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희망일자리 참여 후기

작성자
박 * *

희망일자리 모집이 있었다.
마땅한 수입도 없고 일자리 구하기 힘든 장년 여성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 생각했다
코로나19로 걱정이 되었지만 PC방으로 달려가 일자리 검색해보고 경제적으로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장시간 일이 필요해 1~3지망을 신중히 골라 서류도 만들고 지원을 해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통보 받은건 3시간 짜리 공원관리 일이었다 말은 관리라지만 풀뽑는 일이었다
계산동 집에서 인천계양 공원 사업소까지는 버스를 두 번 타야하고 시간도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곳이었다 거기다 관리하는 사람은 아주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듯이 8월인데 긴팔에 긴바지 목이 올라오는 옷을 입어야 한다며 비가와도 상관없이 비를 맞으며 일을 해야 한다 했다
올해 여름 내내 비가 오고 있었다
너무 불합리하다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시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어떤 근거로 그런 배치를 했는지 알고 싶었다
몇마디 오고가더니 대뜸 내가 지원한 2지망으로 해주겠다고 했다 두자리가 비어있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일이 절실했던 나는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일해야 할곳이 수산정수사업소 시험실 이었다
집에서 버스 전철을 갈아타고 왕복 3시간이 넘어 걸리는 거리였다
내 집에선 가장 멀고 교통이 나쁜 곳이 었다
하지만 6시간의 근무시간은 내게 정말 필요한 곳이었다
그 나머지 한곳은 어디였을까?
저의가 의심됐지만 패스
정말 열심히 했다
탁도, PH, 전기 전도도, 알칼리, 잔류염소, 측정하는 수질검사와 응집제를 넣어 비교하는 JAR Test를 매일 정성껏했고 8시 30분 이전에 출근했고 퇴근시간인 4시 이전에 퇴근해본적 없다
청소도 열심히 하고 되도록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위해 조용히 내 일만 하며 지냈다
많은 날들이 ‘예’ 라는 답 몇번으로 하루가 갔다
10월 22일 이전까지는 나름 순조로웠다
10월 21일 새 직원 둘이 배치되었다
내 자리가 없어졌다
탕비실처럼 쓰이는 분석실로 짐을 옮겼다
점심을 먹고 오니 소장과 실장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시험실 구석 발판에 앉아 기다렸다
오후엔 회의를 했다
또 비워주고 밖으로 나가 시간을 보내다 들어왔다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실장이 만류했지만 그도 뚜렷한 방법은 없는 듯 했다
짐을 챙겨서 집으로 왔다
그만 둘 생각이었다
다음날 팀장이 전화를 했다
홍보실에 자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간곡하게 이야기를했다
실장에게도 담당직원에게도 전화가 왔다
거절하지 못했다 다만 내가 해야는 일이 없어지는 것만 신경써 달라하고 23일 다시 출근했다
출근해 텅빈 강당같은 홍보실에서 하루 종일 혼자있었다

11월 3일까지 같은 생활이 이어졌다
내가 하던일은 새로운 직원이 하고있었고 오전에 정수지 청소를 잠깐하고 다시 그곳
으로 돌아와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후 실험도 하지않았지만 아무도 나에게 묻거나 찾지않았다
자괴감 때문에 더는 못하겠다 생각했다
내가 열흘가까이를 참았던 이유는 내자신이 내게했던 약속때문이었다

짐을챙겨 퇴근을 했다
굳이 말을 안하고 나온 이유는 시끄러워 지는게 싫어서 였다
그들도 충분히 알거라 생각했다
다음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전화가 왔다
내 부재를 그때서 알게 되었던거다
내 존재감이 한심스러웠다
난 쓸모 없는 사람이 아니다
열심히 일했고 성실했으며 최선을 다했다
일한만큼 보수받고 짧은 시간이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었다
인천시가 나에게 이렇게 대할 아무 이유도 자격도 없다
희망일자리는 내인생에서 최악의 시간이었다
팀장도 원하지 않았던, 팀장이 가장 싫어하는 희망일자리. 희망일자리를 위해 3시간을 출퇴근
해야하는 나를 세워놓고 당당히 말하는 그게 희망일자리다
이런 일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