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정사업본부, 2002년도에는 “보은의 달, 국민편지쓰기 대회” ]
어머니, 오래 오래 사십시오 !
- 거동 못하고 누우신 엄마께 -
직장암 수술을 받으시고 또 척추관 협착증으로 허리수술을 받으시고서,
다리가 아프다 아프다 하시면서도 10년을 넘게 살아오신 나의 어머니.
이런 어머니를 두고서 단 한분 남은 나의 이모님께선
“네 엄마는 너희들이 살아라 살아라 하여 산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 이제는 밖으로 다니시지 마세요, 집에 계시면 저희들이 뵈러 올께요 ” 하고 수차례 말씀드렸어도 곧이 듣지 않으시던 어머니께서 어느 날 갑자기 왼쪽 다리와 손을 쓰지 못하겠다고 한 숨 쉬시며, “ 내 이렇게 살면 뭐 하노 “ 하며 절망하시어서 저희들도 함께 절망할 뻔 하였습니다.
이후 머리에 물이 차서 그렇다고 하여 또 다시 머리수술을 받고 몸져 누우신 나의 어머니.
“ 어머니 무엇이 드시고 싶으세요 ? ” 하면 “ 뭐든지 다 사오느라 먹으마 ” 하시며 “ 이런 세상에 더 이상 살면 뭐 하노” 하시지 않고 사시는 어머니께 저희들은 정성을 바칩니다.
종갓집에 시집와서 힘든 일도 마다 않으시고 “ 죽으면 썩어 문들어질 몸 아끼면 뭐 하노 ” 하시며 일하시던 나의 어머니!
어려운 친척과 이웃을 보고 도와주지 못하면 가슴 아파 하시던 나의 어머니 ! 그런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이 세상이기에 저희들에게도 이 삶은 아직도 아름답습니다.
어머니 오래 오래 사십시오 !
몸져 누을 때마다 자식들의 보살핌에 눈물 흘리시던 눈가에, 오래 누우시어 자식들이 섭섭하게 해드려서 다시 눈물짓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런 구차한 삶, 더 살면 뭐 하노” 하는 생각 드시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중풍이 들어 자식들의 짐이 된다고 스스로 창틀에 목을 매어 가신 그런 분이 되지 않도록 진실로 노력하겠습니다.
어머니, 오래 오래 사십시오 !
-- 이천이년 오월 팔일, 어버이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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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 발병 : 1984년 말~1985년 2월 (만 56세) - 제안자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을 하던 해 ( ※ 1983년 10월 아웅산 폭탄 사건 )
* 직장암 수술......... 1987년 (만 58세 )
* 나의 어머니........ 윤금동 : 2004년 3월 망 (만 75세)
※ 「돌아보며⌟ 안정은 자작시집, 2015년 9쪽 : 이효석 문학관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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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개근상
- 2017. 1. 6(금) -
부산의 끝과 끝*을 등교한 고교3년
졸업식 날 3년 개근으로 받은 상장과
* 스테인리스 밥통 한 개
엄마는 종갓집의 가마솥에서 한 밥을 맨 먼저 뜨고
나는 부엌의 쌀두지에 서서 아침밥을 먹었다
등굣길의 버스에서
영도 어느 학교로 출근하는
초등교 동기 아버지인 국어 선생님*을 만나고
나를 미스안이라 부른 동성(同姓)의 음악선생님* 도 만났다.
이제* 밥통에는
상표도 낡아 사라지고 상품으로서의 존재감도 잊혀진채
뜨거운 밥을 안고
보온 밥통에서 설거지통으로 오락가락해도
밥통은 주인의 건강을 시샘하지 않은
묵언의 세월만큼이나
아직도 튼튼하고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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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끝과 끝 : 금정구 청룡동, 서구 동대신동
* 스테인리스 (stainless ) : 녹쓸지 않는, 얼룩지지 않는
* 국어 선생님 : 곽00 선생님
* 음악 선생님 : 안일웅 선생님 ( 전 동아대 교수 )
* 이제 : 수상 40여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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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없어진 우리 소
사립문 열기 전
우리 아빠가
어 소가 없다 하시던 날
내 눈 비비고 일어나 보니
돌 담 허물고 우리 소가 없다
아기 소 잃고 음매 울던 눈망을
아롱 아롱 두고
당산끌 신작로에 종일 찾아도
우리소가 없더라고 어깨쳐진 아빠는
이제 잃었다 하시며
다음 장날 넘김없이 다시 사자 하셨다
삼일 지난 장날 학교 갔다 오니
잃은 소와 꼭 닮은 암소 한 마리
아빠 눈과 꼭 닮은 암소 한 마리
※ 「 돌아보며⌟ 안정은 자작시집, 2015년 8쪽 : 이효석 문학관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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