통해 전체로 하나의 춤이라는 구조를 이루어간다. 서로의 움직임으로 퍼즐을 맞춰가는 듯한 안무를 실현하는 것인데 이는 서양의 안무 개념에서 소위 ‘짜임새 있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12명에 달하는 인천시립무용단 무용수들은 안무가가 요구하는 짜임새를 상당부분 구현해냈다. 이전보다 날렵하고 엣지있는 몸놀림에서 훈련의 양과 질을 가늠할 수 있다.

 

<건너편, Beyond>에 등장하는 무용수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 어딘가를 배회하는 인간 군상들 같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배경 속에 감각적이고 심미적인 장치나 조명을 제시하는 방식은 최근의 창작자들이 자주 활용하곤 한다. 여기서는 장치를 배재한 채 조명으로만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여러 차례 쏘아 올리는 레이저빔과 빈번하게 변화를 주는 라이트들로 말미암아 후반에 이르러서는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으며 때론 강한 빛으로 인해 춤의 유려한 흐름이 방해받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명이 끊임없이 춤과 상호작용하면서 장면 장면마다 중심 이미지들을 생성하기 위해 분투했다는 점은 읽혀진다.

 

이렇듯, 최근의 창작춤 경향에서는 소재나 주제를 일련의 이미지나 분위기로 추상화(化)시켜 놓곤 한다. <건너편, Beyond>에서도 소재에 대한 내면의 근원적인 동기가 표출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분위기 속에서 인간 군상들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춤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이와 같은 작품에서 내러티브나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본질과 더 멀어질 수 있으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편이 보다 현명하다. 마치 추상화(抽象畫)를 감상하듯 말이다.

 

인천시립무용단이 발탁한 전성재의 경우 창작자로서 극복해 가야할 과제가 없지 않으나 안무력과 같은 기본 요소에서 긍정적인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무엇보다도 동시대적인 한국창작춤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하려는 인천시립무용단의 확고한 목표의식을 <건너편, Beyond>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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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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