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까지는 수술하지 말고 견뎌 봅시다."
의사 선생님의 그 말씀은 오래도록 제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참아 오던 두 무릎은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던 고통은 허리 수술 두 번으로 이어졌습니다. 몸은 무너졌고 마음도 함께 지쳐 갔습니다. 웃음을 잃고, 무엇을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봄, 용기를 내어 부평 시니어합창단 '부디따' 오디션에 도전했습니다.
워낙이 음치 박치인지라 아이들이나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엄마, 정말 대단해!"
아이들의 응원을 받으며 떨리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고, 감사하게도 알토 파트 단원으로 선발되었습니다.
아마도 단원이 부족했거나 아픈 몸 이끌고 오니 안스러워서 합격시켜주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합창을 시작하며 저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웠습니다.
합창은 내가 잘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서로의 소리를 존중하며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가는 예술이라는 것.
제 목소리를 내세우기보다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어우러지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전지영 선생님께서는 우리 시니어 단원들을 늘 따뜻한 미소로 이끌어 주십니다.
"배꼽에 힘 주세요."
"등 기대지 마세요."
"브라보!""코평수 넓히고!"
"웃으면 노래가 훨씬 예뻐집니다."
익살스러운 말씀으로 연습장을 웃음바다로 만드시면서도, 단 한 번도 화를 내시는 법이 없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웃음으로 다독여 주시고, 잘한 부분은 아낌없이 칭찬해 주십니다.
"우리는 스물일곱입니다. 많아도 서른여덟!"
그 말씀에 모두가 웃으며 몸을 살짝 흔들고,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습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것을 선생님은 몸소 보여 주십니다.
인천시립합창단 소프라노이신 선생님의 맑고 고운 노래를 들을 때면,
연습보다 그 목소리를 더 오래 듣고 싶어질 만큼 아름답습니다
더욱이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파트를 따로 녹음해 올려 주시는 정성과 헌신에는 늘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또 한 분, 우리 곁에는 언제나 묵묵히 애써 주시는 부평문화원 김규혁 과장님이 계십니다.
강당과 사무실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며 악보를 복사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보면대를 수리하고, 전등을 교체하는 등 크고 작은 모든 일을 도맡아 하십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일을 기꺼이 맡아 주시는 덕분에 우리 단원들은 오직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수술 후 무기력했던 제가 다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부 디 따' 합창단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합창은 제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습니다.
웃음을 되찾게 해 주었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기쁨을 알게 해 주었으며, 다시 삶을 사랑하게 해 준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오늘의 제가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8월은 방학동안에도 선생님께서는 음원을 듣고 가사를 외우는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하반기에는 진정한 합창단의 모습을 보여 주자며 우리를 격려하셨습니다.
저도 열심히 연습하여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운 화음에 보탬이 되는 단원이 되고 싶습니다.
부평에는 '부디따' 같은 아름다운 합창단이 있습니다.
노래를 가르치는 곳을 넘어,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삶의 용기를 선물하는 곳입니다.
이처럼 훌륭한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신 부평구와 부평문화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를 믿어 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전지영 선생님,
묵묵한 헌신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김규혁 과장님께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규혁 과장님이 출장등으로 부재중이실 때는 문화원 직원분들이 복사등을 해 주십니다.
‘부 디 따’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져 더 많은 시니어들이 노래를 통해 웃음을 되찾고,
행복한 노년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