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관람평

[공연리뷰] 인천시립무용단 제82회정기공연<건너편, Beyond>

작성자
김 * *
작성일
2018-05-09
조회수
512

 

 

역동의 움직임으로 전향적 작품 완성

 

 

김경애(춤평론)

 

 

윤성주 예술감독이 이끄는 인천시립무용단이 제82회 정기공연(4월 13-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신작을 신예 안무가 전성재에게 맡겼다. ‘건너편, Beyond’를 올린 전성재는 경력과 연령대로는 중진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만 직업무용단의 안무 위촉의 상례로 보면 ‘신예’라는 말이 어울린다. 이번 작품은 그 표현이 어울릴 만큼 새롭고 신선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졸업한 뒤 유럽에서 활동한 전성재는 작년 윤 예술감독의 초빙으로 인천시립무용단에 합류했다. ‘렉나드’라는 dance의 철자를 뒤집은 ecnad를 단체명으로 쓴 그의 경력이 보여주듯 한국춤 전공자로서 과격하리만치 실험성을 지닌 춤예술가이다. 그는 유럽의 컨템포러리 속에서 한국 무용가의 정체성을 고민해 고유의 발언을 해왔음을 이번 작품이 증명한다.

작품 ‘건너편, Beyond’는 삶과 죽음의 윤화 과정을 그린 한국컨템포러리춤이다. 생명의 순환, 즉 윤회의 의미를 강한 생명성으로 표현한다. 그 생명성은 역동적이고 분출하는 무용수들의 에너지로 표현된다. 우선 이 작품은 인천시립무용단의 발전사에서 전향적인 기점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 분기점은 무용수들의 극대화된 표현력 증강이라는 점으로 강조된다. 출연진은 신체의 형태미가 드러나는 좀 짙은 살색의 타이즈에 레오타드 차림으로 일관한다. 한국춤이 변형된 한복형의 의상으로 신체노출이 적은 것을 감안하면 이 작품은 무용수의 기량과 형태미를 속일 수 없는 정면돌파이다. 얼마나 자신을 연마했는지, 표현력과 감성의 농도를 가림없이 또는 보조하는 매개 없이 그대로 관객에게 정직하게 드러내게 한다. 그 점에서 인천시립무용단의 소득이 크다는 생각이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과격하기까지 하며, 고난도 기교를 습득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피드는 실력을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움직임의 순발력이 안무가가 요구하는 타이밍을 따라간다. 짧은 기간 무용수를 만들어냈다는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작품 전체를 요약하면 표현주의 계열로 볼 수 있다.

전성재는 감수성이 극히 예민한 안무가이다. 움직임과 조명 등 부대요소를 활용하는 기민함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편(片)을 예리하게 나누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것은 무용수 움직임, 조명 등으로 장면을 빠르게 회전시키면서 순간순간 발전해가는 전이의 과정에서 증명된다.

작품은 호리존트에서 무용수 둘이 그림자로 비추면서 시작되는데 무대 중앙에 포인트를 두고 대칭으로 혹은 구심점을 둔 원형의 감각으로 무대 라인을 설정하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바리에이션된다. 조명의 프레임이 강하다. 어떤 면에서 너무나 공식적인 구도로 후반부는 자극이 덜하다. 답답한 면도 있다. 과한 LED나 레이저의 라인이 조화롭지 못했던 면도 있고 많은 장면이 역동적으로 흐르다보니 부분적으로 이음새가 매끈하지 않게 노정되기도 했다.

남자 5명, 여성 7명의 무용수들은 모션 픽쳐에서 대체로 응축된 긴장미를 극대화시키는 움직임으로 그 수가 바뀌면서 신명의 장면을 연출해낸다. 작품은 주술성이 강하다. 무대바닥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서 여성만의 군무가 두드러지기도 하지만, 남성무의 활달한 에너지가 압도한다. 동양적인 음악, 타악기의 리듬은 컨템포러리의 표현력을 심오한 인간의 고향, 즉 윤회의 원천인 ‘저 세상’을 느끼게 한다.

작품명 ‘건너편’은 피안(彼岸)의 세계의 다른 말이다. 강의 건너편 기슭, 저승이다. 불교에서는 사바세계의 저쪽에 있다는 정토(淨土)가 될 것이다. ‘건너편’이라고 하면 강(江)이 잠재적으로 내포된다. 강을 건너야 건너편에 갈 수 있다. 그리스 표현을 빌자면 ‘망각의 강’ 즉 ‘레테’를 건너야 한다. 그 강을 건너는 과정에는 이승의 치열한 삶이 있다. 사회라는 굴레 속에 역경과 투쟁과 그리고 사랑과, 등등 인간의 요동치는 모습이 살아있는 이 춤에는, 그리고 강을 건너는 평화의 과정이 있다. 산자의 씻김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 치열한 ‘통과’이다. 저승에서 되돌아온 삶의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주술의 과정으로 느끼게 한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문화예술회관
  • 문의처 032-420-2736
  • 최종업데이트 2023-05-18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