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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과거 길에 사랑에 빠진 젊은 선비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3784
시천동은 고려 때 장모루라는 지명으로 불렸다. 남부 지방에서 고려의 왕도인 개경으로 가는 길목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하루를 묵어 갔다. 마을에 여러 개의 여관이 있어서 나그네들에게 침식을 제공했다.
전라도에 사는 대갓집 아들이 천리길을 걸어 과거를 보러 가면서 이곳 장모루촌에서 묵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다는 말을 들었으며 스무 살이 되도록 단 한 번도 학문이 아닌 것에 눈을 돌린 적이 없었다.
그가 묵은 여관 주인에게는 매우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젊은 선비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한시도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관 주인의 딸 또한 전라도 청년 선비에게 반했는데 그가 헌헌장부로 잘생긴 때문이었다. 여관에서 묵고 가는 허다한 선비들을 보아 온 그녀였으나 이렇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청년은 없었다.
과거보러 가는 선비는 대개 이곳에서는 하루만 묵고 개경으로 가서 대엿새 묵으면서 총복습을 하고 예상 문제를 놓고 작문을 하며 마지막 준비를 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전라도 청년 선비는 처녀의 여관을 떠나지 못했다.
달이 휘영청하게 밝은 밤, 전라도 청년과 처녀는 달빛 속에서 사랑을 확인했다.
“나는 낭자를 처음 보는 순간 혼을 빼앗겨 버렸소.”
청년이 손을 잡자 처녀는 부끄럽게 고개를 숙였다.
“저도 선비님을 처음 보는 순간 숨이 멈추는 듯했습니다.”
결국 청년 선비는 과거를 이틀 앞두고서야 개경으로 떠났다. 그리고 간신히 개경에 도착해 아슬아슬하게 과거에 응시했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사랑에 빠진 청년 선비는 자신의 낙방이 사랑에 눈이 먼 때문임을 알지 못했다. 그는 전라도로 가는 길에 다시 장모루 여관으로 왔다.
“여보게, 우리 딸은 잊고 어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처녀의 아버지가 말했다.
“우리하고 같이 돌아가세. 가서 단단히 준비해서 내년에 다시 응시하러 오세.”
같이 떠나온 고향 선비들도 그렇게 말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는 여관 주인의 딸과 다시 사랑에 빠졌고 말리다 못한 여관 주인이 방 하나를 내주었다. 그는 거기서 처녀와 살며 여관의 잔일을 맡아했다.
한편 그의 고향집에서는 하루 이틀 기다리다가 몇 달이 지나자 무슨 사단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고 판단해 수소문했다. 마침내 청년이 부평의 장모루촌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젊은 선비의 형이, 아우와 함께 과거 길 떠났던 선비들을 찾아가 따져 물었다.
“여보게, 사실대로 말해 주게. 내 아우가 부평의 장모루라는 곳에 있는 여관의 주인집 딸에게 빠져 머슴 노릇을 하고 지낸다는데 사실인가?”
과거 길에 동행했던 선비들은 순순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선비의 형은 가문에 알렸고 가문은 발칵 뒤집어졌다.
그리하여 전라도에서 젊은 선비의 아버지와 형이 길을 나섰다.
보름이 걸려 장모루촌에 도착해 여관을 찾은 아버지는 젊은 선비를 보고 탄식의 눈물을 흘렸다.
“네가 이게 무슨 꼴이냐!”
젊은 선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아버님, 저를 용서하십시오.”
“오냐. 잘못을 뉘우치면 됐다. 어서 떠날 준비를 해라.”
젊은 선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제가,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린 것은 아버님을 따라 고향으로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댁 처자를 두고 떠날 수 없습니다.”
“이놈아, 끝까지 불효를 할 셈이냐!”
아버지와 형은 기가 막혔다.
그때, 전라도에서 어른들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처자가 방으로 들어와 큰절을 올렸다. 그녀를 보는 순간, 아버지와 형은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과연 천하절색이기 때문이었다.
전라도에서 온 부형은 사흘 동안 아들과 그 처녀를 설득했다.
장래를 기약한다는 말을 남기고 귀향길에 올랐다.
그 뒤 사랑에 빠져 일생을 그르치지 말라는 한 줄의 시구가 남아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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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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