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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평

인천 시립합창단 전지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작성자
김 * *
작성일
2026-09-16
조회수
63

예순아홉, 나는 알토입니다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아주 첩첩산중 이었고 국민학교도 아닌 신안성국민학교 공정분교였다.
교실도 모자라고 선생님도 모자랐다.
교실이 없어 애장터나 냇가등 밖에서 공부하고, 비오면 아무교실이나 선배들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을 하나씩 지어가던 시절이었다. 선생님들도 한 분씩 시오리밖 큰학교에서 오셨다가 금세 그만두시곤 했다. 워낙 교사가 부족하다 보니 고등학교나 중학교만 졸업했어도 교사로 채용되던 그런 시절이었다.
음악시간이라고 제대로 있었을 리 없다.
풍금은 있었다.
그런데 그냥 폼이었다.
그러다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 제대로 음악을 배우려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어찌어찌 대학은 유아교육과로 갔다.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야 하니 아이들에게 가르칠 동요 정도는 배워야 했다. 그렇게 하루 세 번씩 피아노학원을 다니며 유치원에서 필요한 노래만 겨우 익혔다.
그러니 내 인생에 합창이니 성악이니 하는 말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 내가 지금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른다.
부평 시니어합창단 ‘부디따’가 나를 뽑아준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왜 뽑혔나 싶었다.
아마 머릿수라도 채우라고 뽑아주셨나 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머릿수를 채우고, 다른 사람들이 노래할 때 입만 달싹달싹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 중 내가 가장 많이 웃는 날도 수요일이고, 가장 행복한 날도 수요일이 되었다.
그 중심에 지휘자 ‘전지영’ 선생님이 계신다.
선생님은 참 재미있게 가르치신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만 바라보며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도 웃으며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주신다.
게다가 인천시립합창단 소프라노이신 선생님께서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파트를 각각 녹음해주시고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그리고 나는,
놀랍게도,
알토다.
평생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김명희 로사가 알토’란다.
물론 지금도 자신 있게 큰소리로 노래한다기보다 남들 사이에서 열심히 입만달싹이며 따라가고 있는 수준이다.
그래도 나는 알토다.
그런데 조금 배웠다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내가 합창단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성당에서도 성가대에 함께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들어갔다.
그곳도 시니어들이 함께하는 성가대라 합창단처럼 복잡하게 파트를 나누어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함께 노래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부디따’에서 조금 배웠다고 눈과 몸이 먼저 ‘알토’를 찾아가는 것이다.
다른 분들과 똑같이 부르면 되는데 나도 모르게 혼자 알토를 부르려고 깝죽댄다.
그러니 이게 무슨 노래인가.
성가도 아니고 합창도 아니고, 나 혼자 웃기는 짬뽕을 만들어놓는다.
처음 배운 것이 그렇게 무서운가 보다.
그래도 좋다.
예전에는 음악시간이 두려웠던 아이였다.
풍금은 폼으로 놓여 있던 산골 분교에서 제대로 된 음악수업 한번 받아보지 못했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자라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 동요를 가르쳤고, 긴 세월을 돌아 이제는 합창단에 앉아 자기 파트를 기다린다.
“알토!”
그 말이 들리면 이제 나도 안다.
아, 내 차례구나.
노래를 잘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
노래를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함께 웃을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하고, 수요일이면 갈 곳이 있어서 행복하고, 내 목소리를 기다려주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어린 시절 배우지 못했다고 해서 평생 못 배우는 것은 아니었다.
늦었다고 생각했던 나이에 시작해도 내 인생에 처음 만나는 세상은 여전히 있었다.
‘전지영’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김명희 로사의 수요일에는 노래와 행복이 넘쳐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웃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행복이 생겼습니다.
머릿수나 채우고 입만 달싹이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자랑스럽게 말해보렵니다.
예순아홉, 나는 알토입니다.
전지영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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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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