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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방귀와 오이씨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4048
영종도에 가난하게 살아가는 아들과 어머니가 있었다. 남편이 없어 어머니가 바느질품을 팔아 생활을 연명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하루는 아이가 엉엉 울며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놀라 이유를 물으니, 밖에서 놀 때면 아이들이 자꾸 아비 없는 자식이라 놀린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가슴이 아팠으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아들이 끈질기게 물었다. 
“어머님, 왜 우리는 아버지가 안 계시는 겁니까? 동네 분들에게 듣자 하니 돌아가시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지금 어디에 계시며, 또 무슨 연유로 헤어져 사는 건지요?”
아들의 물음에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너의 아버지는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신단다.”
한숨을 길게 내쉰 어머니가 그 이유를 이야기했다.
어머니가 시집간 첫날밤이었다. 어머니의 첫날밤은 여느 사람의 첫날밤과 다름없었는데 갑자기 어머니의 아랫배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결혼식하기 직전에 입맛이 없던 어머니가 땅콩을 몇 줌 먹은 것이 발단이었다. 화장실을 가야 했지만 첫날밤이니만큼 그럴 처지가 아니었다. 그저 아랫배를 움켜쥐고 참는 수밖에 없었
다. 그때였다. 
“몸이 불편한 데라도 있소?”
아버지의 갑작스런 한마디는 아랫배를 움켜쥐고 온몸의 힘을 항문에 모으고 있던 어머니의 모든 노력을 허망하게 만들었다.
“뿌우웅, 찌직.”
어머니는 방귀만 뀐 게 아니었다. 방안에 온통 똥 구린내로 가득 찼다. 아버지는 여자가 버릇없이 첫날밤에 방귀를 뀌었다 하여 어머니를 내쫓았고 이후로 어머니를 불러들이지 않았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생각에 잠기었다. 아버지를 처음 본 첫날밤에 방구만 뀐 게 아니라 설사까지 했던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밤새 고민하던 아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어머니에게 오이씨를 사다 달라고 했다. 아들은 오이씨를 가지고 자기 아버지가 사는 동네에 가서, “오이씨 사시오. 아침에 심으면 저녁에 따고, 저녁에 심으면 다음날 아침에 딸 수 있는 오이씨요.”하고 외쳤다.
그때 바로 한 어른이 나왔다.
“그놈 목청이 좋구나, 그래 오이씨가 얼마냐?”
어른의 위아래를 꼼꼼히 살펴보던 아들은 말했다.
“삼백 냥입니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자 아버지는 호통을 쳤다.
“야 이놈아, 그렇게 비싼 오이씨가 어디 있느냐?”
“이 오이씨가 이렇게 비싼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냐?”
“아침에 심으면 저녁에 딸 수 있고 저녁에 심으면 다음날 아침
에 딸 수 있습니다.”
“야 이놈아, 그런 오이씨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 조건이 무엇이냐?”
“이 세상에 나와 한 번도 방귀를 안 뀐 사람이 심어야 그렇습니다.”
그러자 그 어른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야 이놈아, 이 세상에 나서 방귀를 안 뀌고 어떻게 사느냐?”
하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렇다면 어른께서는 첫날밤에 방귀를 뀐 사람을 어찌 내쳤습니까? 그래서 그 자식을 아비 없이 자라게 하셨습니까?”
문득 옛날 일이 떠오른 어른은 아들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물었다.
“네가 몇 살이냐?”
“올해 열 두 살입니다.”
그 어른은 자기 아들임을 알았다. 아버지는 아들과 어머니를 다시 불러들여 만났다.
아들의 재치와 영리함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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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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