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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사람 살린 가짜 지관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1869
산소 자리를 봐 주는 사람을 지관이라 했다. 영종도 중산리(中山里)에 한 지관 이야기가 전해 온다. 
중산리 마을에 떠돌이 청년이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무개 정승이 돌아가셨는데, 그 정승의 산소 자리를 잡으려고 지금 야단이야. 좋은 자리를 잡아 주기만 하면 술이나 밥은 물론 옷도 주고 상금도 후히 준다는 거야.” 
청년은 속으로 옳다구나 그 집에서 신세를 져야겠구나 하고 정승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문지기가 그의 행색을 보고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청년은 다 떨어진 삿갓에 초라한 도포를 입고 있어 양반 행색이긴 하지만 거지나 별반 다름이 없었다.
문지기가 얼씬도 못하게 막아서자 청년이 꾀를 냈다.
“나는 지관으로 돌아가신 정승의 산소 자리를 봐 주기 위해 왔다.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청년의 의연한 말투에 기가 죽은 문지기가 안채로 들어갔다. 곧바로 주인이 나와 청년을 반기면서 깨끗한 방을 내주고 하인을 불러 주안상을 잘 차려 오게 했다.
이틀 동안 융숭한 대접을 받은 청년은 저녁에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거짓말한 것이 들통나면 몸 성히 나가기가 힘들 것같았다. 생각 끝에 망신을 당하기 전에 이 집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그날 밤 갑자기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에 청년은 깜짝놀라 무슨 일인가 하고 문을 열어 보니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청년이 대꾸도 하지 않았는데 그 여인은 술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여인의 갑작스런 방문에 청년이 말했다.
“웬 여자가 이렇게 남자가 자는 방에 들어오시오?”
“지관께서 내일쯤 집안 어르신을 모시고 산에 올라가시게 됩니다. 그러니 꼭 제 말씀을 한 번만 들어주십시오. 어차피 죽어야 할 판인데 사람 하나 살려 주시오면….”
웬 여인이 자기 방으로 들어온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게다가 죽을 목숨을 살려 달라는 말에,
“그래 뭘 어떻게 해 달라는 거요?”
“하여간 내일 산에 올라가서 이러고저러고 하십시오.”
“그리하겠소.”
내일 해가 뜰 무렵 이 집을 떠날 작정인 청년은 여인의 요구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여인이 가져다 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어르신네, 일어나셨습니까?”
하인의 목소리에 청년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이제는 정말 도망갈 방법이 없었다. 사람들을 이끌고 산소 자리를 보러 가는 청 년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산세를 알기는커녕 무슨 좌청룡(左靑龍)이다, 우백호(右白虎)다 하는 풍수도 전혀 몰랐다. 생각다못해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는 결심을 하고 눈치를 보다가 냅다 뛰어 달아났다. 그런데 산꼭대기까지 치달려서 계속 달아나도 쫓아오는 하인들과의 거리는 좁혀지기만 했다. 이제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는데 주위를 살펴보니 그 자리가 평평하고 금잔디가 쭉 깔려 있는 것이 좋은 자리 같았다. 그 청년은 숨을 헐떡거리며,
“여기 이 자리가 명당자리로다! 아깝구나! 집안에 팔삭둥이가 생기겠구나.”
어젯밤, 방에 들어왔던 여인은 이 집 며느리로 시집오기 전에 신랑과 관계를 갖고 아이를 임신한 지 두 달 만에 시집을 왔다.
열 달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여덟 달 만에 낳게 됐으니 분명 행실이 나쁘다고 소박을 맞을 일이었다. 지관에게 산소 자리를 찾으면 팔삭둥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말을 해 달라고 부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청년이 산소 자리를 가리키며 팔삭둥이를 말한 것이었다.
팔삭둥이 치고 팔자가 나쁜 사람이 없어 머리가 좋고 높은 벼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집안 사람들은 매우 기뻐하며 산소 자리를 정하고 그 청년에게 후한 상을 베풀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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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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